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독일·이탈리아 등 유럽국가, 겨울철 전기·가스 2~3배 폭등 전망
전력도매가격 200원 수준·열요금 10월 인상 등 국내 에너지 요금 이슈
전문가들 "韓, 러시아發 겨울철 에너지 보릿고개 영향권…소비 조절 필요""
▲원유(사진=로이터/연합) |
[에너지경제신문 오세영 기자]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시작된 국제 에너지 대란 여파가 겨울철 에너지 수급까지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영국과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 내 국가들을 중심으로 겨울철 전기와 가스 요금이 2∼3배 폭등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도 영향권을 피하지 못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나왔다.
우리나라 에너지 상황도 국제 에너지 대란으로 높아진 유가와 천연가스 가격의 영향을 받고 있다.
21일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도 유럽 전역에 퍼진 러시아발(發) 에너지 대란의 본격적인 영향권에 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국제 유가 상승 압력이 계속 있다"며 "미국의 천연가스 가격도 올라갈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우리나라도 겨울철 난방 수요가 높아진다면 수요 증가에 따라 도입 비용 부담이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박호정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는 "경기 침체로 효과로 국제 유가가 조금 떨어졌지만 궁극적으로 유가는 계속 상승 압력이 있다고 본다"며 "유가가 이렇게 계속 상승하면 유가와 연동된 천연가스 가격도 올라갈 수 있다. 게다가 미국 헨리허브 천연가스 가격도 일주일 사이 무섭게 올라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겨울철에는 LNG 수요가 굉장히 증가하면서 비축 수요도 올라가기 때문에 미국산 천연가스에 대한 수입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며 "이제 미국 프리포트LNG까지 연말 쯤 다시 재개되면 미국 수출기지가 정상화하면서 헨리허브 가격이 오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헨리허브는 천연가스 선물계약 인도 장소로 미국 루이지애나주 아래쪽에 위치해 있다. 미국 내 총 9개주 113개 파이프라인 연결돼 있으며 뉴욕선물시장을 통해 천연가스 수요와 공급 파악하며 가격 결정한다.
프리포트LNG는 미국 LNG 수출의 핵심 역할을 하고 있는 곳이다. 연간 1500만t의 LNG를 수출해 미국 연간 총 수출량의 약 17%를 담당하고 있다. 수출의 80%가 유럽으로 향하고 나머지는 대부분 아시아로 공급하고 있다.
박호정 교수는 "우리도 유럽 브랜트유에 연동이 돼있는 천연가스 계약이나 미국 헨리 허브 가격 등 타격을 받을 수 있다"며 "정부에서 천연가스 수급을 해서 차질없이 준비하겠다고 하지만 얼마만큼 높은 가격으로 수급을 준비하느냐가 관건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에너지 안보라는 것은 합리적으로 수용 가능한 가격에서 차질없이 공급받는 능력을 의미한다. 우리가 과도하게 지불하는 어떤 에너지 가격이 있다고 한다면 에너지 안보 정의에서 벗어나는 것"이라며 "여러 경제 주체들에게 지금은 에너지 소비를 줄여야 될 때라는 시그널이 가고 있는 셈이다"라고 꼬집었다.
조용성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는 "직접적인 영향은 없을지라도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러시아로부터 직접 들여오는 물량이 많지 않지만 다수의 국가에서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면 전세계 에너지 시장에서 대체 에너지 수요가 높아지기 때문에 영향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러시아에서 서유럽에 공급하는 LNG 가스관을 잠그면 서유럽 국가들도 결국 중동이라든가 기타 다른 지역에서 생산된 가스를 액화시킨 LNG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LNG 시장에 기존보다 수요가 많아지고 공급 물량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생긴다"고 덧붙였다.
다만 우리나라가 들여오는 LNG 대부분 물량이 장기 도입 물량이기 때문에 장기 도입 물량에 미치는 영향은 적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수요가 늘어나면서 필요해지는 스팟 물량 도입 가격이 급등할 가능성이 있다.
조용성 교수는 "우리나라 대부분의 LNG 물량은 20∼30년간 일정 물량을 가져오도록 장기 계약을 맺고 있다"며 "기본적으로 도입하는 물량 외에 수요가 증가해서 더 필요로 해지는 물량은 스팟 마켓이라는 시장에서 현물로 거래하는데 이 단기 물량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의 분석대로 유럽발 에너지난의 파장이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미칠 경우 국내 겨울철 에너지가격 급상승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전력시장 도매 가격(계통한계가격·SMP)는 액화천연가스(LNG) 가격 영향으로 이달 들어 연일 1kWh당 200원 수준을 오르내리고 있다. 이에 따라 4분기의 시작인 오는 10월 전기·가스·열 요금의 인상 폭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한국전력공사의 적자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고물가 속에서도 전기요금의 구성요소 중 하나인 연료비 조정요금의 추가 인상 가능성까지 나오고 있다. 연료비 조정요금은 지난달 KWh당 5원을 한꺼번에 인상, 연간 조정 상한 폭을 모두 소진했다. 10월 연료비 조정요금을 추가로 올리려면 조정 상한 폭을 확대해야 한다.
정부는 10월부터 전기요금의 또 다른 구성요소인 연료비 기본요금을 KWh당 4.9원 인상하겠다고 이미 예고했다.
가스 및 열 요금의 인상 폭도 줄줄이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는 한국가스공사의 미수금 일부 해소를 위해 지난 5월과 7월에 이어 10월에도 도시가스 요금의 정산 단가를 인상키로 했다.
한국지역난방공사도 에너지가격 급등에 따른 원료비 상승요인을 반영해 주택용 기준 열요금을 지난달 1일 7.51원/Mcal으로 올린 데 이어 10월 1일부터 6.11원/Mcal로 인상한다고 공지했다.
국내 겨울철 에너지 요금 인상 폭 확대 가능성은 유럽·미국 등 국제 천연가스 가격이 최근 크게 오르고 있는데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외신에 따르면 다음 달 분 유럽 천연가스 가격은 지난 18일(현지시간) 메가와트시(MWh)당 241유로(약 32만2000원)를 기록했다. 이는 역대 최고가로 예년 이맘때보다 11배 정도 높은 수준이다.
미국 천연가스 가격도 14년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미국 천연가스 근월물 선물 가격은 지난 16일 100만BTU(열량단위) 당 9.32달러로 2008년 8월 이후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 가격은 지난 6월 말에 비하면 70% 정도 높은 수준이다. 특히 코로나19로 봉쇄 조치가 내려졌던 2020년 6월 1.48달러대와 비교하면 무려 6배 넘게 뛰어오른 것이다.
에너지 시장조사업체 콘월 인사이트는 최근 영국의 가구당 에너지 요금 상한이 현재 1971파운드(약 311만원)에서 오는 10월 3582파운드(약 565만원)로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가 높은 독일 내 기업과 가정은 10월부터 부담금을 추가로 내야 한다. 독일 가스공급 업계들의 합작회사인 트레이딩허브유럽(THE)은 10월 1일부터 가스를 쓰는 기업과 가정에 1㎾h당 2.4센트(32원)의 부담금을 추가하기로 했다.
이탈리아 당국은 지난해 10월 1일부터 올해 9월 30일까지 일반적인 가정의 가스 요금이 1700유로(약 226만원) 정도로 오른다고 추산했다. 이는 지난 2020년 10월에서 2021년 9월까지 가스요금에 비하면 70% 이상 증가한 액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