■ 올해 1월 취임 '6월 개교 70주년' 비전 2025 발표 계획
"인공위성과 별개로 달 탐사선·국산발사체 개발 급선무
엔데믹 항공수요 정상화 위해 기내 방역기준 완화해야
글로벌 인재 양성에 주력…'亞최고' 전문 교육메카 목표"
▲허희영 한국항공대 총장은 오는 6월 개교 70주년을 앞두고 가진 대면 인터뷰에서 " 항공대가 내실에 비해 대외인지도 등에서 저평가돼 있었다"면서 "오는 2025년까지 임기 동안 학생들 요구에 맞춰 대학과 교수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항공대의 잠재력을 충분히 구현하는데 중점을 둘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김철훈 기자 |
[에너지경제신문 김철훈 기자] 한국형 우주발사체 ‘누리호’ 발사를 계기로 우주개발시대에 국민들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로 전환해 과학기술 분야의 활동도 정상화되면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항공·우주산업의 글로벌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그만큼 국내 항공우주산업의 경쟁력 강화도 절실해 질 수밖에 없다.
항공·우주산업이 우리나라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관련 산업의 인프라뿐 아니라 연구·개발하고 운영할 전문인력도 충분히 확보돼야 한다.
10일 윤석열 정부 출범을 앞두고 지난 70년간 우리나라 항공·우주 전문인재 양성의 요람 역할을 해온 한국항공대학교의 허희영 총장으로부터 새 정부에 바라는 대한민국 항공·우주산업 정책과제를 들어본다. 허 총장은 올해로 개교 70주년을 맞은 한국항공대의 비전도 설명했다. 인터뷰는 지난 4월 하순 경기도 고양시 한국항공대 총장실에서 대면방식으로 진행됐다. <편집자주>
"우리 공항·항공기 엔데믹 방역기준은 선진국과 비교해 과잉규제"
- 코로나 엔데믹으로 해외여행 등 항공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국내 항공산업의 회복을 앞당기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는 무엇인지요.
▲ 우선 인적교류 정상화를 위해 해외 입국자에 대한 방역 규제와 기내 방역용품 착용기준을 선진국 수준으로 완화할 필요가 있다. 국내 사회적 거리두기는 전면 해제됐지만 공항과 항공기 내에서의 방역기준은 아직 선진국에 비해 엄격한 수준이다. 백신접종 완료자도 국내 입국 시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의무화하는 것(현재 3회, 6월 1일부터 2회)이나, 기내에서 승무원이 마스크와 장갑 외에 긴팔 가운까지 착용하도록 하는 것 등은 선진국에 비해 불필요하게 엄격한 조치로, 이를 글로벌 수준에 맞춰 완화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항공기 운항제한시간(커퓨) 폐지, 시간당 항공기 운항횟수(슬롯) 조기 확대를 통해 항공수요 회복에 대응하고, 업계 조기 회복을 위해 공항시설 사용료와 업무시설 임대료 감면기간 연장, 고용유지지원금 지원기간 확대 등도 필요하다.
"국내공항 비항공수입 과다 지적은 공항 역할 이해부족서 나온 것"
-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 등 양대 공항공사의 역할도 중요해 보이는데 조언을 해주신다면.
▲ 공항은 단순한 출입관문을 넘어 ‘공항산업’이라 불릴 정도로 하나의 산업이 되고 있다. 과거 중국·일본 등과 ‘허브공항’ 즉 환승공항 경쟁이 화두였으나, 보잉787기 등 논스톱 운항이 가능한 항공기 등장으로 이제는 ‘허브공항(환승공항)’보다 ‘공항도시(에어시티)’가 중요해지고 있다.
프랑스 ‘샤를드골공항’, 싱가포르 ‘창이공항’이 대표 사례인데 인천공항 역시 넓은 배후부지를 갖추고 있어 문화·쇼핑·비즈니스를 아우른 복합 ‘공항도시’로서의 잠재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일부 정치권 등은 인천공항이 착륙료 등 항공수입보다 면세점 등 비항공수입이 많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하고 있으나 이는 공항의 역할 변화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비롯된 것이다. 인천공항처럼 뻘밭에 조성해 공사비용이 낮았던 장점을 활용해 공항시설 이용료를 낮게 책정하면 일본 나리타 공항 등 주변 공항보다 외국 항공기 유치에 유리하며 이는 관광객 유치를 통한 공항도시 경쟁력 강화에도 유리하다.
새로 출범하는 정부는 이러한 ‘공항산업’의 성장 잠재력을 인식하는 동시에, 네덜란드 ‘스키폴 공항’처럼 ‘원스톱 출입국심사 시스템’을 도입하고 양대 공항공사가 해외 공항사업에 적극 진출할 수 있도록 현재의 예비타당성조사 규제를 완화하는 조치 등도 필요하다.
▲한국항공대 학생들이 항공대의 교육용 항공기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한국항공대학교 |
"한국도 美연방항공청 같은 항공우주 총괄 컨트롤타워 필요"
- 최근 누리호 발사를 계기로 국내 우주산업 육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마침 윤석열 정부가 10일 공식 출범하는데, 새 정부에 항공·우주산업 발전을 위한 제언을 한다면.
▲ 우주산업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된다. 첫째 인공위성, 둘째 발사체, 셋째 인공위성이 수집한 데이터를 가공·활용하는 산업이다. 이 중 인공위성 분야는 큐브셋 등 초소형 위성이 최근 대세인데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등 우리나라 기술이 우수한 수준이다.
발사체의 경우, 나는 지난해 10월 누리호 1차 발사를 ‘성공한 실패’라고 표현한다. 앞으로 완전한 성공을 위해서는 성능개량을 통해 재사용 전제 하에 10회 이상 반복 발사함으로써 보험료를 낮추고 해외에서도 발사를 의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인공위성과 별개로 달 탐사선 개발도 착수해 국산 발사체로 발사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사업의 연속성 유지가 중요하다.
특히 우리나라 항공·우주산업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에 분산돼 있다. 미국 연방항공청(FAA), 미항공우주국(NASA)와 같은 항공우주분야 컨트롤타워가 없는 셈이다. 항공·우주산업을 국가 성장동력으로 키우기 위해 국무총리실 산하에 이를 총괄할 컨트롤타워를 신설할 필요가 있다.
"대한항공에만 항공대학 출신 조종사 1000명 이상 활약"
- 항공·우주산업의 중요성이 커지는 만큼 국내 유일의 항공우주 특성화 대학인 한국항공대학교의 중요한 역할도 빠트릴 수 없는데.
▲ 한국항공대학교는 한국전쟁 중이던 1952년 6월 16일 부족한 전투기 조종사를 양성하기 위해 부산 범일동에서 개교했다.
경기 고양, 경북 울진, 제주에 격납고와 훈련비행장을 갖춘 비행훈련원을 운영하고 있는 항공대는 현재 대한항공에만 1000여명의 항공기 조종사가 재직하고 있는 등 항공대 출신들은 우리나라 항공·우주 분야 곳곳에서 활약하고 있다.
항공·우주산업은 도심항공교통(UAM), 미래항공모빌리티(AAM), 우주상업화(뉴스페이스) 등을 아우르는 대표적인 미래산업이다. 항공대학은 아시아 최고의 항공우주 특성화대학을 목표로 항공우주산업이 반도체, 바이오 등과 같이 우리나라 미래산업으로 자리잡도록 미래를 준비할 것이다.
▲경기 고양시 한국항공대 대학본부 옆에 설치된 대한항공 여객기 모습. 항공대는 학생 실습을 위해 10억원을 투입해 이 여객기 내부에 실습용 실제 기기와 장비들을 설치할 계획이다. 사진=김철훈 기자 |
"국제민간항공기구 교육프로그램 도입, 해외 인턴십·유학생 적극 유치"
- 개교 70주년에 취임한 총장으로서 포부가 남다를 것 같다. 앞으로 펼쳐나갈 학교 비전 소개를 부탁한다.
▲ 지금 모든 대학들은 학령인구 감소, 메타버스 환경 등 생존의 위기를 맞고 있다. 한국항공대학 총장으로서 오는 2025년까지 임기 4년 동안 교육서비스 구매 고객인 학생의 요구에 맞도록 대학과 교수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다.
그동안 항공대학은 내실에 비해 대외 인지도 측면 등에서 저평가돼 있었다고 생각한다. 저 자신이 항공대학 최초 경영학 전공 출신의 총장으로서 현재 대학이 가지고 있는 잠재력을 충분히 구현하는데 중점을 둘 것이다.
먼저 글로벌 표준교육 프로그램인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교육프로그램을 도입하고, 해외 인턴십과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특히 재단인 대한항공과 협력해 실무능력에 초점을 맞춘 인턴십 프로그램을 강화할 것이다. 대한항공은 운항서비스, 항공정비(MRO) 등 국내의 인식보다 글로벌 위상이 더 높다. 재단인 대한항공도 첫 경영학 전공 총장에 기대감을 갖고 있는 만큼 대한항공의 글로벌 브랜드를 적극 활용해 국제화·전문화 시대에 걸맞는 실무형·산업형 인재양성에 주력할 방침이다.
아울러 기업 등 현장 실무경험을 갖춘 교수진 채용에 적극 나서 학생과 산업계의 요구를 충족하는 항공우주교육의 메카로 발돋움할 계획이다.
▲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총장. 사진=한국항공대학교 |
■ 허희영 총장은…항공대 출신 첫 ‘경영학 총장’
올해 1월 한국항공대학교 제9대 총장에 취임한 허희영 총장은 항공대학 최초로 공학 또는 법학이 아닌 경영학 전공 출신의 총장이다.
1957년 강원 춘천에 태어난 허 총장은 1980년 한국항공대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대 경영학 석사, 서울대 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89년부터 항공대학에서 경영학부 교수로 재직해 왔으며 경영학과장, 학생처장, 항공경영대학원장, 항공경영대학장 등을 역임했다.
2003년 한국항공경영학회 초대 회장에 올라 기획재정부 공공기관 경영평가단 위원, 인천국제공항공사 재무리스크 관리위원회 위원, 동중앙아시아경상학회 회장 등을 수행했다.
현재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자산운용 평가위원, 한국방송통신진흥원 자산운용 성과평가위원, 국민연금공단 수탁자책임전문위원, 세계한인무역인협회 국제통상연구원 자문위원장 등을 맡고 있다.
대표저서 ‘항공경영학’을 포함해 ‘경영학원론’, ‘항공서비스원론’, ‘항공우주산업’ 등 다수 저작이 있으며, 120여회 칼럼 게재 등 활발한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한국항공대학교 학생들이 드론을 제작하고 있는 모습. 사진=한국항공대학교 |
■ 한국항공대학은…국내유일 항공우주 고등교육기관 "2025년 亞최고 특성화대학 목표"
한국항공대학교는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지난 1952년 6월 16일 당시 절대 부족을 겪던 전투기 조종사를 양성하기 위해 부산 범일동에서 2년제 학교로 문을 열었다.
이듬해인 1953년 4년제 국립대로 개편됐고, 10년 뒤 1963년 현재의 경기도 고양시로 캠퍼스를 신축이전하고 이후 수색 등에 격납고와 훈련비행장 등을 갖춘 국내 유일 항공우주 특성화 대학으로 자리매김했다.
1979년 당시 국내 유일의 국적항공사인 대한항공의 모기업 한진그룹이 인수해 문교부(현 문화체육관광부) 소관 국립대에서 종합 사립대학으로 변신했다.
한국항공대학은 3개 대학, 2개 독립학부, 15개 학과·학부에서 항공기·드론 등 유무인 항공기의 설계, 제작, 정비, 조종, 관제, 운항서비스, 공항관리를 아우르는 전문인재를 양성하고 있으며, 전임교원 1인당 연구비 국내 대학 최상위권 등 우수한 교육환경을 갖추고 있다.
항공대학은 이달 26일 개교 70주년 기념행사를 개최하고, 앞으로 4년간의 발전계획인 ‘비전 2025’를 공개할 예정이다.
‘비전 2025’는 올해 1월 취임한 허희영 총장의 항공대학 발전 구상으로, ‘아시아 최고의 항공우주 특성화 대학’을 목표로 하고 있다.
‘3대 핵심사업’으로 지속가능한 재정확충, 우수 신입생 확보, 산학협력 강화를 설정했으며, 세부 목표로는 ‘입학성적 수도권 상위 20% 대학’, ‘대학평판도 전국 상위 20위 이내’, ‘취업률 80% 이상’ 등을 내용으로 하는 ‘20-20-80’ 달성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항공대학은 교육환경 등 기존의 높은 잠재력이 비해 저평가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는다는 방침이다.
글로벌 표준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기업 등 현장 출신 교수진 채용을 확대하며 대한항공과 연계한 인턴십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항공대 졸업생의 대한항공 취업 기회를 기존보다 더 넓히는 것 등이 주요 내용이다.
항공대학은 코로나19로 지난 2년간 졸업생 취업률이 기존 80%대에서 60%대로 떨어지는 등 어려움을 겪었으나, 조만간 항공시장이 크게 회복할 것으로 보고 대한항공과 함께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항공전문가와 항공우주 과학인력 양성에 앞장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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