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빌라 거래 건수, 전체 주택의 62%…‘빌라 전성시대’
빌라 매수 시 낮은 환금성·현금청산 등 위험 요소는 ‘여전’
“준공 30년 이상·권리산정기준일 이전 준공 빌라가 안전”
▲서울 양천구 신정동의 빌라가 밀집해 있는 한 주택가. 사진=김기령 기자 |
[에너지경제신문 김기령 기자] 최근 2∼3년간 급등한 아파트 가격에 부담을 느낀 수요자들이 아파트 대신 빌라(다세대·연립주택) 매매로 눈을 돌리면서 빌라 거래가 급증하고 있다. 빌라 거래량이 아파트 거래량을 넘어서는 등 ‘빌라 전성시대’가 도래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빌라는 아파트에 비해 환금성이 떨어지는 데다 관리청산기준일 이후 지어진 신축빌라의 경우 현금청산 위험이 있어 전문가들은 투자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2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 지역 빌라 거래 건수는 지난해부터 매월 아파트 거래 건수를 넘어서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주택유형별 거래 자료에 따르면 지난 4월 서울 지역에서 거래된 전체 주택(단독·다가구·다세대·연립주택·아파트) 6120건 중 빌라(다세대·연립주택) 거래 건수는 3808건으로 전체의 62.2%를 차지했다. 반면 이 기간 아파트 거래 건수는 1624건으로 전체의 26%에 불과했다. 월별 빌라 거래 건수를 살펴보면 지난 3월 거래 건수는 빌라가 3303건, 아파트가 1236건이었고 지난 2월에는 빌라가 2777건, 아파트가 1404건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빌라는 아파트에 비해 저렴해서 초기투자자본이 적게 든다. 이 때문에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자금력이 부족해진 수요자들이 빌라 매매로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재개발 지역 내 빌라를 매수할 경우 향후 시세차익을 얻기에 용이하다는 점에서 빌라 선호도가 높아지는 추세다.
빌라를 매수하려는 이들이 많아지자 서울 노후 빌라촌의 경우 최근 2~3년 사이 빌라 실거래가 역시 많이 올랐다. 서울 마포구 도화동의 한 다세대주택 전용면적 60㎡(2층)는 지난 4월 7억9300만원에 매매됐다. 같은 층의 전용면적 65.4㎡가 지난 2020년 10월 5억30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1년6개월 사이에 2억6000만원이 오른 셈이다.
하지만 빌라 매매의 고질적인 문제인 낮은 환금성은 수요자 입장에서 여전히 위험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경기 수원시에 거주하는 40대 A씨는 "3년 전 매수한 경기도 외곽의 신축 빌라를 매물로 내놨지만 1년째 팔리지 않고 있다"며 "공인중개사사무소에서는 가격을 더 낮추면 거래가 될 것이라고 조언했지만, 시세보다 낮게 내놓자니 손해를 보는 것 같아 고민이다"라고 토로했다.
재개발 가능성이 높은 지역 내 빌라를 매수할 경우에는 환금성 외에도 주의할 요소가 더 많다. 전문가들은 빌라 노후도와 권리산정기준일을 잘 알아보고 투자해야 한다고 말한다. 노후도가 높을수록 즉, 준공한 지 30년이 넘는 주택이 많은 지역일수록 재개발 구역 지정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재개발 가능성을 내다보고 노후 빌라를 매수하려는 수요자들은 빌라 노후도를 확인해야 한다"며 "단순히 외관상 오래돼 보인다고 매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빌라의 경우 준공한 지 30년이 넘는지, 단독주택은 20년이 넘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매수하기 전에 권리산정기준일 이전에 준공된 빌라인지 확인해야 한다. 권리산정기준일 이전에 준공된 빌라일 경우에만 현금청산 대상에서 제외돼 향후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있어서다.
권리산정기준일은 재개발 사업 형태에 따라 달라지는데 공공재개발 1차 후보지의 경우 권리산정기준일이 2020년 9월23일이다. 공공재개발 1차 후보지에 투자하려면 2020년 9월23일 이전에 준공된 빌라를 매수해야 재개발에 따른 투자 가치가 발생하는 것이다. 공공재개발 1차 후보지 외 다른 재개발 사업지들은 권리산정기준일이 2022년 1월28일로 일괄 적용된다.
김 소장은 "내가 매수하려는 빌라가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이 됐는지 아닌지를 알아보고 권리산정기준일을 기준으로 해당 빌라의 준공 날짜를 확인해야 한다"며 "여러 요소들을 유념하고 빌라를 매수해야 위험 부담을 낮출 수 있다"고 조언했다.
giryeong@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