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로 피해를 본 과수원. 연합뉴스 |
[에너지경제신문 오세영 기자] 기후위기로 식량안보 위기가 위협받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대지 기온이 올라가면서 강수량이 많아지는 등 기후가 바뀌기 때문에 재배지형도 변한다. 게다가 지구가 습해지면 해충도 많아지기 때문에 농산물 생산량이 낮아질 수 밖에 없다.
우리나라도 식량위기에서 벗어날 수 없다. 식량자급률이 전세계 국가들 가운데 낮은 수준에 그치는데다가 곡물 소비량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17일 전문가들에 따르면 기후위기에 따른 식량위기가 이미 지속되고 있으며 이에 대한 대안으로는 해외농업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스마트 팜 농법을 꾸준히 개발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나온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은 "현재 전세계적으로 곡물 생산에 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중국에서는 코로나 영향으로, 인도에서는 폭염으로, 북미에서는 가뭄으로 밀 생산이 대폭 줄어든 상황이다"라며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곡물 생산량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건 기후변화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 2020년에는 한반도에 이상저온현상과 세 차례 태풍이 연이어 들이닥치면서 큰 규모의 농작물 피해가 발생했다. 기상청의 ‘2020년 이상기후 보고서’에 따르면 겨울철 기온이 평년보다 높아 과수 개화기가 빨라졌지만 봄철에는 이상저온으로 4만3554ha 규모의 농작물 피해가 발생했다.
이후 7월과 8월 사이에 장마기간동안 지역별로 시간당 30mm 이상 폭우도 쏟아져 3만3492ha 규모 농작물이 침수되기도 했다. 태풍 바비와 마이삭, 하이선은 총 12만3930ha의 농작물 피해를 남겼다. 전년인 2019년 태풍으로 입은 피해가 7만8014ha이었던 것에 비해 4만5916ha(58%)늘어났다.
지금과 같은 추세로 온실가스 배출이 계속될 경우 21세기 말 한반도의 평균 기온은 지금보다 4.7도 올라갈 것으로 전망되며 한국인의 주식인 쌀 수확량은 25% 이상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도 나왔다.
지난 2월말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발표한 ‘6차 평가보고서(Assessment Report 6, AR6) 제2실무그룹 보고서(WGII)’에 따르면 현재처럼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경우(RCP8.5 시나리오) 작물생산-축산 지역이 2050년에는 10%, 2100년에는 30% 이상 기후적으로 부적합 환경에 처할 전망이다.
IPCC는 식량 안정성과 영양실조가 지속적으로 악화될 예상임에도 지금까지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한 대응을 마련하는 데에는 실패했다고 판단하면서 현재의 적응 능력에도 식량 감소의 영향은 막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기후변화로 한반도 과일 재배지도 바뀔 전망이다. 농촌진흥청은 최신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반영해 주요 과일의 총 재배 가능지(재배 적지와 재배 가능지)를 2090년까지 10년 단위로 예측한 결과, 사과 재배지가 급격하게 줄어들어 2070년에는 강원도 일부 지역에서만 재배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배의 총 재배 가능지 면적은 2030년대까지 증가하다가 2050년대부터 줄어들고 2090년대에 강원도 일부 지역으로 좁혀진다. 복숭아 총 재배 가능지 면적은 2030년대까지 과거 30년간 평균 면적보다 소폭 늘어나지만 이후 급격히 줄어 2090년대에는 강원도 산간지에서만 재배가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포도는 총 재배지 면적을 2050년대까지 유지할 수 있지만 이후 급격히 줄어들며 2070년대에는 고품질 재배가 가능한 지역이 급감할 전망이다.
반면 따듯한 지역에서 재배하기 쉬운 단감과 감귤은 2070년대까지 총 재배 가능지가 꾸준히 증가한다. 진흥청 예측에 따르면 감귤 재배 한계선은 제주도에서 남해안과 강원도 해안지역으로 확대된다.
기후위기에 따른 식량 위기에 미리 대응하지 않으면 먹거리 공급 부족에 따른 빈부격차가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는 곡물과 식량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데 해외 생산량마저 감소한다면 우리나라가 수입할 때 곡물을 사들이는 비용 부담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식량자급률은 45.8% 수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최하위다.
곡물 소비량의 80% 정도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쌀을 제외한 밀·콩·옥수수 등 나머지 주요 곡물들은 대부분 수입한다. 주식인 쌀 자급률은 92.1%다. 하지만 전체 곡물 자급률에서 쌀을 제외하면 밀 0.5%, 옥수수 0.7%, 콩 6.6% 등으로 3.4%에 지나지 않는다. 밭작물 생산 기반이 취약해 대외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사료용을 포함한 곡물 자급률은 더 떨어진다. 유엔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곡물 자급률은 2020년 기준 19.3%다. 소비되는 곡물 중 80% 이상을 수입해야 한다. 정부는 지난 2013년 발표한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발전계획’에서 2022년 식량 자급률 목표를 60%, 곡물 자급률 목표를 32%로 정했다. 하지만 목표 달성이 어려워지자 2018년에 그 목표치를 각각 55.4%, 27.3%로 낮췄으나 이 역시 달성하는 데 실패했다.
농촌진흥청은 보고서를 토대로 21세기 말까지 한국인의 주식인 쌀 수확량이 25% 이상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반 센터장은 "식량 위기는 우리나라 밥상 물가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며 "육류나 유제품, 곡물, 야채, 과일, 커피, 라면까지 모든 밥상 물가가 이미 올랐고 앞으로도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식량 공급에 더 차질이 생길 경우 수입을 위해 지출이 많아지기 때문에 국가적으로도 부담이 많아진다"며 "전체적인 식량 자급률이 낮고 전부 수입에 의존하다 보니 콩, 밀, 옥수수, 등 가격이 오르면 결국 식품물가 오르는 건 당연하다"고 덧붙였다.
식량위기에 대응할 방법으로 해외농업개발사업과 스마트 팜 빌딩 구축 등이 꼽힌다. 자원개발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방법으로 공급망을 구축해야 한다.
반 센터장은 "단기적으로 식량안보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 해외농업개발사업도 꾸준히 진행해야 하지만 국내에서도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스마트 팜 빌딩을 세우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반 센터장은 "우리나라에 농사를 지을 부지도 마땅하지 않은 상황이다 보니 인공지능과 4차 산업을 결합해 빌딩 전체를 농장으로 만드는 스마트 팜 빌딩을 만들어 농작물 생산에 이용할 수 있다"며 "다만 하나의 방법일 뿐 국민 전체의 먹거리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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