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및 원/달러 환율 상승...재무건정성-손익 '먹구름'
'RBC 비율 유지' 신종자본증권, 후순위채 발행 잇따라
금융위, LAT 잉여액 40% 가용자본으로 인정 하기로
백내장 과잉수술 확산...당국-보험협회-업계 공동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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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화재, 신한라이프, 동양생명, 교보생명, 한화생명, 삼성생명. |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최근 보험사들이 시장금리 상승으로 인한 지급여력(RBC) 비율 급락, 백내장수술 관련 실손보험금 이슈 등으로 침체기에 빠졌다. 이 가운데 금융당국이 건전성 규제를 완화하는 한편, 손해보험협회 등 협회 차원에서도 백내장수술 관련 각종 대안을 마련하면서 보험사들의 숨통이 트일지 주목된다.
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날 금융감독원, 보험사 최고재무책임자(CFO) 등과 ‘보험업권 리스크 점검 간담회’를 열고 금리 상승, 환율 변동 등 글로벌 금융시장의 리스크 요인과 장·단기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실제 보험사들은 최근 금리 상승, 원/달러 환율 상승 등으로 재무건전성 및 손익이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운용자산 가운데 채권비중이 높은 보험사 특성상 최근 시장금리 급등에 따른 대규모 채권평가손실 발생으로 RBC 비율이 하락하고 있다. 운용자산 대비 채권 비중은 작년 12월 말 기준 생보사 58.7%, 손보사 45.7% 수준이다.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작년 말 2.25%에서 지난달 말 3.33%로 1.08%포인트 올랐다. 채권금리 상승은 채권의 가격 하락을 의미한다. 여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예고로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서 보험사들의 손익이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단기 환헤지 비중이 높은 보험사 특성상 원/달러 환율 상승은 환헤지 비용 증가로 이어진다.
보험사들은 RBC 비율을 유지하기 위해 신종자본증권, 후순위채 등을 발행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자본구조가 금리 등 시장 변수에 더욱 취약해졌다. 한화생명은 최근 3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하기 위해 수요예측을 실시했는데, 모집액을 다 채우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는 후순위채 발행을 완료하면 RBC 비율이 1분기 160%에서 164.8% 높아질 것으로 추정했다. KB손해보험은 오는 13일 286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한다. 이번 채권 발행으로 KB손해보험 RBC 비율은 작년 말 179.59%에서 191.39%로 높아지게 된다. KB손해보험은 후순위채로 조달한 자금을 ESG 관련 프로젝트에 투자할 예정이다.
금융위는 보험사들의 부담을 덜기 위해 책임준비금 적정성평가(LAT) 제도상 잉여액의 40%를 매도가능채권 평가손실 한도 내에서 가용자본으로 인정하기로 했다. RBC 제도는 금리상승시 채권 평가손실만 가용자본 감소로 반영해 RBC 비율이 하락하는 구조인데, 이러한 기준을 적용하면 금리상승에 따른 실질 보험부채 감소분도 가용자본 증가로 균형있게 반영된다. 이를 통해 RBC 비율 하락을 완충할 수 있게 된다. 금융위는 "완충방안을 적용하면 최근 RBC 비율이 하락한 보험사들의 RBC 비율이 100%를 초과해 안정적인 재무건전성 유지가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방안은 금융위원회 의결 등을 거쳐 이달 말 RBC 비율 산출시부터 적용된다.
RBC 비율과 함께 백내장수술 관련 실손보험금도 보험사들의 시름을 깊어지게 만드는 요인이다. 일부 안과에서 백내장 증상이 없거나 수술이 불필요한 환자에게 단순 시력교정 목적의 다초점렌즈 수술을 권유하는 등 과잉 수술이 확산되면서 백내장수술과 관련한 지급보험금도 급증하고 있다.
손해보험협회,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백내장수술로 지급된 손보사, 생보사의 실손보험금은 약 457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 3월 한 달 동안 지급 보험금은 약 2053억원이다. 전체 실손보험금 대비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 말 9%에서 올해 3월 현재 약 17.4%까지 급증했다. 실손보험금 지급 여부는 보험사가 약관에 따른 절차에 의해 최종 판단하고, 안과는 이에 대한 어떠한 권한도 없음에도 실손보험 보상이 가능하다고 홍보, 안내하는 경우가 빈번해진 탓이다.
보험사 관계자는 "일부 브로커나 안과가 과잉수술을 유도하고, 이 비용을 실손보험에 전가시키면서 일반 소비자가 불편을 겪는 등 문제가 심각하다"고 설명했다. 보험사들이 과잉수술로 인한 불필요한 보험금 누수 방지를 위해 보험금 지급 심사를 엄격하게 진행함에 따라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 실손보험을 판매 중인 보험사들은 연말까지 ‘백내장수술 실손보험 상담콜센터’를 운영하기로 했다. 백내장수술 관련 전문성을 갖춘 별도의 직원을 상담콜센터에 배치해 가입 실손보험 상품이 백내장수술을 보장하는지 등을 안내한다. 또 손보협회, 생보협회, 보험사들은 백내장수술 관련 특별신고 포상금제도를 이달 말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일부 안과가 소비자들에게 백내장수술 실손보험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데, 각 보험사마다 관련 절차가 다르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꼭 해당 보험사에 확인하고 수술을 받아야 한다"며 "보험사, 협회에서는 문제 안과에 대해 강력하게 대응하고, 소비자들 피해를 막기 위한 다양한 방안들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