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대응’에 백기 든 G7...화석연료 투자중단 약속 뒤집었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2.06.29 12:15

정상회담서 해외 화석연료 프로젝트 공공 자금조달 일부 허용 합의



우크라 사태發 에너지 위기 겪으며 천연가스 부문 투자 확대 공감대



블룸버그 "獨 적극 추진속 伊·佛지지...英반대 불구 타협 이르러"



일각 "G7 리더십 사라져...기후대응, 각국 헌신 의지에 달려"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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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7 정상회담(사진=로이터/연합)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주요 7개국(G7)이 우크라니아 전쟁으로 촉발된 에너지 공급난에 대처하기 위해 화석연료에 다시 투자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기후변화에 대응와 관련해 전 세계가 그동안 기울여왔던 노력을 뒤집는 행보로, 주요 경제국들의 이같은 결정이 기타 국가들에게 미칠 파장이 주목된다.

2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G7 정상들은 회담에서 해외 화석연료 프로젝트에 대한 공공 자금조달을 일부 허용하기로 합의했다.

블룸버그가 입수한 G7 정상회담 성명서 최종안은 "이러한 예외적인 상황에서 천연가스 부문에 공공 투자는 국가가 정의한 조건에 해당되고 기후목표와 일치하는 방식으로 이행될 경우 (에너지 공급난에) 임시 대응하는 차원으로 적절할 수 있다"며 "일례로 화석연료 투자 프로젝트는 저탄소와 그린수소 개발을 위한 국가 전략에 통합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기후변화와 환경 보호를 이유로 그동안 유럽은 화석연료 투자에 반대해왔지만 에너지 위기를 겪으면서 제한적으로 천연가스 프로젝트에 대한 공공 투자를 허용하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기후 행동에 얼마나 제동을 거는지 이번 결정을 통해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약 1년 전만 해도 주요 경제국들은 기후변화 대응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작년 6월 영국에서 열린 G7 정상회담에서 정상들은 해외 석탄투자를 중단하기로 선언했다. 같은 해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COP26(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는 중국이 해외 석탄발전소 신규 건설을 중단하기로 약속했고 미국은 빈국을 대상으로 기후 자금을 더욱 늘리기로 공언했다. 또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파리기후변화협약에 복귀를 선언하기도 해 2021년은 기후변화 대응 측면에서 큰 의미가 있는 해로 꼽힌다.

이 같은 흐름은 지난 5월에도 이어졌다. 당시 G7 기후·환경·에너지 장관들은 2035년까지 전력 부문에서 탄소배출을 대체로 종료하고, 2025년까지 화석연료 보조금을 아예 없애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화석연료 관련 사업에 공공 부문이 직접 투자하는 것을 올해 연말까지 종료하자는 내용도 합의 사항에 포함됐다.

그러나 러시아가 유럽에 공급을 줄이겠다고 경고하자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유럽이 에너지 안보를 확보하기 위해 결국 기후변화 대응을 뒷전으로 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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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한 석탄발전소(사진=로이터/연합)


여기에 가장 적극적으로 추진한 국가는 독일이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독일이 G7 중 처음으로 화석연료 투자 중단 약속을 취소하는 방향을 제안했다.

독일은 제안서 초안에 "현재 에너지 위기에 일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G7 국가들이 천연가스 부문에 대한 공공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하자"라는 내용을 담았다.

독일은 석탄 발전소 재가동도 고려하는 등 에너지 공급난 대책 마련에 부심 중이다. 독일은 최악의 경우 가스 배급제도 고려 중이다.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독일이 제시한 천연가스 투자를 지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독일 등과 상황이 다른 영국은 반대했지만 마침내 타협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블룸버그는 이어 G7 정상들은 2030년까지 교통 부문에서, 2035년까지 발전 부문에서 탈탄소를 약속했지만 현재 에너지 공급난으로 수요가 급등한 석탄발전을 폐지하는 기한을 두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G7 정상들의 결정에 일제히 비난했다. 영국 정부의 수석 자문과학자로 지냈던 데이비드 킹은 "새로운 화석연료 프로젝트가 완성되면 이와 연관된 공급망도 덩달아 구축되기 때문에 앞으로 계속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다"며 "천연가스는 한 순간에 수소로 전환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천연가스를) 고립된 자산으로 취급하지 않는 이상 체계에 고정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덧붙였다.

영국 기후연구 싱크탱크인 E3G의 알렉스 스캇 리더는 "숄츠 총리는 G7 정상들의 새로운 기후 약속을 동원하는데 실패했다"며 "COP27(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을 4개월 앞둔 상황에서 신뢰성을 메워야 할 공백이 커졌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앞으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실천은 공동체 주도가 아닌 세계 각국의 의지에 달렸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비영리단체 프리더리크 로더 부회장은 이와 관련해 "더 이상 G7에서 리더십을 찾을 필요가 없어진 것 같다"며 "이제는 각국의 헌신 의지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COP27를 앞두고 각국이 기후 행동을 얼마나 강화하는지가 기후변화 대응을 가늠할 ‘리트머스 시험지’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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