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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경제신문 오세영 기자] 한반도 여름날씨가 손바닥 뒤집듯 폭우와 폭염이 반복되고 있다.
지난 주 장마철이 시작되면서 ‘물폭탄’ 수준 폭우가 내려 침수 등 피해가 잇따랐고 주말부터는 폭염이 기승을 부리면서 무더위와 관련된 기록들이 새롭게 쓰여지고 있다.
기후위기가 심해질 경우 폭염과 홍수, 가뭄 등 극단적인 날씨가 더 빈번해질 것이라는 우려다.
4일 기상청에 따르면 제4호 태풍 ‘에어리(AERE)’가 한반도로 고온·다습한 공기를 밀어 넣고 고기압 영향으로 강한 햇볕이 더해지면서 당분간 33∼35도 안팎의 무더운 날씨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전국적으로 6일까지 폭염특보가 발효됐다.
7일부터는 제3호 태풍 차바가 남긴 고온다습한 공기와 북측에서 내려오는 차고 건조한 공기가 충돌해 발생한 장마전선 영향으로 무더위가 다소 가라앉을 전망이다.
최근 이어지는 무더위는 작년보다도 빠르고 온도상승도 높다.
이날도 전국에 폭염특보가 발효된 가운데 낮 기온이 28~35도로 평년(25.5~29.5도)보다 2~6도 가량 높았다.
지난 3일에는 올 여름 첫 폭염경보가 내려졌다. 3일 기상청은 오후 2시 30분을 기해 세종, 서울(동북권 제외), 충청남도(홍성·부여), 경기도(성남·시흥), 전라북도(순창·전주·정읍·익산·완주)에 폭염경보를 내렸다.
폭염경보는 최고 체감온도가 35도를 넘는 상태가 이틀 이상 계속되거나 더위로 큰 피해가 예상될 때 내려진다.
이날 서울 폭염경보는 지난해(7월 19일)보다 무려 16일이나 빨리 발효됐다. 서울 최고 기온은 34.2도로 올여름 최고 기온을 경신했다.
지난 2일에는 폭염 위기경보 ‘경계’ 단계 발령이 지난해(7월20일)보다 18일이나 빨리 내려졌다. 행정안전부는 2일 정오(낮 12시)를 기준으로 폭염 위기경보 수준을 ‘주의’에서 ‘경계’로 상향 조정했다.
폭염 위기경보 단계는 ‘관심-주의-경계-심각’ 4단계로 나뉜다. 경계 단계는 전국의 40% 지역에서 낮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인 상태가 3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발령한다.
지난 주에는 서울과 전국 곳곳에서 역대 가장 높은 ‘6월 일최저기온’을 기록하면서 사상 처음으로 ‘6월 열대야’까지 나타났다.
폭염 뿐 아니라 폭우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3일부터 일주일간 중부지방에 ‘물폭탄’ 장마가 이어졌다. 폭우가 쏟아졌던 지난달 30일에는 경기도에 평균 170㎜가 넘는 장맛비가 쏟아졌다.
지난달 22일까지 6개월 누적 강수량이 평년의 55.5% 수준을 보이다가 장마가 시작하면서 강수량이 늘었다. 기상청 수문기상가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29일까지 6개월간 전국 평균 누적 강수량은 310.1㎜로 평년(1991~2020년 평균) 같은 기간 강수량(451.8㎜)의 70.4%까지 올라섰다.
폭우와 폭염 등 극단적인 기상현상들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위기가 심각해질 수록 더 빈번하고 강도 높게 발생한다.
권원태 전 APEC기후센터 원장은 "올 여름의 비와 더위를 두고 이상기후라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기후위기가 심해질수록 극단적인 기상현상들이 빈번해질 가능성은 높다"며 "관측자료로만 보면 집중호우와 폭염이 증가하는 추세인 것은 맞다"고 설명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지난해 발표한 ‘제6차 평가보고서(AR6) 제1 실무그룹(과학적 기반)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 기온이 1.5℃ 상승할 경우 같은 수준의 극단적 폭염의 발생빈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8.6배, 2℃ 상승했을 때 13.9배, 4℃ 상승했을 때 39.2배로 높아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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