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3사와 협력 기술력 높아…경쟁사 보다 수주전 유리
글로벌 완성차·배터리업체 등에 잇따라 장비 공급 수주
씨아이에스·원익피앤이 등 해외 물량 몰리며 최대 실적
▲SK온 서산공장 배터리 생산라인 |
[에너지경제신문 이진솔 기자]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가 국내를 넘어 미국과 유럽 등 세계 시장에서 막대한 투자를 쏟아내며 점유율을 높이고 있는 가운데 이들 공급망에 참여해 함께 성장해온 국내 전기자동차 배터리 장비 업체도 세계 시장에서 주요 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국내 K-배터리 업체 뿐 아니라 해외 업체와도 계약을 따내며 수주 낭보를 이어가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 장비 업체가 유럽과 미국, 중국 등에 있는 전기차 및 배터리 업체와 공급계약을 체결하는 사례가 늘고 있음. 중국 헝다, 미국 포드, 리비안 등 완성차 업체뿐만 아니라 CATL이나 노스볼트 등 배터리 업체에도 장비를 공급하며 수주 물량을 확대하고 있다.
국내 이차전지 전극 공정 장비 제조사 씨아이에스는 설립 후 역대 최고 수주잔고를 기록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등 국내 기업을 포함해 유럽 최대 배터리 기업인 노스볼트 공급망에도 진입하며 성과를 냈다. 지난해에는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리비안에 배터리 전극 공정용 장비를 공급하는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지난해 말 수주잔고 약 3000억원 중 70% 이상이 해외 물량이다.
역시 노스볼트에 장비를 공급하는 원익피앤이와 폭스바겐 협력사인 이차전지 조립 공정 장비 제조 기업 하나기술도 국내 주요 기업으로 꼽힌다. 이들은 국내 배터리 기업과 협력해 기술력을 검증받은 후 해외로 보폭을 넓힌다는 공통점이 있다.
시장 초기부터 국내 배터리 3사와 협력하며 다수 장비 공급 실적을 확보하며 쌓은 납품 실적은 중국과 유럽 장비 업체가 따라잡기 어려운 강점으로 꼽힌다. 배터리 제조사는 생산 공정마다 특화된 장비업체와 협력해 라인을 들여놓는데 안정적인 납품 실적은 협력사를 선정하는 주요 기준 중 하나다.
특히 국내 3사에 대응하며 파우치형과 원통형, 각형 등 다양한 배터리 구조, 셀 길이에 대응력을 갖춘 국내 장비업체는 향후 증가할 해외 수주전에서도 유리한 입지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니켈 함량을 높인 ‘하이니켈’ 양극재 등 배터리 재료 변화에 따른 기술적 대처 능력도 높다는 평가다.
폭발적인 성장이 기대되는 북미 시장에 중국 업체보다 먼저 진입했다는 점도 기대감을 높인다. 현재 세계 배터리 장비 시장은 우리나라와 중국 업체가 경쟁하는 구도지만 국내 배터리 업체가 북미 시장을 선점하면서 향후 미국 전기차 시장이 열릴 경우 국내 장비업체도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전기차 배터리 장비 시장 규모는 지난 2019년 70억달러(약 9조원)에서 연평균 15% 이상 성장해 2030년 320억달러(약 41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배터리 모양과 에너지 밀도에 관한 표준이 수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내 배터리 3사와 함께 성장한 장비 업체는 중국 업체에 앞선 기술 대응력을 갖췄다"며 "현재 해외 업체에서 파일럿 라인 중심으로 이뤄지는 장비 수주가 유럽과 미국 등에서 대규모 공장용 라인 수주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감이 높다"고 말했다.
jinsol@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