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가전 등 주력업종 선전…올해 상반기 최대실적 올린 듯
하반기엔 메모리·가전·스마트폰 줄줄이 경고음…비상경영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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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평택캠퍼스 |
[에너지경제신문 이진솔 기자] 국내 전자업계를 대표하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올해 상반기에도 실적 고공행진을 이어갈 전망이다. 세계적인 고유가와 고환율, 고금리라는 ‘3高(고유가·고환율·고금리)’ 악재 속에서도 반도체와 가전을 중심으로 주력사업 성장동력을 놓치지 않은 덕이다.
하지만 하반기 분위기는 어둡다. 스마트폰과 가전제품, TV 수요 감소가 가시화되면서 잘 버텼던 상반기와 달리 하반기부터는 실적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경고음이 증폭되고 있다.
2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삼성전자 경영실적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은 매출 77조 3539억원, 영업이익 14조 8669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은 21.4%, 영업이익은 18.3% 증가한 수치다. 분기 매출은 지난해 3분기 이후 4개 분기 연속으로 70조원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매출은 역대 2분기 기준 최대규모다. 영업이익은 반도체 호황기인 2018년 수준에 수렴한다.
올해 2분기 실적은 영업이익 규모가 약 10조원에 달하는 반도체 사업이 견인한 것으로 증권가는 추정한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 내림세가 예상보다 거세지 않았고 출하량은 10%가량 늘어난 효과로 풀이된다. 시장조사업체 트랜드포스는 올해 2분기 D램 가격이 1분기 대비 최대 8%까지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실제 낙폭은 3%에서 4%에 그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LG전자 역시 올해 2분기 전년 대비 소폭 증가한 실적이 전망된다. 증권사들은 올해 2분기 LG전자가 매출 19조 4354억원, 영업이익 8751억원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매출은 13.5% 증가하고 영업이익은 0.3% 감소한 수치다.
최근 TV와 가전제품 판매가 둔화하며 영업이익이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지만, 프리미엄 제품 성장세가 유지되며 매출은 증가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가전제품을 담당하는 H&A사업본부와 TV를 생산하는 HE사업본부는 각각 8조원, 4조원 규모 매출을 기록하며 실적 선방을 이끈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하반기 전망은 어둡다.
금리인상으로 인한 경기둔화, 공급망 경색에 따른 원자재 값 급등 등 악재가 산적하다. 제품을 생산하고 유통하는 데 드는 비용은 급증하는 반면 수요가 둔화하며 판매는 원활히 이뤄지지 않는다.
먼저 스마트폰과 노트북 등 완제품 수요 감소에 따른 타격과 가격 하락, 원가 부담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은 지난해 대비 3500만대 감소한 13억 5700만대로 추정된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도 당초 올해 2분기 상승 전환이 예고됐지만 세계 경제가 주춤하는 추세에 따라 가격 전망이 하락으로 바뀌고 있다. 올해 3분기에 이어 4분기까지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삼성전자는 수요가 견조한 서버용 제품 중심으로 D램 생산을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최근 인상된 금리로 북미 지역 서버 투자가 주춤할 경우 D램 수요가 급락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대두되고 있다.
가전제품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가전제품 판매량이 감소하면서 재고가 급증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DSCC에 따르면 삼성전자 올해 2분기 재고회전일수는 평균 94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LG전자도 비슷한 상황일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재고회전일수가 길어질수록 제품이 재고에서 판매로 이어지는 기간이 오래 걸린다는 의미다. 고물가로 소비자 지갑이 닫히면서 상대적으로 고가인 가전제품 판매량이 급감한 탓이다.
TV 수요도 직격탄을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올해 TV 출하량을 기존보다 284만 5000대 낮춘 2억 879만 4000대로 전망했다.
업계는 대책 마련을 위해 고심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오는 27일부터 29일까지 진행하는 반도체 부문 글로벌 전략 협의회를 통해 대책 마련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LG전자 역시 그룹 차원에서 진행하는 전략보고회를 통해 위험요인을 점검하고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경기침체 상황이 향후 1년 이상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재고관리 능력을 높이고 프리미엄 중심 판매전략을 더욱 강화하는데 초점이 모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jinsol@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