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정 세계ESG금융센터 대표이사 인터뷰
ESG는 기회, 잘만 활용하면 한국도 금융 중심지가 될수 있어
생태계 만드는 게 중요…스마트한 규제싱가포르 눈여겨 봐야
▲박희정 세계ESG금융센터 대표이사 |
[에너지경제신문 김아름 기자] 세계의 기업이 ESG(환경·사회책임·지배구조) 활동에 의해 평가받고 있다. 글로벌 주요국들은 탄소중립 목표를 세우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ESG 활동이 없으면 자본시장에서도 도태되는 사회로 접어들었다. 정부 주도의 ESG 행보가 본격화되면서 최근 기업들의 경영 전략 역시 ESG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셈이다.
글로벌지속가능투자연합(GSIA, Global Sustainable Investment Alliance)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 ESG 투자 규모는 40조 5000억 달러다. 2018년 30조 6800억 달러와 비교하면 1년 반 만에 31% 증가한 규모다. 기업들로서는 ESG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셈이다.
이에 <에너지경제신문>은 지난 9일 서울 서초구 방배동 옥스퍼드 빌딩에서 박희정 세계ESG금융센터 대표이사를 만나 세계적으로 화두가 되고 있는 ESG 활동의 흐름을 짚어봤다.
박 대표가 요즘 열을 올리고 있는 ESG의 활용법에 대해 듣기 위해서다. 박 대표는 자칭 타칭 ESG 전문가다. 법무법인 로고스의 수석전문위원으로 일하다 지금은 ESG컨설팅 일에 전념하고 있다. 박 대표는 20대 국회 정무위원장실에서 선임정책비서관·보좌관으로 일한 바 있다. 그 인연으로 현재 국회 사무처 산하 한국조정협회 ESG 위원장으로도 활동 중이다.
박 대표는 이날 인터뷰에서 "지금 세상을 만들어 가는 건 디지털 플랫폼과 ESG다. 디지털엔 활짝 열고 ESG는 엄격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박 대표와의 일문일답이다.
- 로고스 법무법인 일을 정리하고 ESG컨설팅 사업에 뛰어들었는데, 세계ESG금융센터가 하는 일을 좀 소개해 달라.
▲기본적으로 ESG와 관련된 모든 일들을 한다. 지금은 초창기라 기본적인 ESG 자문, 보고서 작성, 교육이 대부분이지만, 조만간 평가와 인증까지 할 수 있기를 바라고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소셜 임팩트와 임팩트 투자도 사업의 영역이다.
E·S·G 각각에 관심이 많지만, 특히 S와 G를 무기로 가져가려 한다. S의 경우 국회에서 의원 보좌관으로 일한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대기업과 대기업-중소기업 상생협력, 소상공인 상생협력 사업들은 몇 년씩 끌다 진통 끝에 도출해 낸 경험이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의 대기업집단과 금융기관들 노사 문제, 노조와 사측의 협상을 도출한 경험도 있다. 이런 다양한 케이스들이 S영역에서 회사 전략과 사회가치 혁신을 다루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S와 G는 때로는 무기가 되고, 때로는 방어의 스킬로 활용될 수 있어서다. 사실 3대 회계법인과 법무법인들에서 협업 요청이 다수 오고 있다.
그런데 ESG컨설팅을 하다 보면 아직도 왜 ESG를 해야 하는지, 앞으로 재무차원에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모르는 기업 임원들이 의외로 많은 것을 본다. 사실 ESG는 기업 홍보·마케팅 차원은 물론이고 기업의 존립에 필수적이다.
- 최근 E(환경) S(사회) G(거버넌스)는 가장 뜨거운 주제가 아닐까 싶다. 그런데 ESG의 개념이 애매하다는 사람이 많다. 범위가 넓어 손에 잘 잡히지 않는다는 말을 한다. 그냥 이것저것 합쳐서 묶어놓은 용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개념의 범위가 넓다 보니 그런 말이 나올 수 있다. 지금은 따라잡기 어려울 정도로 변화가 급속한 시대다. 그만큼 ‘지속가능성’이 중요해졌다. 한마디로 ‘지속 가능한 경영 성과’를 평가하는 지표가 바로 ESG가 아닐까 싶다. 이는 ESG가 지금의 시대정신이 된 이유이기도 하다. 지금은 인공지능(AI), 블록체인, 빅데이터, 메타버스, NFT, 핀테크가 만들어가는 디지털 플랫폼 시대다. 이 때문에 모든 분야에서 디지털 혁신이 매우 강조된다. 여기서 뒤쳐지면 경쟁에서 낙오하는 시대다. 낡은 규제를 혁신하는 건 또 다른 포인트다. 세 번째 포인트는 위험관리를 공정하고 정의롭게 만들어가는 것이다. 이 세가지 포인트는 ESG와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다.
기업들은 ESG를 기업의 핵심적 비재무지표로 여긴다. 금융권에서는 투자전략으로, 투자 가이드라인으로 여긴다. 정부와 국제기구에서는 국제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 ESG가 핵심적 비재무적 지표라고 했는데 좀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 ESG의 핵심요소로 신의성실·독점금지·경쟁정책을 들 수 있다. 기업은 확장 본능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기업경영에 ESG가 없다고 생각해 보라. 약탈적 가격책정으로 독점적 지배가 일반화 될 것이다. 결국 생태계는 파괴될 것이고 모든 것이 무너지게 된다. 사회가 발전할수록 S의 비중이 커진다. 상생·공존의 S와 건강한 의사결정 거버넌스의 G가 없다면 기업들은 괴물이 될 것이다. 이는 기업의 지속가능성에 치명적이다.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ESG가 필수다. ESG가 기업의 재무적 지표는 아니지만 생존에 핵심 지표인 셈이다. 요즘 청년들은 S와 G가 잘 정비된, 사람 중심의 회사를 다니고 싶어한다.
국민의 75%가 부의 불공평이 심각하다고 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본적이 있다. 우리나라가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려면 양극화·불평등 해소와 공정과 정의라는 시대정신(지속가능성)을 키우는데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 ESG와 관련해 기업들에게 규제가 강해지고 있다.
▲ 환경(E)의 경우 다른 영역보다 더 시급하기 때문에 ESG에서 따로 떼어내서 보다 빨리 해결해야 한다는 견해가 많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ESG 각각의 영역이 ‘지속가능 발전’이라는 목표를 향해 서로 유기적인 역할을 한다고 보기에 ESG를 함께 가져가는 의미가 있다고 본다.
금년(2022년)들어 국내에서 자산총액(연결 기준) 1조원 이상의 상장법인 345개사(금융회사 41개사, 일반상장사 304개사)는 모두 제출기한(5월 31일) 내에 ‘기업지배구조 보고서’ 공시를 완료했다. 기업 지배구조 보고서는 G의 영역이다. 지금은 1조원 이상 기업이 대상이지만 수년 내 코스피·코스닥 회사들은 모두 공시가 의무화된다. E와 S의 경우에도 2025년까지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은 의무적으로 지속가능 보고서를 공개해야 한다. 또 2030년까지는 코스피 모든 회사들에게 공개가 의무사항이 된다.
환경부의 환경정보 공개의 경우 올해는 자산 2조 이상 기업에게 의무사항이다. 2025년까지는 자산 5000억원 이상 기업에게 의무가 되고, 2030년까지는 코스피 모든 회사들이 환경정보를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 자본시장이 ESG를 잘 이끌 필요가 있다. 한국에서 가능한 영역이라면 어떤 게 있을까.
▲ ESG가 잘 이끌어가는 생태계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스마트한 규제로 금융강국이 된 싱가포르를 눈 여겨 봐야 한다. 6만불 시대를 연 싱가포르 경제의 키는 금융이다. 한국도 초대형 투자은행(IB)을 탄생시킬 생태계가 필요하다. 네거티브규제, 스마트한 규제(규제 최소화)와 정부의 적절한 방향·지원이 중요한 시점이다. 송도·새만금에 홍콩 같은 조세피난처(tax haven)를 만드는 것도 글로벌 경쟁력에 도움이 된다. 공공기금을 위탁받아 운용하는 ‘한국투자공사(KIC)’의 역할도 중요하다. 글로벌 연기금들과 함께 북한에 투자하는 것도 좋은 예가 될 것이다.
- 제안은 많지만 실제로 획기적인 규제완화는 안되는 것 같다.
▲ 네거티브·스마트 규제(규제 최소화)로 가는 대신 책임은 엄격히 물어야 한다. 최근 ES 바람이 금융권에 거세게 불어오니, 많은 시중은행들이 적도원칙에 가입하고 있다.(적도원칙: 댐·도로 등 국제적인 대규모 개발사업이 환경 훼손이나 해당 지역 인권침해와 같은 환경 및 사회문제를 야기시킬 수 있는 프로젝트에는 자금지원을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말한다. 프로젝트가 주로 열대우림 지역의 개발도상국가에서 시행되는 경우가 많아 ‘적도원칙’이라는 명칭이 붙여졌다)
나아가 서클라법을 도입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 법은 금융기관이 투자한 회사가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면, 투자한 금융기관에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것이다. 동전의 양면과 같다. 서클라법은 2018년에 국회에서 입법조사처와 논의하다 말았던 기억이 있다.
▲박희정 세계ESG금융센터 대표이사 |
- 모든 것이 불확실한 세상이다. ESG가 혁신의 기회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 ESG는 분명 기회이다. 전 세계 모두에 공통적으로 적용된다. 잘만 활용하면 한국을 금융 중심지로 만드는 최적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ESG를 선점해야 한다. 디지털 플랫폼과 ESG를 함께 가져가자는 것이다. AI, 블록체인, 빅데이터, NFT, 핀테크 등 디지털 세계엔 문을 활짝 열고, ESG는 엄격하게 가져갈 필요가 있다.
기업과 민간이 자율적으로 만들어내는 ESG, 그리고 네거티브·스마트 규제(규제 최소화)로 만들어 낼 지속 가능한 금융강국, 불평등에서 존엄성으로, 공정하고 건강한 우리 금융·자본시장의 모습을 그려본다.
- 정부는 ESG를 위해 뭘 하고 있나.
▲ ESG는 기업과 금융권은 물론, 정부의 신뢰·믿음의 바로미터이기도 하다. 우리 정부는 작년 관계부처 합동으로 K-ESG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서민금융진흥원에서는 ESG의 역할을 화폐가치로 측정하여 수치화하는 연구를 한 바 있다. ESG를 통해 서민금융을 활성화해 공정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는 개념이다. 개인적으로 기본소득제도보다 이것이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얼마전 SK가 S영역을 수치화 한 것도 아직 갈 길이 멀어보이긴 하지만 의미 있는 건 사실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도 공정거래조정원의 역할을 활성화하려고 노력 중이다. 현재 서울사무소인 공정거래조정원을 확대해 ADR(조정·중재·화해) 문화를 확산한다면 연 670만 건에 달하는 소송건수를 200만~300만 건으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수출로 먹고 살기 때문에 중소기업의 해외수출에 대한 ESG 지원 및 교육도 절실하다.
- ESG와 정치는 어떤 관계인가.
▲‘헌법의 정신은 약자 보호’라는 말이 있다. 살다 보면 누구나 약자가 될 수 있다. 특히 국가라는 공권력에 부딪히는 경우가 그럴 것이다. 사실 정치의 기본가치는 약자의 눈물을 닦는 일이 아닐까 싶다. 경제에서 공정거래, 독점규제, 일감몰아주기 방지, 시장경쟁 촉진 등이 늘 중요하게 거론되는데 이는 건강한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서다. 이게 ESG의 영역이다. 경제에서 ESG가 무너지면 약육강식?불평등?양극화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결국 ESG가 잘돼야 정치도 발전할 수 있지 않겠나.
- 해외 전문가의 견해도 좀 듣고 싶다. 박 대표는 듀크대학 로스쿨에서 기업가정신을 전공한 것으로 안다. 그곳 그레고리 디즈(Gregory Dees)교수가 많이 거론되던데.
▲십수 년 전 듀크대학에서 그레고리 교수를 만났다. 그레고리 교수는 ESG 사회혁신과 기업가정신교육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사회혁신, 기업가정신 교육의 아버지라고 불리기도 한다. 그는 S를 강조하는 사람이다. 그때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ESG 등을 통한 포용적 경영방식이 내게 크게 다가왔던 걸 기억한다. 당시 한국에서 환경, 평화, 인권, 빈곤, 불평등, 투명경영 등이 큰 이슈여서 더 그랬던 것 같다. ‘지속 가능’이라는 큰 틀에서, 불평등과 양극화는 최대의 적이다.
개인적으로도 ESG에서 승부는 S(사회영역)로 난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미국 경제방송 CNBC에서 미국 기업 ESG 랭킹을 발표한 적이 있다. 1위에서 10위까지 1개 기업을 제외하고 모두 기술 관련 기업이었다. CNBC는 ‘미국인들을 위한 ESG 이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환경이 아니라 S영역 중 하나인 ‘직원들 관련 이슈’라고 보도했다. 듀크대에서 같은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난다.
‘ESG가 만들어가는 지속 가능 경제모델’을 아래와 같이 만들어 보았다. ESG는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ㆍ교육ㆍ평화 전 영역으로 구성되고 적용되어 한 국가를 건강하게 만들어 간다. 윤석열 새 정부에서 대통령 직속으로 ESG 위원회를 만들면 좋겠다. 파이를 크게 하는 공존·상생의 장치 속에서, 한국이 ESG를 통해 금융중심지·문화중심지·평화의 모범으로 퀀텀 점프하면 좋겠다.
▲ESG가 만들어가는 지속 가능 경제모델 |
■ 박희정 세계ESG금융센터 대표이사 약력
△ 미국 듀크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기업가 정신 전공·워싱턴대 로스쿨 미국법 전공 △국회 사무처 산하법인 한국조정협회 ESG위원장 △파빌리온 프라이빗에쿼티(PE) 고문 △미국 벤처캐피털 팰러앨토벤처스튜디오 고문 △서울혁신파크 운영법인 미래도시환경연구원 특임연구위원 △한국M&A협회 전문위원 △세계에너지포럼(WEF) 고문 △전(前) 국회 정무위원장실 총괄 정책비서관 △전 법무법인 로고스 수석전문위원 △전(前) 유엔협회세계연맹 회장실 총괄·전략담당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