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수소경제 길 열렸다"…수소법 국회 본회의 통과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2.05.30 01:35

- SK, 두산 등 대기업들 43조원 규모 수소경제 투자 본격 추진



- 윤석열 정부, 수소산업 육성 110대 국정과제…민주당도 찬성



- 내년 말 청정수소 전용 계약 시장 개설, 청정수소인증제 2024년 시행



- 원전, 천연가스 수소 포함 여부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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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국회에서 열린 제397회 4차 본회의에서 수소법 개정안이 통과되고 있다.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수소 경제 육성 및 수소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이원욱·송갑석·정태호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대표발의, 이하 수소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업계의 기대가 커지고 있다. 정부 주도의 수소산업 육성 계획을 구체화하는 법인 만큼 수소연료전지발전 등 관련 사업을 준비 중인 기업들의 적극적인 행보가 예상된다.

특히 SK·현대자동차·포스코·한화·효성 등 대기업들이 계획하고 있는 43조원 규모의 수소경제 투자가 본격 추진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상향된 RPS 비율에 따른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자들의 부담도 해소할 수 있을 전망이다.

30일 업계와 국회에 따르면 국회는 지난 29일 수소법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지난해 7월 상정돼 1년 가까이 계류된 끝에 국회의 문턱을 넘은 것이다. 과반 의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이 찬성하고 윤석열 정부 역시 수소산업 육성을 110대 국정과제에 포함시킨데다 추경안 합의를 앞두고 상정된 모든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수소법도 무난히 의결됐다. 업계는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한 기반이 마련됐다며 반기는 분위기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원전 수소 육성 기조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시행 유예기간이 6개월인 이 법안은 연말부터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세계적으로 올해를 기점으로 청정수소 산업이 본격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지난 2020년 9000만톤(t)이었던 전 세계 수소 수요가 2030년 2억톤, 2050년엔 5억3000만톤으로 늘어날 걸로 전망된다.

지난해 정부 계획에 따르면 국내 수소 사용량은 현재 22만톤에서 2030년 390만톤, 2050년 2700만톤으로 늘어나는데,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청정수소 비율은 현재 거의 0%에서 2050년 100%로 높이지게 된다. 국회의 수소법 개정과 윤석열 정부의 수소산업 육성계획에 더해, 국제적으로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수급 차질을 빚고 있는 화석연료를 대신해 여러 국가가 수소를 포함한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키우려는 상황인 것이다.

SK와 두산그룹 등 업계는 이번 법안 통과에 특히 주목하고 있다. 이미 국내 수소연료전지 발전 밸류체인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료전지 외에도 탄소중립 실현과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를 위해 청정수소 생산 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만큼 법 개정에 따른 수혜를 직접적으로 볼 것으로 관측된다.

한 연료전지업계 관계자는 "수소법이 개정되면 정부 지원도 가시화해 상용화가 앞당겨질 거고 업체들의 사업 추진에도 속도가 붙을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 청정수소 전용 계약 시장 내년 말 개설

수소법 제정으로 발전소로 전기를 만드는 전기사업자는 생산 전력의 일정 비율을 청정수소로 채워야 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청정수소 전용 계약 시장이 내년 말 개설되고 청정수소 인증제는 이르면 2024년 시행된다.

청정수소 전용 계약 시장은 수소 발전소가 연도별로 정해지는 국내 전체 수소발전 생산량 범위 내에서 이뤄지는 전용 구매입찰 참여를 거쳐 계약을 맺고 수소전력을 생산, 전력거래소에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시장이다. 연도별 국내 전체 수소발전 생산량은 올해 말 수립 예정인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규정될 예정이다.

청정수소 전용 계약 시장 개설은 사실상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와 유사한 수소발전의무화 도입으로 업계에선 받아들여지고 있다. 청정수소 인증제는 수소 생산 전체 과정(저장·운송 포함)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양을 기준으로 수소의 등급을 매겨 탄소 양을 적게 배출하는 등급 수소를 생산 및 소비할 경우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제도다.

청정수소는 생산과정에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거나 적은 수소를 말한다. 청정수소의 안정적인 수요를 보장하고 생산업체에겐 인증을 부여해 각종 정부 지원을 해주겠다는 게 법안의 골자다.

산업부 관계는 "법안이 통과된 만큼 연간 수소 발전량, 청정수소인증제와 수소발전시장 운영에 대한 세부적인 규정을 조속히 마련할 계획"이라며 "경쟁 입찰이긴 하지만 해당 발전량 만큼은 사업자들에게 보장하는 것이니 만큼 사실상의 의무화라고 볼 수 있다. 10차 전력수급계획과 연계해 올해 연말까지 완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기존에 가동되고 있는 연료전지발전은 기존대로 RPS로 인정된다. 또한 현재 연료전지 발전소 공사계획 인가를 받고 공사중인 사업자인 경우에는 1년의 경과 조치를 두고 RPS 시장이나 수소 발전 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선택권 줄 예정이다. 1년의 기한은 올해 연말 법안이 시행될 경우 내년 말까지이다. 이후 건설되는 연료전비발전 설비는 모두 수소 발전 시장에 편입된다.


◇ 업계, 원전 수전해·천연가스 개질수소 청정수소 포함여부 주목

산업부에 따르면 실질적인 청정수소인증제 운영 시점은 제도정비가 마무리되는 2024년 혹은 2025년이 될 전망이다. 현재 대부분의 연료전지발전용 수소는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는 천연가스 개질(改質) 방식으로 생산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해당 수소가 연말에 마련되는 청정수소 범위에 해당될지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산업부 측은 "천연가스 개질수소의 경우 현재 설계하고 있는 청정수소인증제에서 온실가스 배출량 기준 안에 들어오면 청정수소로 인정되겠지만 만약 범위를 벗어난다면 빠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국내에서는 천연가스 개질 수소만 생산되고 있다. 원자력이나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기를 통해 수소를 생산하는 수전해의 경우 이제 실증 기술 개발 단계다. 청정수소 생산 시점은 2025년 이후로 보고 있다"며 "청정수소 생산 기술과 제도를 미리 선제적으로 마련해 기업들이 무리 없이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사전에 준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원자력을 활용해 생산한 수소는 사실상 ‘청정수소’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번 법안에서 말하는 청정수소에는 원전을 통해 만든 수소도 당연히 포함될 수 있다. 청정수소 인증은 원전, 천연가스, 태양광이나 풍력 등 발전원, 수전해, 개질 등 생산방식이 아닌 온실가스 배출량 기준에 따른다. 어느 생산 방식이든 그 기준만 충족하면 청정수소로 인정된다. 기술적인 제한을 두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어 "법안에 핑크수소, 그레이수소 같은 명칭은 사용되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물론 민주당에서도 다 검토한 사안"이라며 "온실가스 배출 기준 충족 등 구체적인 청정수소의 범위는 법안 시행 후 연구용역을 거쳐 연말 쯤 시행령으로 정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jj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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