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금리인상에 에너지대란 등 악재 속에서도 투자 증가세
▲태양광 패널(사진=로이터/연합) |
10일 에너지조사기관 블룸버그 뉴에너지파이낸스(BNEF)가 발표한 ‘재생에너지 투자 보고서’에 따르면 올 상반기 세계 재생에너지 시장에 투자된 금액은 2260억달러(약 295조 5800억원)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동기대비 11% 급증한 수치다.
2018년부터 추이를 살펴보면 투자 규모가 1387억달러(2018년)부터 1396억달러(2019년), 1826억달러(2020년), 2031억달러(2021년)까지 오르는 등 상반기 재생에너지 투자가 매년 상승세를 이어왔다. 이번 상반기엔 벤처 캐피털과 사모펀드의 재생에너지 투자가 작년에 비해 63% 폭등한 96억달러로 집계됐다.
올해의 경우 철강, 폴리실리콘 등 재생에너지 발전에 들어가는 핵심 원재료들의 가격 상승, 공급망 차질,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들의 기준금리 인상과 이에 따른 자금 조달에 어려움 등 성장을 둔화시키는 요인들이 시장에 난무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러한 결과가 더욱 주목받는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글로벌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재생에너지의 필요성이 부각된 게 투자자들의 눈길을 끈 것으로 풀이된다.
BNEF의 알버트 청 분석 총괄은 "정책 입안자들은 재생에너지가 에너지 안보를 확보하고 변동성이 큰 원자재에 대한 의존도를 줄일 수 있는 핵심 요인이라는 것을 더욱 인정하고 있다"며 "지속적인 비용 인플레이션, 공급망 문제 등으로 인한 역풍에도 청정 에너지원 수요는 그 어느 때보다 강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도 글로벌 에너지 위기가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을 촉진시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재생에너지 발전원별로 살펴보면 상반기 태양광발전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가 전년 동기대비 33% 급등한 1200억달러로 집계되면서 신기록을 경신했다. 투자를 가장 많이 단행한 국가는 중국으로 나타났는데 올해의 경우 투자금액이 작년의 150억달러보다 173% 뛴 410억 달러로 집계됐다. 단일 태양광발전 프로젝트에 가장 많이 투입된 금액은 후베이성에 1300메가와트(MW)급 태양광 발전소를 건설하기 위한 11억 달러로 나타났다.
중국 다음으론 미국이 75억달러, 일본이 39억달러로 순위를 이었다.
▲풍력발전(사진=AFP/연합) |
BNEF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풍력 투자가 작년 대비 72% 급등하는 등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반면 유럽·중동·아프리카(EMEA)에선 7% 감소했다"며 "북남미에선 투자가 257억 달러로 큰 변화가 없었다"고 밝혔다.
이중 육상풍력의 경우 상반기 투자액이 924억달러로 나타났는데 중국이 410억달러로 절반 가까이 차지했다.
이와 관련해 BNEF의 난난 커우 중국 총괄은 "중국 정부는 경기부양을 위해 청정 인프라를 가장 중요한 투자분야로 여기고 있다"며 "이러한 투자는 석탄발전을 대체하기 위해 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리는 점과 궤를 같이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은 2030년까지 1200 기가와트(GW) 규모의 풍력과 태양광 발전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궤도에 올라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BNEF는 해상풍력 투자가 돋보인다고 짚었다. BNEF에 따르면 올 상반기 해상풍력 투자금액이 작년대비 52% 급등한 320억달러로 집계됐다. 단일 해상풍력 프로젝트에 가장 많이 투입된 금액은 산둥성에 위치한 1000MW급 해상풍력 발전소를 건설하기 위한 21억 달러로 나타났다.
BNEF의 첼시 존 마켈 해상풍력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해상풍력 발전설비 용량이 작년 53GW에서 2035년 504GW로 10배 급등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투자자금이 계속 유입될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은 해상풍력 설치 목표를 상향 조정했기에 추가 투자가 따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BNEF는 이번 상반기에 세계 에너지 기업들의 인수합병이 가장 활발했다고 전했다. 28억달러에 리뉴어블 에너지 그룹을 인수하기로 한 미국 석유공룡 셰브론이 주요 사례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