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노무현도, 투기과열지구도, 서울도 “이재명”...계양을 지지율 위기 ‘이슈 블랙홀’로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2.05.23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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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인천 계양구을 후보가 울산시 남구 삼산동 롯데호텔 앞에서 송철호 울산시장 후보 등 6·1 지방선거 나서는 울산지역 후보들과 함께 지지를 호소하는 모습.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안효건 기자] 당초 새 정부 출범 효과를 차단할 카드로 주목 받았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계양을 출마가 도리어 민주당에 부담이 되고 있다.

당장 본인부터 당선을 장담할 수 없는 여론조사 결과가 잇따르자 민주당에 대한 비판 여론의 상징처럼 작용하면서다. 이 후보는 당 지지율 하락을 자신의 지지율 접전 이유로 들고 있지만, 국민의힘은 이 후보를 고리로 다른 이슈들을 흡수·재생산하는 양상이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23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경기도의 투기과열지구 등과 관련해 이 후보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김용태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노 전 대통령 서거 13주기인 이날 이 후보에 "대장동·백현동 게이트, 성남FC 후원금 의혹 등 각종 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데도 명분 없는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로 불체포 특권을 이용하고자 하는듯한 추태를 보이고 있다"며 "단순히 당적이 같다는 이유만으로 노 전 대통령의 정치적 동지라 할 수 있겠나"라고 지적했다.

성일종 정책위원장은 김동연 민주당 경기지사 후보가 전날 정부와 경기도에 경기도의 투기과열지구 및 조정대상지역 재검토를 요청한 것을 놓고 "투기과열지구 지정의 법적 권한이 있었던 이재명 전 경기지사는 경기도를 버리고 자신이 비하했던 지역의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도망갔다"고 꼬집었다.

이밖에 국민의힘은 타 지역 선거 상황과도 ‘이 후보 이슈’를 연계했다.

박민영 대변인은 페이스북에서 이 후보가 이날 김해, 부산 등을 방문하느라 계양을 일정이 없는 점을 지적한 뒤 "이 후보는 고작 25일이라는 시간조차 온전히 계양을 위해 쓸 마음이 없나. 계양 주민들을 무시하는 무성의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계양을이 지역구였던 송영길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를 향해 "인천에서 5선 국회의원하고 시장 하신 분이 갑자기 서울시장을 한다고 할 때부터 자연스럽지 않았다"면서 "며칠 후에 이 후보가 난데없이 인천에서 국회의원으로 나온 모습을 보며 송 후보가 이재명 조기 등판에 기획·연출·감독·주연까지 한 것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국민의힘의 이런 공세는 불과 2달 전까지 유력 대선주자였던 이 후보가 이른바 ‘텃밭’으로 불리는 계양을에서 ‘0선’인 윤형선 국민의힘 후보와 오차범위 내 접전 중이라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자, 부정적 여론을 전국까지 확장할 수 있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여론조사기관 에스티아이가 지난 19∼20일 계양을 선거구에 사는 만 18세 이상 88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3%p, 휴대전화 가상번호 자동응답 방식으로 실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에서 이 후보 지지율은 45.8%, 윤 후보는 49.5%로 각각 집계됐다.

이런 판세에 이 후보는 자신 뿐 아니라 전체적인 선거 상황 자체가 열세라는 판단을 내놨다.

이 후보는 이날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최근 민주당 지지율이 급락하면서 우리 후보들이 전체적으로 어려운데 저라고 예외는 아닌 것 같다"며 "조사 결과를 존중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방선거 판세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 취임, 한미정상회담의 컨벤션 효과가 영향을 크게 미친다"라며 "최근 당내에 생긴 여러 문제와 민주당에 대한 불만이 계속 악순환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이 후보가 예상 외 고전을 겪는 상황에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이 후보의 ‘정치적 치명타’를 기대하는 예상도 나온다.

김근식 국민의힘 전 비전전략실장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이 후보가 계양의 덫에 빠져서 허우적거리고 있다"며 "계양을 꽃길 출마를 ‘병살타를 거쳐서 스리 아웃으로 가는 길’이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그는 "계양을도 (이 후보가) 질 수 있고 인천시장도 지게 생겼다. 가장 큰 지역적 정치기반이었던 경기지사마저도 바람이 불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지금 김동연 후보가 이 후보랑 거리두기하고 색깔 지우기하고 있지 않는가"라며 "경기지사까지 만약에 진다면, 계양을 지키기는커녕 인천시장까지 병살타로 끝나고 경기지사까지 쓰리 아웃으로 퇴장하지 않을까"라고 전망했다. 민주당이 이 후보로 인해 지난 대선에서 우세했던 경기·인천마저 잃게 되면, 차기 대선 뿐 아니라 이 후보의 정치 재기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전망이다.


hg3to8@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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