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느냐 마느냐"…카카오, 모빌리티 사업 매각 두고 ‘시끌’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2.07.07 15:05

흑자에도 '사회적 책임' 부담에 정리에 나선 듯



"지분 10%대 매각 2대주주로 전환 검토" 공시



노조 "임직원들에게 일언반구 없이 추진"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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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정희순 기자] 카카오가 핵심 계열사인 카카오모빌리티 지분 매각을 추진하면서 회사 내부와 업계가 시끌벅적하다. 카카오는 주주가치 증대와 카카오모빌리티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지분 매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이 소식을 전하면서 정작 카카오모빌리티 직원들을 배제했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 카카오, 카카오모빌리티 지분 매각 추진 공식화

카카오가 7일 "카카오모빌리티의 지분 10%대 매각을 통한 2대주주로의 전환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전날 배재현 카카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사내 공지를 통해서도 이 같은 방침을 밝혔다. 배 CIO는 카카오모빌리티 매각설에 대해 일부 인정하면서도, 회사를 파는 것이 아니라 1대 주주 자리에서만 물러난다는 점을 강조했다.

현재 카카오는 카카오모빌리티 지분의 57.5%를 보유한 1대 주주다. 글로벌 사모펀드인 TPG컨소시엄이 29%, 칼라일그룹이 6.2% 지분을 갖고 있다. 카카오는 10%대의 지분을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에 매각하겠다는 입장이다. MBK파트너스는 TPG 컨소시엄의 지분까지 사들여 최대 주주로 올라서는 방안을 추진 중으로 알려졌다.

카카오의 이같은 방침에 카카오 공동체 일원들은 크게 동요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 매각 이슈가 불거진 것은 지난달 15일. 일부 언론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이 전해진 후 카카오 측은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나 현재 결정된 사항은 없다"라며 매각설을 부인했다.

그러나 카카오모빌리티 내부 동요가 심해지고, 카카오 노조도 단체행동에 돌입하면서 노사 간 입장 차는 전혀 좁혀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 팔겠다는 회사, 반대하는 노조

카카오모빌리티는 국내 모빌리티 분야의 선두주자다. 지난 2017년 카카오에서 물적 분할됐으며, 현재 대리운전, 내비게이션, 주차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카카오T’가 주력 서비스다. 최근 투자 유치에서 카카오모빌리티의 기업 가치는 약 8조5000억원으로 평가됐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업계에선 드물게 지난해 흑자 달성에도 성공하며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업계에선 카카오가 카카오모빌리티의 2대 주주로 물러나려는 배경에 ‘사회적 책임’에 대한 부담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한다. 실제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업계 등과 잦은 마찰을 빚었고,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는 카카오의 성장방식이 도마에 올랐다. 카카오는 계열사의 무리한 기업공개(IPO)를 자제하고, 상생에 나서달라는 주문을 대내외적으로 받고 있는 상황이다.

노조 측은 사측이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지 않고 모빌리티 플랫폼을 정리하려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 노조는 사측에 "사모펀드에 매각되면 모빌리티 사업이 성장할 수 있는 근거가 있느냐"고 물었지만, 사측은 "모빌리티 사업을 이어나갈 의지가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카카오 노조 측은 매각을 추진하고 이러한 소식을 알리는 과정에서 정작 카카오모빌리티 임직원들과의 소통은 부재했다는 점에서 더욱 분노하고 있다.

사모펀드와 지분 매각 협상에서 ‘카카오’ 명칭 사용 문제도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카카오와 사모펀드는 가격에 대한 조율은 성공했지만, ‘카카오’ 명칭 유지에 대한 입장 차로 협상 타결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MBK는 인수 이후에도 카카오T 서비스 등에 카카오 명칭을 유지하는 것을 부대조건으로 내건 것으로 알려졌다.


hsjung@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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