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전력대란 예고에 ‘기저발전 역할론’ 부상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2.06.07 15:07

지난 4월 천연가스 가격 폭등에 가스발전 단가 원자력 단가 대비 31배까지 상승



발전설비 이용률이 낮은 저기발전 제한 한시적 완화 등 유연한 대처 필요성 대두

폭염

▲올 여름 폭염에 대한 위기 경고가 이어지면서 기저발전 역할론이 부상하고 있다.


[에너지경제신문 김연숙 기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따른 국제 천연가스 가격 폭등 현상이 지속되는 가운데, 올 여름 최악의 폭염 경보가 이어지면서 에너지 안보 위기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냉방수요가 급증하는 여름철로 접어들면서 에너지 빈곤층에 큰 부담을 주는 ‘전기료 폭탄’이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7일 전력거래소 등에 따르면 지난달 월평균 최대전력은 지난해 5월보다 4.5% 증가한 6만6243㎿를 기록했다. 이는 2005년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이래 5월 기준 역대 최고치이다. 한반도에 최악의 폭염이 강타했던 지난 2018년 5월 기록한 기존 최고치(6만4337㎿)를 4년 만에 경신했다.

이와 함께 기상청은 올여름 기온이 8월 말까지 평년보다 높을 확률이 크다는 예보를 내놨다. 월평균 최대전력은 지난 2018년 8월 8만710㎿를 기록, 처음으로 8만㎿ 선을 넘은 데 이어 지난해 7월 8만1158㎿까지 치솟아 기존 기록을 갈아치운 바 있다.

최근 블룸버그통신 또한 ‘일반적으로 북반구에서 여름은 전기 사용량이 정점에 달하는 시기’라며 ‘올해는 전쟁과 가뭄, 생산부족이 겹치면서 잦은 블랙아웃과 함께하는 뜨겁고, 치명적인 여름이 오고 있다’고 전했다.

폭염 가능성과 에너지 위기 상황을 고려해 올해는 한시적으로 기저발전 제한을 완화하는 등의 유연한 대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가정용 에너지 소비는 ‘냉·난방도일’이 평년 수준대비 낮아지며 3%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평년대비 따뜻한 겨울과 시원한 여름을 지낸 덕분이다.

냉·난방도일은 매일의 하루 평균기온과 기준 온도 18℃의 차이를 날짜별로 누적, 하루 평균기온이 기준 온도보다 높은 경우는 냉방도일로, 낮은 경우는 난방도일로 계산하는 것을 말한다.

냉·난방용 에너지만을 고려하면 지난해의 경우 냉·난방 도일이 평년 대비 각각 118.9도일, 23.7도일 감소하며 난방용, 냉방용 에너지 소비는 각각 5%, 19% 가량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는 반대로 올 여름 폭염 발생 가능성과 이에 따른 전력 소비 증가가 국가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정부 입장에서는 국가 전체 발전비용에 대한 고민이 그만큼 깊어지고 있다는 판단이다.

특히 여름철 첨두부하(하루 중 나타나는 부하량 중 최댓값을 나타내는 부하량)의 대부분을 담당해 왔던 가스발전 연료비 단가는 지난해 9월 이후 국제 천연가스 가격 급등과 함께 빠르게 상승하며 지난 4월 원자력 단가 대비 31배까지 상승했다. 앞으로도 지속적인 연료비 단가 상승 우려가 높다는 지적이다.

김철현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달에는 그 동안 비싸게 수입해 온 액화천연가스(LNG) 스팟 물량이 감소해 가스 연료비 단가가 하락했지만, 여름철 글로벌 가스 수요에 따라 다시 상승할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고 밝혔다.

이 같이 가스 등 첨두발전의 발전단가에 대한 불안이 큰 상황에서는 기저(원자력 및 석탄) 발전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진단이다.

김철현 연구위원은 "최근 몇 년 간 석탄 발전은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대책 등으로 제한돼 왔고, 원자력 발전은 안전규제 강화 등으로 발전설비 이용률이 낮은 수준에서 유지됐다"며 "현 상황이 에너지 위기 및 비상 상황임을 고려해 올해는 한시적으로 기저발전의 제한을 완화하는 등의 유연한 대처가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만약 올 여름 폭염이 발생한다면 전력 소비는 큰 폭으로 늘고 이는 정부와 가계 모두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냉·난방용 소비는 기온에 민감하게 반응해 변하는 반면, 나머지 용도의 소비는 소득 및 가전기기 증가 등으로 대체로 완만하게 증가해 왔다. 냉·난방용 에너지 소비가 전체 가정용 에너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0~2021년 평균 47% 수준이다. 이상 폭염과 한파로 냉·난방도일이 급증했던 2018년의 경우는 51%까지 상승하기도 했다.

youn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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