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C 2차 중재 내다본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고도의 심리전 ‘계속’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2.07.10 12:34

거래소, 교보생명 상장 신청 '미승인' 결론



경영권 분쟁 기업경영 및 안정성 저해 판단



"약속 이행하고자 최선" 신 회장 측 주장 힘실릴 듯

교보생명

▲교보생명.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교보생명의 기업공개(IPO)가 불발된 가운데 어피너티 컨소시엄 등 재무적 투자자(FI)와 분쟁을 이어가고 있는 신창재 회장이 다시 한 번 주주들과의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점을 피력할 수 있게 됐다.

교보생명은 IPO를 통해 투명한 시장 가치를 산출하면 주주간 분쟁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경영권 분쟁을 벌이는 교보생명이 거래소의 상장 심사 문턱을 넘을 가능성은 낮은 상황에서 교보생명이 IPO를 강행한 것은 어피니티가 공정시장가치 산출을 방해하고 있다는 주장에 힘을 싣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즉, IPO 절차 역시 FI와의 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겠다는 신 회장의 치밀한 계산법이 깔려있다는 게 투자은행(IB) 업계 안팎의 분석이다.


◇ 질적심사 두 가지 기준 미충족...'미승인 결론' 예견된 수순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거래소가 8일 상장공시위원회에서 교보생명의 유가증권시장 상장승인 여부를 ‘미승인’으로 결론낸 것은 사실상 예견된 수순이었다. 교보생명 지분 33.78%를 보유한 최대주주인 신창재 회장과 2대 주주인 어피니티 컨소시엄(지분율 24%) 간에 경영권 분쟁이 오랜 기간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 시행세칙에 따르면 거래소는 특허, 경영권 등과 관련해 소송이나 분쟁이 발생한 상장신청인의 경우 그로 인해 기업경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인정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최대주주 등의 지분율, 경영권 분쟁 등에 비춰 기업경영의 안정성이 현저하게 저해되지 않는 것으로 인정돼야 한다는 규정도 있다. 거래소가 이러한 규정을 만든 것은 경영권 분쟁으로 인해 투자자들이 피해를 보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kakaotalk_20220710_114220469.jpg

▲한국거래소.


해당 규정을 교보생명에 대입해보면 이렇다. 교보생명의 2대 주주인 어피니티는 2019년 신 회장 측에 풋옵션 의무를 이행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의 중재를 국제상업회의소(ICC)에 신청했다. 1차 중재를 두고 신 회장과 어피니티 모두 자신들에게 ‘유리한 판결’이 나왔다고 주장했다. 결국 어피니티는 올해 3월 ICC에 2차 중재를 신청했는데, 단심제가 원칙인 ICC의 특성을 고려하면 2차 중재가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이같은 상황에서 만일 거래소가 교보생명에 상장 승인 결정을 내릴 경우 향후 2대 주주와의 경영권 분쟁이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신 회장의 지분율은 현재보다 높아질 수도, 낮아질 수도 있다. 즉 현재의 교보생명 지분 구조를 보고 주식을 매수한 투자자들은 경영권 분쟁에 따른 리스크와 이에 따른 주가 변동성 등을 고스란히 떠안게 되는 셈이다.

해당 변수를 인지 중인 신 회장은 직접 상장공시위원회에 참석해 ICC 1차 중재에서 자신에 유리하게 판결이 나왔다는 점을 들어 경영 안정성, 투명성 등에 문제가 없다는 점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거래소는 이번 분쟁이 투자자 보호라는 중요한 항목을 저해할 요소가 크다고 보고 상장을 승인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어피니티 컨소시엄은 "시장의 예측대로 교보생명이 상장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대주주 개인의 분쟁에서 유리하게 활용하기 위해 무리하게 IPO를 추진했다는 의혹을 떨칠 수 없다"고 주장했다.


◇ IPO 진정성 피력한 신 회장...'주주간 약속 이행 위해 최선' 주장할 듯


주목할 점은 이번 미승인 결정에도 신 회장은 결론적으로 ‘잃을 게 없다’는 것이다. 교보생명이 거래소의 상장 심사를 통과하는 것이 쉽지 않았음을 알면서도 상장을 강행한 것은 어피니티와의 분쟁에서 우위를 점해야 한다는 신 회장의 절실함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으로 예정된 각종 법적 분쟁에서 신 회장이 풋옵션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IPO를 추진했지만, 결론적으로 어피니티로 인해 IPO가 무산됐고, 이에 대한 책임은 어피니티에 있다는 것을 강하게 주장하기 위한 속내가 깔렸다는 의미다.

실제 어피니티는 신 회장에 풋옵션을 행사하며 주당 가격으로 40만9000원을 제출했는데, 신 회장은 해당 가격이 터무니없다는 점을 주장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교보생명의 주당 가격을 40만원대 이하로 보고 있다. ICC가 신 회장 측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일 경우 신 회장은 어피니티와의 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IB 업계 관계자는 "(신 회장이) 투자자들과의 약속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했다고 피력할 수 있는 만큼 (교보생명 입장에서는) 거래소 심사 미승인이 100% 악재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kakaotalk_20220710_114233080.jpg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다만 앞으로 예정된 2차 중재에서 신 회장 측에 유리한 방향으로 결론이 나왔다고 해도, 교보생명의 오랜 숙원인 IPO를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는 어피니티와의 분쟁을 조속히 마무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분석도 있다. 경영권 분쟁이 교보생명의 IPO를 발목 잡는 가운데 회사의 최대주주인 신 회장과 2대 주주인 FI와의 기싸움 역시 기업가치 제고에 긍정적인 요소는 아니기 때문이다.

신 회장은 "경영권 분쟁을 위해서는 IPO가 필수"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데, 심사 주체인 거래소 입장에서는 상장 승인을 위한 첫 번째 원칙으로 ‘경영권 분쟁 해소’를 꼽고 있다. 거래소 입장에서 이미 질적심사 원칙에 맞지 않는 기업의 상장을 승인했다가는 다른 기업들과의 차별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결국 신 회장이 어피니티와 약속을 이행하지 않으려고 ‘버티기 행보’를 고수한다는 지적을 피하기 위해서는 IPO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어피니티와 협상을 하는 것이 최우선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또 다른 IB 업계 관계자는 "어피니티 외 다른 투자자들도 풋옵션 의무 이행과 IPO를 별개의 건으로 보고 있다"며 "FI 입장에서는 IPO 성사 여부와 관계없이 하루라도 빨리 투자금을 회수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 최대 주주인 신 회장과 2대 주주인 어피니티가 갈등을 마무리하지 않는다면 교보생명의 IPO는 더욱 성사될 가능성이 낮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나유라 기자 기사 더 보기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