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부담에 자금조달도 어려움…대출비중 높은 中企에 직격탄
배터리·반도체 등 수조원 투자 발표했는데…전면 재검토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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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항 감만부두에서 컨테이너선이 화물을 선적하고 있다.연합뉴스 |
[에너지경제신문 이진솔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0%포인트 올리는 ‘빅 스텝’을 밟았다. 우리 산업계는 급격한 금리 인상이 미칠 파급력에 긴장하고 있다. 기준금리가 갑자기 오르면 이미 빌린 돈에 대한 이자가 불어나고 새로운 자금 조달 역시 어려워져 결과적으로 기업들이 투자에 나서기 어려운 환경이 된다. 반도체와 전기자동차 배터리 등 막대한 투자를 지속해야 하는 업종을 중심으로 신규 투자가 ‘올스톱’될 여지가 있다.
여기에 경기 침체로 소비 심리가 악화하면 재무 부담에 판매까지 가로막히는 ‘이중고’에 시달리게 된다. 대출 의존도가 높은 한계기업과 중소기업은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13일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통해 현재 연 1.75%인 기준금리를 2.25%로 인상하기로 했다. 통상적인 인상 폭인 0.25%포인트 두 배인 0.50%포인트가 한 번에 오른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또 4월과 5월, 7월에 걸쳐 세 차례 연속으로 기준금리가 인상된 적도 전례가 없다. 한은은 최근 인플레이션이 심화하는 상황에 급한 불을 끄기 위해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대비 6% 오르며 1998년 이후 최고로 높아졌다. 이에 더해 미국과 기준금리 역전 가능성이 대두되는 상황도 기준 금리 인상을 결정한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 금리가 우리나라보다 높으면 외국 자금이 국내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커진다.
급격한 금리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국내 기업에는 경영 부담을 심화하는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자금조달에 드는 비용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기업은 시설 투자와 운영자금 확보를 위해 은행 대출을 받거나 회사채를 발행한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미 빌린 대출에 대한 이자 비용도 커지며 재무 부담이 무거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상공회의소 싱크탱크인 SGI(지속성장이니셔티브)에 따르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면 기업 대출이자 부담 규모는 약 3조9000억원 늘어난다. 특히 타격은 은행 대출 의존도가 높은 중소기업에 집중된다. 빅스텝에 따른 부담은 대기업에서 1조1000억원으로 늘어나지만 중소기업은 2조8000억원 가량 증가할 것으로 대한상의는 전망한다.
금리 인상이 경기 침체를 불러 소비를 냉각하는 상황도 우려된다. 기업은 재무 부담에 더해 판매가 막히는 이중고에 시달리게 되는 셈이다. 소비 심리 위축이 장기화하면 할부로 구매하는 자동차 등 판매량이 급감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막대한 신규 투자가 필요한 배터리와 반도체 업계를 중심으로 긴장감이 짙어지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 등은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해외에 공장을 세우고 있는데 이미 쌓은 부채가 상당한 상황에서 금리 인상은 비용 부담을 증폭할 수 있다. 실제로 LG에너지솔루션은 1조7000억원을 투자해 미국 애리조나에 짓기로 한 배터리 공장 투자 계획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익이 꾸준히 발생하는 기업은 긴축 기조를 버틸 체력이라도 있지만 미래 성장성을 보고 돈을 쏟아 부어야 하는 업종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라며 "배터리 산업처럼 매출은 꾸준히 오르고 있지만 적자를 감내해가며 버텨온 기업들은 향후 투자 계획을 변경해야 할지 모른다"고 했다.
대출 의존도가 높은 중소기업은 절벽에 내몰린 상황이 됐다. 국내 중소기업 업계를 대표하는 중소기업중앙회는 한은 기준금리 인상 결정에 우려를 나타냈다. 중기중앙회는 "지난달 말 기준 전체 중소기업 대출 규모는 931조원이고 이중 개인사업자 대출이 437조원에 달한다"며 "금리가 지속 인상되면 과거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때처럼 건실한 중소기업도 외부 요인에 의한 부도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계는 적극적인 금융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기중앙회는 "정부는 시중 은행들이 이번 기준금리 인상을 계기로 중소기업에 과도하게 불리한 대출 조건을 적용하지 않도록 금융권 자금공급 상황을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9월 말 종료될 예정인 대출만기 연장과 이자 상환 유예 조치와 관련해서도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엄중한 상황을 반영해 조속히 대안을 마련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jinsol@ekn.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