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 상반기 사상 최대 실적에도 못 웃는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2.08.29 14:26

정유4사, 올해 상반기 영업익 12조원 넘어…수출도 역대 최대

법인세 부담에 횡재세 논란,경기침체 겹쳐 하반기 전망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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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경제신문 김아름 기자] 국내 정유사들이 상반기 최대 실적이라는 성적표와 석유제품 생산·수출량 연중 최대치를 기록이라는 희소식에도 웃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횡재세 불확실성이 여전한데다 최근 유럽연합(EU)의 러시아 제재 완화 조짐 및 글로벌 경기침체 장기화 등 하반기 악재가 산재돼 있기 때문이다.

29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국내 정유4사(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의 상반기 잠정 영업이익은 총 12조3200억원으로 사상 처음 12조원을 넘었다. 2020년 한 해 5조원 가까운 영업손실을 기록한지 2년 반 만이다.

각사별로 보면 SK이노베이션이 3조9782억원, 에쓰오일 GS칼텍스가 각각 3조538억원과 3조2132억원, 현대오일뱅크가 2조748억원이다. 이들이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낼 수 있었던 데엔 올해 초부터 코로나19 진정세로 이동이 늘어나면서 정유 수요는 증가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러시아산 원유 수출이 한때 제재를 받아 공급이 줄었다. 이에 정제마진도 6월 마지막 주까지 배럴당 29.5달러까지 가며 정유사들의 이익에 한 몫했다. 정제마진은 정유사가 원유를 정제해서 만든 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을 뺀 것으로 통상적으로 배럴당 4달러를 손익분기점으로 본다.

수출 물량도 최대치를 찍었다. 올해 1∼6월까지 휘발유 수출량은 5197만7000배럴, 경유 수출량은 지난해보다 8.8% 증가한 9510만2000배럴를 기록한 것. 국제유가 초강세에 수출액의 증가폭 또한 더 컸다. 올해 상반기 국내 정유 4사의 석유 제품 수출액은 역대 상·하반기를 통틀어 반기 기준 최대치인 279억5600만달러(약 36조6810억원)를 기록한 것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휘발유 수출액과 경유 수출액이 각각 105.2%, 106.8% 증가한 규모다.

7월만 봐도 수출량은 4692만9000배럴를 나타냈다. 특히 경유의 경우 그 수출량은 전년 동월 대비 무려 28.7% 증가한 1990만7000배럴에 달했다.

이와 관련해 정유업계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전세계적으로 경유 공급이 부족하면서 수출 물량이 크게 늘어났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연이은 희소식에도 정유사들은 마음 놓고 웃지 못하는 상황이다. 초강세를 보이던 국제유가가 안정세로 돌아선 것과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 하락도 하반기 실적을 불투명하게 하고 있다.

또 EU의 러시아 제재 완화 가능성과 글로벌 경기침체 및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정유 수요 감소 가능성도 남아 있는데다가 이들 정유사에 부과되는 어마어마한 법인세도 있다. 법인세는 기업(법인)의 소득을 과세대상으로 부과하는 조세로 연말 실적까지 합산해 납부한다.

상반기까지 정유사들의 영업이익으로 발생한 법인세는 총 3조1732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9090억원) 대비 249.1% 증가한 규모다. 올해 상반기 합계 영업이익의 25.7%에 달한다.

업체별로는 SK이노베이션 1조1844억원, GS칼텍스 8200억원, 에쓰오일 7102억원, 현대오일뱅크 4586억원이다. 통상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약 3∼4배 가량 늘었다.

여기에 정치권의 횡재세(초과이윤세) 도입 논란도 매듭을 짓지 못하고 있다. 횡재세는 갑작스럽게 막대한 이윤을 거둔 기업에 추가로 세금을 징수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국회 일각에선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도 고유가로 일부 업종에 과도한 이익이 집중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면서 국내 정유 4사의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늘어난 만큼 이를 공론화할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이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이미 실적만큼 법인세를 내야 하는 상황인데, 횡재세를 시행한다면 ‘이중과세’나 다름없다"며 "더욱이 횡재의 기준도 명확하지 않은데다가 이를 시작으로 산업계 전반으로 횡재세가 당연해질 수 있게 된다. 자칫 기업이 경영하기 더 힘든 구조가 되는 셈이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회의적인 입장이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지난 22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정유사를 대상으로 한 ‘횡재세’ 도입 논의에 대해 "직접적으로 검토하거나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지난달 "횡재세로 접근하는 방식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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