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립 인허가 사실상 중단…빌라 월세 2015년 이후 최고치
250%→400% 고밀 소형주택으로 주거 공백 메워야
▲서울 시내 빌라 밀집 지역. 연합뉴스
정부의 주택공급 드라이브가 아파트 위주로 진행되는 사이 단독·다가구·연립주택은 사실상 공급이 중단됐다. 총량 공급을 목표로 삼다 보니 주택의 규모와 유형에 대한 고려가 부족한 상황이다. 비아파트 공급이 줄어든 상황에서 빌라 월세부담은 커졌다. 비아파트가 내 집 마련의 최종 정착지로 인식되지 않는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저층 주거지와 고층 아파트 사이를 잇는 중간주택 모델 개발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 단독·다가구·연립주택 공급 사실상 중단…월세↑, 오피스텔 수익률↑
26일 에너지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공급 정책의 시차와 대외경제 여건 악화로 주택 공급 물량은 감소하고 있다. 모든 주택 유형에서 인허가량이 급감하고 있는 가운데 단독·다가구·연립주택은 주택 인허가·착공·준공 과정에서 사실상 중단 상황이다.
▲국토교통통계누리자료를 기반으로 정리한 주택 유형별·공공주택 주체별 인허가 추이. 더불어민주당 주거복지특별위원회 주최 '부동산정상화, 주거안정의 새로운 길을 묻다' 토론회 자료
주택유형별 인허가 추이를 살펴보면 아파트 공급비중이 압도적이다. 2016년을 기준으로 10년간 데이터를 본 결과, 모든 주택 유형을 합한 인허가 가구 수가 2016년에 74만 가구였지만 지난해 말에는 41만가구로 크게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3년에서 5년가량은 인허가 가구수가 40만가구 내외로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민간 주택공급 물량이 급격히 감소했다. 민간주택 인허가 물량은 2016년 62.3만가구에서 2025년 30.4만가구로 절반 이하로 줄었다. 공공주택 인허가 물량은 2016년 12.3만가구에서 2025년 11.0만가구로 현상유지했다. 대부분 공공주택의 공급은 LH가 맡고있다. LH는 2023년 이후 인허가 물량을 확대하면서 민간부문의 공급 부족을 상쇄하고 있다.
현 주택정책은 총량 공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공급정책이 아파트 위주로 이뤄지는 상황에서 주택의 규모와 유형에 대한 고려는 부족하다.
1·2인가구 비중이 확대됨에 따라 소형 주택 공급이 필요한 상황이다. 국가데이터처의 인구총조사에 따르면 1인가구 비율은 2000년부터 2024년까지 상승세를 보였다. 2024년 기준 1인가구는 약 804만5000가구로 전체 가구의 36.1%를 차지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2인가구도 증가세다. 2022년 이후 총 혼인건수는 꾸준히 증가했다. 2022년 19만건이었던 혼인건수는 2025년 24만건으로 상승했다.
비아파트 공급 감소와 아파트 전세시장 위축이 맞물리면서 월세부담은 가중되고 오피스텔 수익률은 높아졌다.
아파트 전세 매물은 정부의 대출규제와 실거주 의무 강화, 계약갱신청구권 행사 등이 겹치면서 감소했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24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1만5403건으로, 전년 동기(2만7550건) 대비 44% 감소했다.
전세 매물이 줄자 세입자들 수요는 빌라와 오피스텔로 옮겨갔다. 2015년 이후 월세가격지수는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월 서울 빌라(연립·다세대) 월세가격지수는 103.32(2025년 3월=100)다.
과거와 달리 오피스텔에서 아파트로의 이동이 원활하지 않다 보니 월세 상승세가 지속되고, 월세 강세가 임대수익률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3월 수도권 오피스텔 수익률은 5.32%로 8년 10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 최종 정착지는 '아파트'…주거 사다리로 기능 못하는 단독·다가구·연립주택
소형주택 수요자들에게 상대적으로 저렴한 다세대나 연립주택이 주거 사다리로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토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비아파트 소유 기피 현상과 주거정책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주거 선호에 따라 선호하는 주택 유형과 지역 등이 서열화 된 상황이다. 첫 집 마련으로 주택에 대한 고민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후에도 계속되는 주거 상향 목표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오늘날 아파트가 우리나라의 주된 규범으로 작용하고, 빌라 등 저층 주거지는 주변화된 상황이다.
아파트와 연립·다세대의 가격 차이를 고려하면 비아파트는 자산이 부족한 계층에게 일종의
대안이나 주거 사다리로 기능할 수 있다. 그러나 아파트 전세 매물이 감소하고 전세의 월세화가 진행되는 상황에서는 임차 가구의 주거비 부담이 가중된다. 비아파트가 안정적인 주거 사다리로 기능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비아파트 소유 기피 경향도 주거 불안을 가중한다. 연구원은 “청약 기회 등을 고려할 때 비아파트 소유가 주거 목표를 달성하는데 방해가 된다는 판단에 소유를 기피하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전세사기 피해의 83.7%가 비아파트에서 발생한다는 점도 비아파트의 월세화를 촉진해 임차인의 주거비 부담을 가중한다.
◇ 부족한 비아파트 주택공급 논의…대안은 '아파트 아닌 저렴한 주택모형 개발'
아파트 위주의 공급대책 속에서 비아파트는 공급 감소와 노후화, 주거 품질 저하 등으로 소외된다. 비아파트 공급 확대 방안으로는 생활숙박시설(생숙)의 오피스텔 전환 정책 정도만 논의될 뿐이다. '레지던스'로 불리는 생숙은 당초 외국인 관광객 등을 대상으로 한 장기체류숙박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도입된 취사가 가능한 숙박시설이다.
집값 급등기에 세제나 청약, 대출 등 규제가 없는 주택 대체 시설로 편법적으로 활용돼 숙박업이 아닌 투자·주거 목적으로 분양됐다. 불법으로 실거주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2021년 정부는 생숙을 숙박업 외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이 조치에 수분양자들이 반발했고, 정부는 2027년까지 이행강제금 부과를 유예하고 오피스텔로의 용도변경을 허용했다.
문제는 오피스텔 용도 변경 허용에도 전환율이 저조하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말 기준 준공이 완료된 생숙은 14만4091실이고, 이 중 숙박업으로 신고하거나 오피스텔로 전환하지 않은 미신고 생숙은 3만1560실이다.
재개발·재건축이 주로 이뤄지는 상황에서 주거지는 저층 비아파트와 고층 아파트로 양분된다. 국토연구원은 지난해 '비아파트 소유 기피 현상과 주거정책 과제' 보고서를 통해 다세대·연립주택 등 비아파트 가격이 아파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내 집 마련 실현의 대상으로 보지 않는 경향이 강화되고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런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할 때 아파트와 연립·다세대의 가격 차이를 고려하면 비아파트는 자산이 부족한 계층에게 일종의 대안이나 주거 사다리로 기능할 수 있다.
▲지난 23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주거복지특별위원회 주최로 열린 '부동산정상화, 주거안정의 새로운 길을 묻다' 토론회에서 변창흠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송윤주 기자
기존 저층 주거지와 아파트 사이를 메울 대안에 대해 변창흠 전 국토부장관은 더불어민주당 주거복지특별위원회 주최로 지난 23일 열린 '부동산정상화, 주거안정의 새로운 길을 묻다' 토론회에서 '중층 고밀주택 단지모델'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는 주차장·일조권·도시계획 등 규제를 다 지키면서 소형주택을 지으면 사업성이 나오지 않거나 지을 수 있는 집의 수가 적은 상황이다. 2002년 이전에는 좁은 땅에도 여러 가구의 빌라를 지을 수 있었지만 1세대 1주차장 규제가 강화되면서 공급이 크게 줄었다. 일조권 규제는 인접한 집의 햇빛을 가리지 않기 위해 건물을 띄우거나 윗부분을 깎아서 짓게 만드는 규칙이다. 땅의 크기는 한정적인데 일조권 규제로 인해 위로 올리지 못하거나 사선으로 깎아야 한다면 용적률이 줄어드는 것이다.
핵심은 중대형 아파트가 아니라 소형주택을 지을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다. 현재 최고 250% 수준의 정비사업을 400% 수준의 고밀 주택단지로 정비하고, 주택공급촉진지구나 4종 주거지역 지정을 통해 일조권·채광부·주차장 규제 완화를 적용한다. 블록 단위의 좁고 높은 주택단지가 아니라 넓고 뚱뚱한, 중복도가 있는 2열 주택단지를 건립한다는 구상이다.
기숙사·오피스텔·도시형 생활주택 수용을 통해 토지 소유주는 추가 분담금 없이 내 집 마련과 월세 수입을 확보할 수 있다. 높아진 용적률로 추가로 더 지을 수 있게 된 가구들을 일반에 분양하거나 임대를 놓아 공사비를 충당할 수 있는 구조가 된다.
주택 공급물량이 대폭 확대돼 원주민과 세입자의 재정착률을 높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기존 공동체를 유지하는 모델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아파트 일변도 정책의 한계를 지적하며 새로운 주택 모델 개발 필요성에 공감했다. 변 전 장관은 “주택공급촉진지구처럼 전략적으로 꼭 필요한 지역이 있다면 중층·고밀로 지어 입주민들이 최소 금액만 부담하면서 입주할 수 있는 주택 유형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