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51살 여의도 시범아파트 60층으로…한강변 대변신 ‘예고’

김기령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2.05.15 11:35

서울시, 시범·한양아파트 초고층 재건축 발표

"이번엔 여의도 재건축 물꼬 트이길" 기대 고조

매수 문의 대비 거래 성사 건수는 손에 꼽아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에 2년 실거주 요건 탓

시범아파트

▲서울 여의도에서 가장 오래된 단지인 시범아파트와 단지 뒤로 보이는 63빌딩 모습. 서울시는 지난달 이 단지를 최대 60층으로 짓겠다고 발표했다. 사진=김기령 기자


[에너지경제신문 김기령 기자] 서울 여의도의 대표적인 재건축 단지인 시범아파트와 한양아파트가 용도지역 종 상향을 통해 최대 60층 초고층 단지로 조성된다는 계획이 발표되자 여의도 일대가 들썩이고 있다. 인근 주민들은 지지부진했던 재건축 사업이 물꼬를 트길 바란다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15일 기자가 찾은 여의도 아파트지구 일대는 15층 이하의 비교적 층수가 낮은 아파트들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었다. 아파트 외관은 페인트가 벗겨지는 등 한 눈에 봐도 노후도가 상당히 진행됐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여의도에서 가장 오래된 아파트인 시범아파트는 1971년에 지어져 올해로 준공한지 51년이 됐다. 한양, 장미, 목화 아파트 등도 1970년대 중후반에 지어진 단지로 50살을 앞두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곳 주민들의 재건축 사업에 대한 염원은 크다. 재건축 사업 추진 소식을 전하는 현수막도 단지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여의도 주민 A씨는 "여의도 아파트는 전부 워낙 낡아서 사는 데 불편한 점이 한 두 개가 아니다"라며 "시범, 한양 아파트부터 재건축이 빨리 진행되면 다른 단지들도 순차적으로 될 테니까 이번에 초고층 단지 조성 계획이 발표돼서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난달 28일 시범아파트와 한양아파트 신속통합기획 초안에 대해 주민 설명회를 개최했다. 주요 골자는 용도지역 변경, 종 상향을 통해 용적률을 높여 50층 이상 초고층으로 짓겠다는 것이다.

시범, 한양아파트는 현재 3종 일반주거지역인데 서울시가 이를 준주거지역이나 상업지역으로 상향해 용적률을 높이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이 계획대로라면 시범아파트는 최고 60층, 한양아파트는 최고 50층으로 탈바꿈한다.

초고층 단지 조성 계획이 발표되면서 재건축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기대에 매수 문의도 늘었다. 시범아파트 인근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초고층 재건축 내용이 기사화된 이후 매수 문의가 부쩍 늘었다"며 "지금 매수해도 새 아파트를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 가장 많이 들어온다"고 귀띔했다.

한양아파트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한양아파트 전경. 사진=김기령 기자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시범아파트 전용면적 60㎡는 지난 5일 17억4500만원에 손바뀜됐다. 동일 면적의 직전 거래는 지난 2020년 12월로 13억8500만원에 거래된 바 있다.

대교, 화랑아파트와 통합재건축을 추진 중인 장미아파트는 지난달 13일 전용면적 133㎡가 25억5000만원에 거래되면서 동일 면적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한양아파트 전용면적 109㎡는 지난달 14일 20억30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하지만 매수 문의 대비 실제 거래가 이뤄지는 경우는 손에 꼽는다고 인근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우선 매수자와 매도자가 생각하는 가격 갭 차이가 좁혀지지 않는데다가 시중에 나와 있는 매물 자체도 찾기 힘들어서다. 이날 기준 총 가구 수가 1508가구에 달하는 시범아파트에서 매물로 나온 건 3~4가구에 불과하다.

시범아파트 인근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특히 시범아파트의 경우 워낙 대단지인데다가 초고층 이슈까지 나오면서 다른 단지보다 집주인들이 부르는 매도호가가 높은 편"이라며 "매수자가 생각하는 가격 조건을 맞출 수가 없어서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매수할 충분한 현금이 있다하더라도 50년 된 아파트에서 최소 2년을 실거주하겠다고 결심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도 거래 성사가 어려운 이유로 꼽힌다.

여의도 아파트지구 일대는 압구정·목동·성수 전략정비구역 등과 함께 지난해 4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이후 매수자가 2년간 실거주를 해야 한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은 지난달 재지정되면서 이러한 조치는 1년 더 연장됐다.

여의도 인근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50년이 넘은 노후 아파트를 대출 없이 30억원 가량을 현금으로 거래하고 실거주까지 할 수 있는 수요자가 몇이나 되겠느냐"며 "거래가 안 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꼬집었다.

반면 서울시가 신속통합기획을 적극 추진해 재건축 사업을 빠르게 진행하겠다고 나섰지만 이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이들도 많다.

여의도 주민 B씨는 "서울시에서 재건축해주겠다고 하는 것도 아직 계획 단계일 뿐 시작한 게 없지 않냐"며 "상업시설도 아니고 주거단지는 30층 정도 높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하는데 높게 짓는 게 기부채납을 많이 받기 위함이거나 다음 달 지방선거 앞두고 정치적으로 접근한 것 아닌가 싶다"고 쓴소리했다.

여의도 내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여의도 일대를 준주거지역으로 변경해서 용적률을 높여주겠다는 계획은 박원순 시장 이전에 오세훈 시장이 재임할 때부터 나왔던 것"이라며 "서울시가 몇 년째 계획만 발표하고 정작 사업은 계속 허가내주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이번에도 사업 추진이 안 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는 주민들도 많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이번 사안에 대해 올 하반기 주민 공람 등을 거쳐 최종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계획대로 추진되면 시범아파트는 현재 최고 13층, 1584가구에서 최고 60층, 2400여가구로 재탄생하며 한양아파트는 최고 12층, 588가구에서 최고 50층, 1000여가구로 커질 전망이다.

giryeong@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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