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비상'인데 中 위안화 마저 급등…"韓 원화 가치 더 떨어질 듯"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2.09.05 11:26
2022090501000175400007201

▲(사진=연합)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원달러 환율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연고점을 경신하고 있지만 달러 대비 원화가치를 추가로 하락시키는 대외적인 요인이 발생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선방했던 중국 위안화마저 가치가 추락하고 있어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 환율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블룸버그통신은 2년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중국 위안화 가치가 앞으로 더 떨어질 수 있으며 이로 인한 파장이 중국에 인접한 국가들은 물론 아프리카나 중남미 신흥국까지 미칠 수 있다고 5일 보도했다.

위안화 환율이 오른다는 것은 중국의 수출경쟁력을 강화시켜 한국처럼 수출에 크게 의존하는 국가들의 기업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이로 인해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들이 경쟁력을 지키기 위해 통화가치 절하에 나설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로 위안화 가치는 지난 8월까지 6개월 연속 하락했는데 이는 미중 무역전쟁이 본격화했던 2018년 10월 이후 최장기간이라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지난 2일에는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6.9위안까지 치솟았다. 올해 연초까지만 해도 환율이 6.3대 위안 수준을 보였던 것과 상당히 대조적이다.

특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환율이 오르지 않았던 신흥국 통화는 중국이 유일했다.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미 달러화에 대한 의존도를 줄인데 이어 미 국채 투자자들이 중국 위안화에 새로운 투자처로 눈길을 돌렸던 점이 위안화 가치를 떠받쳤다.

그러나 지난 4월부터 ‘제로 코로나 정책’ 여파, 부동산 위기, 경제성장 둔화 등이 부각되면서 외환 유출이 본격화됐다. 지난 4월 중순에 달러당 6.3 후반대 위안을 보였던 환율이 5월 중순에 6.7대위안까지 오르는 등 한달 만에 6% 가량 치솟았다. 여기에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물가 안정을 위해 높은 수준의 금리를 유지하겠다고 고수하고 있는 반면 중국은 기준금리인 대출우대금리(LPR)를 내린 것이 위안화 가치에 하방 압박을 가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2022-09-05_111749

▲달러 대비 중국 위환화 환율 추이(사진=네이버금융)

전문가들은 그러나 앞으로 위안화 환율이 더 오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소시에테 제네랄(SG), 노무라홀딩스, 크레딧 에그리꼴 등 글로벌 금융은행의 통화 매니저들은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이 심리적 경계선인 달러당 7위안 선을 돌파하는 ‘포치(破七)’ 현상이 올해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중국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이 7위안을 넘은 것은 2020년 7월이 마지막이었다.

이번 주 발표 예정인 중국 경제지표들 또한 위안화 가치 지지에 호재로 작용하지 못할 것이란 진단도 나왔다. 중국의 8월 외환보유고가 줄고 수출은 둔화될 가능성이 있으며 차이신(財新)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도 하락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같은 위안화 환율의 추가 상승 가능성은 가뜩이나 주요 경제국들의 긴축기조, 경기침체 가능성 등에 놓인 신흥국들에게 더 큰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스웨덴 최대은행 SEB의 페르 하마룬드 신흥국시장 최고 전략가는 "위안화의 추가 약세를 앞두고 다른 신흥국 시장들도 자국 통화가치 하락 압력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과 직접 수출 경쟁을 하는 국가들이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골드만삭스와 SG는 한국 원화, 대만 달러, 태국 바트, 말레이시아 링깃, 남아프리카 랜드 등이 위안화 약세에 따라 가치가 더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SEB는 멕시코, 헝가리, 루마니아와 터키의 통화가 가장 취약할 것으로 진단했다.

여기에 신흥국 경제가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도 통화의 평가절하 압박으로 이어진다는 관측도 나왔다.

SG의 피닉스 케일런 리서치 총괄은 "지난 10년간 중국과 다른 신흥국간 무역 및 금융 관계가 크게 강화됐다"며 "이로 인해 신흥국 통화와 중국 위완화간 디커플링이 더 어려워졌다"고 밝혔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수출 중 중국이 차지했던 비중이 30%에 육박한 것으로 집계됐다. 또한 최근 120일간 역외 위안화 가치와 신흥국 통화 간 상관관계는 2년만에 최고 수준에 근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성준 기자 기사 더 보기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