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SMP 상한제' 거두고 전력 도매시장 개편 나서야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2.06.13 10:29

온기운 에교협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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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기운 에교협 공동대표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달 24일 전력도매가격을 결정하는 계통한계가격(SMP) 상한제 시행계획을 행정예고하면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산업부가 고시한 내용에 따르면 SMP 상한제는 ‘직전 3개월 SMP 평균’이 ‘과거 10년 동안 월별 SMP 평균값의 상위 10%’보다 크거나 같을 때 발동한다. 상한 가격은 ‘과거 10년 가중평균 SMP의 1.25배’다. 지난달 24일 전력거래소가 추산한 과거 10년의 월별 SMP 평균값 상위 10%는 155.8원이었다. 따라서 상한제 시행 직전 3개월 SMP 평균이 155.8원보다 높으면 SMP 상한제를 시행할 수 있다. 지난 4월과 5월의 월평균 SMP가 각각 202.1원, 140.3원이었으므로 이달 평균 SMP가 125원 이상이면 다음달 상한제 시행이 가능하다.

정부가 이례적으로 전력 도매시장 가격 규제의 칼을 빼든 것은 한 마디로 적자 수렁에서 허덕이는 한전을 구하기 위해서다. 한전이 발전사로부터 구입하는 전력의 구입단가를 제한함으로써 한전의 영업실적 악화를 막아보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이다.

SMP는 전문가들조차도 예상치 못하게 최근 화석연료가격 급등으로 폭등세를 보였고, 이에 따라 한전의 전력구입비도 급증했다. SMP는 코로나 팬데믹에 따른 국제유가 급락으로 2020년 11월에 49.8까지 떨어진바 있다. 그러나 그후 유가가 상승세로 반전되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가 상승세가 가팔라지면서 올해 4월에 200원선을 뚫게 됐다. 역대 최고치다.

한전의 전력구입 단가는 올해 1분기에 kW시당 150.9원으로 전년 동기 90.3원보다 67.2% 올랐고, 전력구입비는 같은 기간 12조 6395억원에서 22조 2253억원으로 75.8% 늘었다. 이 사이 전력판매단가는 107.8원에서 110.4원으로 2.5% 오르는데 그쳤다. 이러니 한전의 영업적자가 눈덩이처럼 커질 수 밖에 없다. 한전의 영업수지는 작년5조 8601억원 적자로 전년 4조 863억원 이익에서 곤두박질졌고, 올해 1분기에는 영업수지 적자가 무려 7조 7869억원에 달했다. 이런 추세로 가면 올해 영업수지 적자가 3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위기에 빠진 한전을 구해보려는 정부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잘못된 전원믹스 정책하에 잘못된 요금 정책을 취해 오다가 이제와서 발전사의 팔을 비틀어 한전의 적자를 줄여보겠다는 발상을 하는 것은 결코 정당화되기 어렵다.

연료비 상승으로 전력도매시장에서 한전의 전력구입비가 늘어나면 이에 맞춰 전력 소매요금을 신축적으로 올려야 한다. 그래야 가격신호가 제대로 작동해 소비자들이 전력소비를 줄이고 이에 따라 전력생산도 적정화돼 사회적 후생이 극대화된다.

온실가스 감축을 통한 탄소중립 목표달성을 위해서도 소매요금은 현실화되는게 마땅하다. 연료비연동제라는 것을 작년부터 시행하고 있지만 정부의 ‘유보권한’ 때문에 무늬만 연료비연동제가 돼 버렸다. 지금까지 요금이 신축적으로 조정됐더라면 이제와 궁여지책으로 도매요금 규제에 나서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유럽 4개국(영국·독일·프랑스·스페인)과 일본의 올해 3월 전력 도·소매가격이 각각 전년동월 대비 평균 388%, 36% 상승한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임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때문에 한전의 전력구입비가 더욱 커진 점에 대해서도 철저한 정책적 반성이 있어야 한다. 올해 3월 기준 발전원별 전력구입단가를 보면 원자력이 kW시당 59.4원이고 유연탄이 148.1원, LNG복합이 218.9원 등이다.

월성 1호기가 조기폐쇄되고, 건설중인 원전의 가동이 지연되며, 간헐성이 높은 재생에너지 발전설비가 늘어나면서 LNG발전이 늘어 전력구입비가 크게 늘어난 것이다.

차제에 변동비 반영에 기반을 둔 전력도매시장 구조를 전면 개편할 필요가 있다. 에너지전환 정책에 따라 전력공급의 철학이 경제급전에서 환경급전으로 바뀌고 있다. 경제적 측면에서 연료비가 낮은 발전기를 우선적으로 전력공급시장에 투입하기보다는 환경비용을 감안한 보다 넓은 개념에서 발전기 투입 우선순위를 정하도록 해야 한다.

현행 변동비반영시장(CBP)에서는 환경 비용이 반영되고 있지 않다. 따라서 유럽연합(EU)에서와 같이 배출권거래 비용까지 포함해 발전기의 한계비용을 정하고 이 순서에 따라 발전기 투입 순위를 정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석탄발전과 같은 배출권비용이 많이 드는 발전기의 발전량이 줄어 온실가스 감축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배출권 비용뿐만 아니라 신재생에너지의무 할당제도(RPS) 비용, 연료개별소비세 등 최근 급증하고 있는 제반 정책비용도 발전비용에 포함시켜 전력 도매가격을 결정하는 가격입찰제도(PBP)를 도입하는게 바람직하다.
성철환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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