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공기업간 '적자 메우기' 논란…가스公, 발전용 가스요금 낮춰 한전 지원?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2.05.11 17:10

발전용 천연가스 요금 내리고 민수용 올려…이달 SMP 30% 하락 원인



한전 부담 줄고 가스공사 부담 늘어나는 결과



가스요금 가격 정상화로 가는 과정이라는 반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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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가스 공급 배관망의 모습.


[에너지경제신문 이원희 기자] 글로벌 급등세를 보이는 천연가스의 국내 도매요금 중 발전용만 인하된 것을 두고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에너지 공기업 간 품앗이 논란이 제기됐다.

정부는 지난 1일부터 천연가스 도매요금 중 민수용을 올리고 발전용은 거꾸로 내렸다. 이후 전력 도매가격이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액화천연가스(LNG)는 주요 발전 연료이고 천연가스 발전용 요금의 변화는 전력도매가격에 변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정부가 천연가스 발전용 요금을 낮춰 흑자를 보이는 한국가스공사가 재정 부담을 더 지는 대신 적자 누적 상태에 있는 한국전력공사의 부담을 덜어내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전은 발전 연료비의 고공행진에도 정부가 최근 물가 안정 등을 이유로 대표 공공요금인 전기요금 인상을 억제하면서 적자 폭을 키우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니 가스공사가 천연가스 발전용 요금 인하를 통해 한전의 적자를 메워주는 돌려 막기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가스공사와 한전은 같은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공기업이다. 동일 부처의 감독을 받는 공기관 끼리 요금조정을 통해 어려울 때 돕도록 하는 이른바 정부 품앗이 정책의 일환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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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년간 월평균 SMP 변화 추이. (단위: kWh/원) 자료= 전력거래소


11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전력도매가격인 이달 평균 계통한계가격(SMP)은 kWh당 140.6원으로 지난달 202.1원에서 무려 61.5원(30.4%)이나 떨어졌다. 이는 발전용 천연가스 요금의 인하에 때 맞춰 나타난 현상이다. 이에 대해 비싸게 구매하는 발전용 천연가스의 현물시장 구매분이 감소하고 저렴한 계약 물량이 들어왔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앞서 산업부는 지난 1일부터 천연가스 도매요금 중 민간용인 주택용은 지난달 MJ당 13.5원에서 이달 14.5원으로 1.0원(7.4%), 일반용 11.7원에서 12.9원으로 1.2원(10.2%) 올리고 발전용은 23.5원에서 18.0원으로 5.5원(23.4%) 내렸다.

이같은 가스요금 인상에 대해 산업부 관계자는 "최근 가스시장 불안정에 따라 국제 가격이 급등해 원료비 인상 요인이 큰 폭으로 발생했지만, 국민 부담 및 물가 안정을 고려해 공급 비용을 낮춘 것"이라고 말했다. 민수용 요금은 요금 상승 우려 등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서 결정된다고 알려졌다.

SMP는 발전하는 발전소 중 가장 비싼 발전소 발전 비용으로 정해진다. 발전 비용은 LNG 발전이 가장 비싼 것으로 전해졌다. SMP가 LNG 발전 단가를 기준으로 정해진다는 뜻이다. 결국 천연가스 비용이 오르면 SMP도 오르는 구조다.

SMP가 오르면 한전은 전기를 팔 때 적용되는 전기요금이 오르지 않을 경우 발전사로부터 전기를 비싸게 사와야 해 적자를 보는 구조다. 전기소매요금은 SMP만큼 올라가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SMP가 계속 오르면서 한전은 지난해 5조8601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한 에너지 컨설팅 업체 대표는 "SMP가 갑자기 하락하자 신재생에너지 사업자들을 중심으로 가격 결정 과정에서 의구심을 보이고 있다"며 "세계적 추세와 달리 민수용과 발전용 천연가스 가격이 따로 가는 것에 대한 명확한 혜명과 업계 이해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에너지업계 한 인사는 "정부가 복잡한 정산구조를 내세우면서 민수용은 올리고 발전용을 내렸다고 설명하지만 결국 한전 적자를 우려해 가격을 차별한 것"이라며 "국민 입장에서는 가스공사와 한전 중 누가 손해를 보던 조삼모사인 셈"이라고 밝혔다.

산업부 한 우산 아래 있는 가스공사와 한전이 수익을 이쪽 주머니에서 저쪽 주머니로 옮기며 사실상 공기업 경영 실적을 분식하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뜻이다.

에너지 관련 전문가는 "윤석열 정부가 앞서 예고한대로 문재인 정부에서 도입하고도 유명무실화한 전기요금 연료비 연동제를 실효화해 연료비가 오르면 전기요금을 곧바로 인상하는 정면돌파를 선택하는 것이 꼼수 지적 또는 오해, 부작용을 줄이는 방안"이라고 조언했다.

다만 이달 천연가스 요금 조정은 정부의 시장통제가 아닌 정산단가 방식에 따라 가격 정상화로 가는 현상일 뿐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민수용 상승은 그동안 밀려온 미수금으로 오르고 발전용은 원료비 연동제에 따라 오른 것이란 해석이다.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민수용은 4조원 정도 쌓여있는 미수금을 받기 위해 정산단가만 올린 것이다. 민수용은 그동안 겨울철에도 올라가지 않고 미수금만 쌓여있었다"며 "상업용과 발전용은 꾸준히 올려 왔다. 최근에는 날씨가 따뜻해져 천연가스를 현물시장에서 비싸게 사지 않아도 돼 최근에 원료비 하락을 반영해서 떨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수금이 많이 쌓여 있어 아직 가격이 현실화하지 않았다"며 "가격이 정상적인 현실화 과정을 가고 있다고 보인다"고 덧붙였다.


wonhee454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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