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컵. 픽사베이 |
환경부는 일회용컵 보증금제 논의 중간결과를 28일 공개했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카페 등에서 음료를 일회용컵에 받으려면 음료값과 함께 보증금을 결제하도록 하고 컵을 반납하면 보증금을 돌려주는 제도다. 일회용컵 재활용률은 높이면서 궁극적으로는 사용량을 줄이는 게 목적이다.
보증금제는 애초 이달 10일 시행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식음료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이 부담을 오롯이 진다고 주장하며 반발해 12월 2일로 시행이 연기됐다.
이날 환경부는 현재 설정된 보증금 ‘300원’에 대해 "소비자 지불의사를 조사해 정했다"라고 설명하며 이를 200원 등으로 낮추자는 주장에 대해서는 "이해당사자와 결정할 문제는 아니고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보증금은 소비자가 낸 뒤 컵을 반납하고 돌려받는 돈이기에 기본적으론 점주와 소비자에게 손익을 발생시키지 않는다.
다만 A카페에서 받은 일회용컵을 B카페에 반납해 보증금을 받아 갈 수 있는 점 등 ‘교차 반납’ 때문에 특정 점주들에게는 보증금이 손해나 부담이 될 수 있다.
‘교차반납’을 허용하지 말자는 주장에 대해서도 환경부는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교차반납을 금지하면 점주 부담과 억울함을 덜 수 있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불편해지기 때문이다.
대신 환경부는 주민센터 등 공공기관과 전문수집상(일명 컵 고물상) 등으로 컵 반납처를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할 방침이다.
그러나 현재 보증금제가 적용되는 주류나 청량음료 공병을 공공기관에서 반납받아주지 않는다는 점에서 공공기관이 일회용컵 수거를 도우면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올 분위기다.
당초 편의점도 신청을 받아 일회용컵 반납처로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됐다. 하지만 편의점 측에서 강하게 반발해 무산됐다.
이와 관련해 환경부 관계자는 "논의 여지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일회용컵 무인회수기를 올해 50기 설치하기로도 했다.
또 컵을 반납받아 보증금을 내주고 회수한 컵을 보관하는 데 인력이 들고 부담이 발생한다는 점을 고려해 컵 하나를 회수할 때마다 ‘상생협력금’ 4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상생협력금은 소비자가 컵을 반납하지 않아 못 받아 간 보증금(미반환보증금)을 활용한다.
환경부는 폐기물 수거업체들이 최소 사흘에 한 번은 카페에서 컵을 가져가도록 만들겠다고 밝혔다.
다만 폐기물 수거업체와 카페는 통상 ‘일회용컵 1000개 이상’ 등 ‘수거량’을 중심으로 계약을 맺는 경우가 많은데 어떻게 수거 횟수와 주기가 중심이 되도록 바꿀지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보관과 재활용이 쉬운 ‘표준 컵’을 공공에서 개발하는 방안도 검토할 방침이다.
비용부담과 관련해 보증금제를 위해 일회용컵에 부착해야 하는 라벨 구매비용(1개당 6.99원)을 미반환보증금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환경부는 "보증금이 300원이면 일회용컵 90%가 반환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반환율이 이보다 높아 라벨비 등을 지원하기에 미반환보증금이 부족할 경우 예산을 편성하는 방안도 예산당국과 논의하겠다"고 설명했다.
또 ‘무현금 매장’이나 애플리케이션 등을 활용해 자동 보증금 반환체계를 갖춘 가게는 소비자가 동전으로 보증금을 달라고 해도 따르지 않아도 되도록 정했다.
일회용컵 보증금은 현금이나 계좌이체로 돌려 받게 돼 있다.
현재 일회용컵 보증금제 적용 대상은 가맹점이 100개 이상인 프랜차이즈 카페와 패스트푸드점, 제과점이다.
환경부는 이에 대해서도 "지역·매장·면적 등을 기준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라고 밝혔다. 특히 읍·면·동 가운데 면에 있는 가게는 대상에서 일단 제외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추후 개인이 운영하는 가게까지 일회용컵 보증금제 적용 대상이 넓혀졌을 때 면에 있다는 이유로 대형카페 등이 보증금제를 적용받지 않으면 논란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는 면에 소재한 가게가 보증금제 적용 대상의 4%에 그친다고 말했다.
이날 환경부는 자원순환국장을 단장으로 하는 ‘일회용품 대책 추진단’을 이달 20일 구성해 일회용품 보증금제 보완·운영을 총괄하고 있다고 밝혔다.
claudia@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