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사이트] 가로주택정비사업 이대론 안된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2.09.13 10:10

박지훈 비욘드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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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훈 변호사/비욘드법률사무소 대표


사람들은 재건축을 그토록 바라는 이유는 뭘까. 기본적으로 종전에 가진 노후화된 재산에 비해 새로 짓는 건축물의 가격이 높아지므로 보유하는 재산의 가치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결정적으로 이들이 선호하는 재건축 대상지역은 기존 주택단지가 대단지이고, 용적률이 높지 않아서 일반분양을 많이 할 수 있는 곳이다. 일반분양수익이 높은 재건축 단지의 경우 조합이 지출해야하는 총 사업비보다 일반분양수익이 높아 조합원들이 환급금을 받아갈 수도 있어 시장 가치가 높은 신축아파트가 공짜로 생기는 것은 물론 추가적인 환급금 수익까지도 얻어갈 수 있으니, 그야말로 ‘꿩먹고 알먹고’인 셈이다.

이런 수익구조 때문에 재건축 조합은 일반분양의 세대수를 늘리거나, 분양가격을 높이려 하고, 사람들은 이런 수익성 좋은 재건축 단지에 투기 또는 투자하고자 몰린다. 이는 재건축 단지의 가격상승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과도하게 분양수익을 추구하는 경우 아파트 가격의 급등 문제가 발생하고, 이를 제한하기 위해 분양가 상한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등 규제책을 유발한다.

그렇다면 최근 소규모주택정비사업 중 각광받고 있는 가로주택정비사업은 어떨까. 가로주택정비사업의 사업시행구역은 기본적으로 소규모이고(1만㎡ 미만), 층수제한(최근 폐지되었다)이 있어 사업성이 좋지 않을뿐더러 일반분양분이 적어 조합원의 부담금이 불가피한 경우가 많아 진행하는 곳이 드물었다. 그러다 전임 문재인 정부에서 절차의 간소화, 건축규제완화, 주택도시보증공사(이하 HUG)를 통한 초기사업비와 본 사업비의 50%(이주비 포함)를 저금리로 대출 등 각종 혜택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유도하여 현재 수도권 지역은 물론 전국적으로도 가로주택정비사업이 상당수 진행되고 있다.

실제로 필자가 사업수익성이 높지 않은 여러 곳의 가로주택정비사업조합의 법률자문을 진행하면서 느낀 바로는 경제적 생활수준이 높지 않은 지역에서, 열악한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노후화된 주택을 신축하기 위해 주민들이 선택할 수 있는 유익한 제도라 생각된다.

그런데 올 1월 가로주택정비사업의 이점 중 하나였던, 사업비의 저금리 대출업무를 HUG(주택도시보증공사)가 아닌 기업은행으로 이관하도록 하고, HUG는 대출보증서만을 발급하는 것으로 정책이 바뀌었다. HUG의 예산부족으로 인한 것인데, 이와 같이 정책이 변경되면서 이미 HUG로부터 기초사업비를 대출받은 조합들 중 조합원들의 생활수준이 낮은 곳의 경우 이주비의 대출이 거부되고, 사업비 대출에 대한 비용이 상승하는 문제점이 발생했다.

HUG는 이주비 대출을 심사하면서 조합원 개개인의 신용등급은 고려하지 않았으나, 기업은행으로 이관되며 조합원 개개인의 신용등급에 따라 이주비의 대출을 거부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주비와 본 사업비의 대출을 믿고, 초기 사업비 대출을 받아 사업시행계획의 인가절차를 진행하는 조합들은 이주비를 확보하지 못해 시공사나 시중 은행들에게 고리로 손을 벌리게 되거나 그마저도 여의치 않아 조합사업이 중단되어 기존에 대출받은 사업비에 대한 이자만을 부담하면서 조합의 빚만 쌓이는 최악의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결국 조합의 비용이 늘어 조합원 분담금이 커지게 되면, 가뜩이나 경제적인 능력이 없던 조합원들은 거주하던 집을 팔아서 조합원의 지위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선택하거나(종국적으로는 염가에 판매할 수밖에 없어 거주하던 집만 잃게 되는 것과 다름이 없다), 사업종료 후 시공사 등에 의해 신축아파트를 경매당하는 경우까지 발생할 수 있다. 이 같은 처지의 조합원들에게는 국가 정책의 갑작스런 변경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손해를 보전할 수 있는 최소한의 완충책이 필요한데, 현재로서는 어떠한 조치도 없는 상태다.

필자는 먼저, 정책 전환 이전에 조합을 설립하였거나, 초기사업비를 이미 지원받은 조합들에 대해서라도 이주비와 본 사업비를 종전과 동일한 기준으로 대출해 주는 방법을 유지하는 방안을 제안해 본다. 그리고 HUG의 대출금리와 기업은행의 그것의 차이만큼을 보전해주는 정책을 도입하여 적어도 정부의 정책을 믿고 어렵게 가로주택정비사업의 진행을 결정한 조합들에 대해서라도 불측의 손해를 입지 않게 하는 정책을 고려해 볼 것을 제안한다.

투기를 위해 진행하는 부동산 개발사업의 경우에는 엄단의 조치를 통해 주택가격의 안정을 도모하는 것이 적절하다. 그러나 정부의 적극적인 유도정책을 믿고, 투기나 투자와는 무관하게 생존을 위해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선택한 이들에게까지 예외적인 보완책을 두지 않고 방치하는 것은 정부가 시작한 사업에 대한 위험을 국민에게 떠넘기는 무책임한 행동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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