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순위청약 제도로 건설사 골탕…“청약제도 개선 절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2.09.06 13:21

1회당 계약률 10~20% 그쳐…미분양 물량 해소 못해



일정횟수 이상 무순위청약 후 선착순 판매 전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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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북 수유동에 위치한 칸타빌 수유팰리스 전경. 사진=김준현 기자


[에너지경제신문 김준현 기자] 최근 무순위청약을 진행하는 아파트 입주자 모집공고에 ‘묻지마 청약’을 자제하라는 빨간 문구가 자주 보이고 있다. 무순위청약에 접수했다가 당첨된 후 바로 취소를 통보하는 수요자들로 인해 건설사들이 속을 앓고 있다는 입장이다.

6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서울 강북구 ‘칸타빌 수유팰리스’는 지난달 22일 여섯 번째 무순위청약을 진행했다. 해당 건설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에도 경쟁률이 1:1을 넘은 상황에서 청약 당첨자들이 계약을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해 7차 무순위청약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 접어들었다.

무순위청약은 아파트 정당계약 이후 미분양 및 미계약 물량이나 당첨 취소 물량이 발생하면 청약가점에 상관없이 추첨으로 당첨자를 정하는 청약 방식이다. 청약 경쟁률이 1:1을 넘으면 무조건 무순위청약으로 잔여 가구를 공급해야 하고, 그 밑으로 경쟁률이 떨어져야 선착순 판매가 가능토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앞서 칸타빌 수유팰리스는 지난 2월 최초 청약 이후 4월부터 8월까지 여섯 차례 무순위청약을 실시했다. 입주자모집공고문에는 빨간 글씨로 △중도금 대출 불가 가능성 있음 △10년 재당첨 제한 △서울시 거주자만 가능 △무주택자만 가능 등 주의사항이 적혀 있다. 여기에 ‘미자격자 및 계약의사 없는 고객 청약 자제’ 등 ‘묻지마 청약’으로 실수요자 당첨기회를 상실시키지 말라고 강조하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해당 건설사 관계자는 "자격조건도 확인하지 않고 덜컥 청약을 넣었다가 막상 당첨되고 나니 포기하는 사례가 많다"며 "왜 청약을 넣었냐고 물어보면 ‘혹시 몰라서’, ‘내 권리 내가 쓰고 내가 포기하는 것 뿐’이라는 황당한 답변이 요새 자주 들어오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날 기자가 찾은 칸타빌 수유팰리스는 서울지하철 4호선 수유역 8번 출구에서 7~8분이면 도착하는 역세권 단지다. 가는 길에 강북구청이 있고, 프랜차이즈 상가도 줄지어 있다.

아파트 단지로 들어가는 초입에는 ‘강북종합시장’이라고 쓰인 간판이 보인다. 여기에서 고개를 조금만 올리면 바로 ‘CANTAVIL’ 로고가 붙은 칸타빌 수유팰리스가 보인다.

지하 3층~지상 15층, 총 216가구 규모로 구성된 소규모 단지지만 주변 건축물이 층고가 낮아 아파트에서 바라보는 조망권이 나빠 보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칸타빌 수유팰리스는 건물을 거의 다 짓고나서 분양하는 후분양제를 실시해 예비 수요자들로부터 고분양가 인식이 크게 작용했다. 결국 서울 아파트에선 이례적으로 분양가 15% 할인이라는 강수를 두게 된 것이다.

2022년 서울지역 2회 이상 무순위 청약 아파트(한국부동산원  자료취합)
최초 청약일자치구 및 단지명무순위청약 횟수
2022년 07월도봉구 창동다우아트리체3회
2022년 04월강북구 한화포레나미아3회
2022년 02월강북구 칸타빌 수유팰리스6회
2022년 02월구로구 신영지웰에스테이트개봉역2회
2021년 07월동대문구 브이티스타일6회
2021년 07월관악구 신림스카이7회
2021년 05월종로구 에비뉴 청계3회


칸타필 수유팰리스처럼 서울에서 무순위청약을 2회 이상 진행한 아파트는 같은 강북구 지역인 ‘한화포레나미아’ 등을 포함해 총 7곳이다.

건설업계는 ‘일단 넣고보자’ 식 묻지마 청약자들로 인해 무순위청약이 한 회당 계약률 10~20%에 그쳐 미분양 물량을 해소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무순위청약 공고를 낼 때마다 3주 정도 시간이 걸려 비용이 지속 낭비되는 상황이 발생하는 실정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무순위청약은 통장 사용이 없고 무주택에 당해지역 거주자가 되다보니 요즘같이 무순위청약물량이 많이 발생할 땐 묻지마 청약이 있을 수 있다"며 "다만 재당첨 제한 기한이 제법 길기 때문에 향후 분양시장에 도전하려는 수요자들은 무순위청약 도전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무순위청약제도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건설업계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자격 요건이 미달될 수 있음에도 입주자모집공고에선 별도 제재 장치가 없어 청약을 신청하기 전 반드시 전화를 달라고 하지만 청약자들이 문의 없이 지원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미분양 물량 처치 곤란도 문제다. 앞서 과거에는 건설사업자가 지정 계약 등을 통해 미분양 주택을 팔 수 있었지만, 2019년 이후 미분양 20가구 이상 단지는 반드시 청약홈을 통해서 무순위청약을 진행해야 한다. 이에 대해 건설사가 임의로 미분양 물량을 처분할 수 있는 권리를 주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도 함께 제시됐다. 또 무순위청약에 대한 횟수 제한을 걸고 추후 선착순 판매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생긴다.

이와 관련 국토교통부는 곧 일정 횟수 이상 무순위청약을 진행한 뒤 선착순 판매로 전환하는 내용 등을 담은 청약 제도 개선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져 향후 어떤 발표가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kjh123@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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