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서울 주택시장 거래절벽…"기존집 안팔려 새집 이사 포기했어요"

김기령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2.07.17 12:54

노원구, 금리 인상에 2030 영끌 매수세 사라져



대표 학원가 중계동 은행사거리 인근도 ‘꽁꽁’



집 안 팔려 분양 아파트 입주 포기 사례도 ‘증가’

중계동아파트

▲금리 인상에 2030 영끌족의 매수세가 약화되면서 노원구의 거래절벽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 노원구 중계동의 한 아파트 모습. 사진=김기령 기자


[에너지경제신문 김기령 기자] "더 넓은 집으로 이사하려고 알아보다가 마음에 드는 집을 발견해서 계약금을 넣고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를 내놨어요. 그런데 두 달째 매수하겠다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어요. 결국 계약금만 손해보고 이사를 포기하기로 했어요. 집이 이렇게 안 팔릴 줄 몰랐네요." (서울 노원구 중계동 A 아파트 매도에 실패한 김 모씨)

"몇 개월째 집을 한 채도 소개 못 했어요. 매수자가 정말 없어요. 수입은 없는데 부동산 임대료는 매달 내야 하니까 힘들어요. 관리비라도 아끼려고 더워도 웬만해선 에어컨도 안 틀면서 버티고 있어요." (노원구 상계동 공인중개업자 A씨)

지난 1~2년간 2030 영끌족이 적극적으로 매수에 나섰던 서울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지역 부동산 시장이 올해는 계속되는 거래절벽에 몸살을 앓고 있다. 이에 아파트 가격 역시 큰 폭으로 하락하는 양상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13일 기준금리를 2.25%까지 올리면서 ‘노도강’ 지역 아파트 매수세는 한동안 약화될 전망이다.

17일 서울 내 중저가 아파트가 몰려 있는 대표 지역인 노원구를 찾았다. 노원구 상계동과 중계동 학원가 인근 여러 공인중개업소 입구에 붙어있는 매물정보란이 텅 비어 있는 등 거래절벽 상황을 실감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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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김기령 기자


노원구 상계동 내 A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거래가 워낙 안 되다보니 집주인들도 팔리지 않는다고 인식해서 그런지 매물을 내놓지 않고 있고 매수자도 전혀 없다"며 "꼭 팔아야하는 매물은 집주인이 시세보다 낮게 내놓긴 하는데 금리가 오르니까 매수자가 없어서 거래는 안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1~6월 노원구 아파트 누적 거래 건수가 2580건이었던 데 반해 올해 1~6월은 총 569건에 그치는 등 약 78%가 줄었다. 일례로 상계역 인근 벽산 아파트는 총 1590가구의 대단지 아파트임에도 지난 5월 거래 이후 거래가 1건도 성사되지 않았다.

노원구의 대표 학군지인 중계동 은행사거리 인근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중계동 내 B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은행사거리 인근은 학원가로 유명해서 교육 때문에 전세든 매매든 수요가 많을 수밖에 없는 동네인데도 요즘은 거래가 정말 없다"며 "단지가 이렇게 많은데 지난달 중계동 아파트 전체 매매 건수가 총 9건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노원구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서울 내에서도 아파트 거래량이 많기로 손꼽히는 지역이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아파트 가격과 재건축 이슈 등으로 2030세대의 영끌 매수가 집중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초 금리 인상에 영끌 매수가 주춤하면서 거래량이 급감하는 추세다. 거래량이 급감하다보니 매매 가격도 1억원 넘게 하락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6월 전국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노원구 아파트 매매가격은 0.16% 하락했다.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하락폭이 가장 컸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중계동 건영3차 전용면적 84㎡는 지난달 25일 12억2500만원(5층)에 거래됐다. 지난해 9월 동일면적이 당시 최고가인 13억9800만원(15층)에 거래된 것에 비해 1억8000만원 가까이 하락한 것이다. 상계동 상계주공6단지 전용면적 58㎡는 지난해 9월 9억40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경신했지만 지난달에는 동일면적이 최고가에서 1억5000만원 하락한 7억9000만원에 거래됐다.

부동산 매매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주택 매도가 쉽지 않자 더 넓은 집이나 새 아파트로 이사를 준비하던 이들도 입주를 미루거나 포기하는 경우도 증가하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주산연)의 아파트입주전망지수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아파트 입주율은 82.3%로 지난달 대비 0.1%포인트(p) 하락했다. 서울 아파트 입주율은 지난 5월 93.3%에서 지난달 90.5%로 2.8%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입주 원인으로는 기존 주택 매각 지연이 41.2%로 가장 많았다. 이는 전월 대비 9.7%포인트 증가한 수준이다. 주택 거래량 감소가 분양 아파트 입주율 저하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업계에서는 주택 거래 활성화를 위해서는 부동산 매매 시 지불하는 취득세를 감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집값이 급등하면서 매매 가격의 4~12%에 달하는 취득세 가격이 높아지면서 취득세 부담에 매수를 망설이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어서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8억원 아파트를 매수할 경우 취득세가 1억원에 달한다"며 "금리 인상으로 대출이자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실수요자 입장에서 취득세도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정부에서 종부세뿐만 아니라 취득세 비율도 손봐야 거래절벽 현상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giryeong@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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