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시장 ‘빙하기’…서울 알짜아파트도 줄줄이 유찰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2.09.14 13:55

전문가 "금리인상·대출규제 완화없어 관망세 이어질 듯"



입찰경쟁률,낙찰가 하락에 갈아타기 실수요자에겐 기회

인왕산

▲서울 인왕산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 모습. 사진=김준현 기자


[에너지경제신문 김준현 기자] 부동산 경기가 침체 일로를 걷는 가운데 아파트 경매시장 역시 빙하기에 접어들었다는 이야기가 들리고 있다. 이달 서울지역 경매시장에 나온 10억원이상 아파트가 줄줄이 유찰되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일반 부동산 거래에 이어 경매시장 하락세가 짙어지는 것에 대해 당분간 부동산 시장 내 관망세가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법원경매 전문기업 지지옥션이 지난 8일 발표한 ‘8월 경매동향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경매 진행건수는 1469건으로 이 중 610건이 낙찰됐다. 낙찰률은 41.5%로 전월 대비 1.8%p 하락했다. 낙찰가율은 전월 90.6% 대비 4.7% 하락한 85.9%를 기록했다. 이는 약 3년 만의 최저 수치다. 게다가 평균 응찰자 수는 5.6명으로 지난 4월 8명 이후 4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 낙찰률은 전월보다 9.9%p 상승했지만 낙찰가율은 전달보다 2.9% 하락한 93.7%를 기록해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다. 대부분이 매매시장 위축 및 금리인상으로 인한 이자부담 탓에 낙찰가율이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최근 서울지역 경매시장은 한 두 차례 유찰된 이후를 기다렸다가 들어오는 분위기다"며 "향후에도 금리인상 및 대출규제 완화 상황이 아니기에 특별한 모멘텀이 없는 이상 이런 추세가 지속 이어질 것이다"고 전망했다.

14일 에너지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한 결과 이달에도 이같은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본지가 지지옥션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서울에서 경매가 이뤄진 지난 1일, 6일, 13일 중 10억 이상 아파트들이 줄줄이 유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지난 1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감정가 21억원인 동작구 흑석동 ‘흑석한강센트레빌’(115㎡)에 대한 경매가 진행됐지만 현재 호가보다 최대 4억원 이상 낮았음에도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또 감정가 10억원인 강남구 개포동 ‘대치아파트’(33㎡) 역시 10억원에 진행됐지만 이 역시 유찰됐다. 주상복합 아파트인 동작구 신대방동 ‘파크스퀘어보라매현대’(163㎡) 역시 14억5000만원에 실시됐지만 매각되지 않았다.

이날 서울중앙지법에선 서초구 서초동 ‘삼풍아파트’만이 감정가 21억4000만원에 응찰자 1명이 지원해 낙찰가율 100%로 매각된 것이 전부다. 이 아파트는 재건축 이슈 등이 있어 응찰이 있던 것으로 업계는 판단했다.

아울러 지난 1일과 9일 서울중앙지법에선 △중구 신당동 ‘남산타운’(115㎡, 감정가 16억3000만원) △관악구 신림동 ‘신림푸르지오’(85㎡, 10억400만원) △동작구 상도동 ‘상도파크자이’(85㎡, 17억9000만원) △서초구 잠원동 ‘동아아파트’(지분 84㎡ 중 42.5㎡, 11억4000만원) 등이 대거 유찰됐다.

이 기간 낙찰된 10억원이상 아파트는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84㎡)가 감정가 23억1000만원에서 약 22억5900만원(응찰자 16명)으로 낙찰가율 97.84%로 매각된 것과, 동작구 노량진동 ‘신동아리버파크’(115㎡) 감정가 11억6000만원에서 10억2370만원(응찰자 8명)으로 낙찰가율 88.25%로 매각된 것이 전부다.

반면 지난 13일 서울북부지방법원에선 저가 아파트 2건이 모두 낙찰됐다. 도봉구 방학동 ‘벽산아파트’(60㎡)가 5억1100만원에 나와 응찰자 1명으로 4억880만원(낙찰가율 80%)에 매각됐다. 감정가 8억3100만원인 성북구 회기로5길 ‘샹그레빌’(80㎡) 역시 응찰자 1명에 의해 6억7529만원(81.26%)으로 매각이 이뤄졌다.

이처럼 10억원이상 아파트는 연이어 유찰되고 10억원이하 아파트는 그나마 낙찰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 선임연구원은 "10억원을 초과하는 고가 아파트 낙찰가율은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대출 부담이 적은 감정가 3억원 미만 아파트는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무주택자나 갈아타기 실수요자들에겐 경매시장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경매하는 직장인> 저자 정규범 작가에 따르면 보통 경매아파트는 취득세가 12%이기에 현재 다주택자에겐 매력적이지 않지만 무주택자는 규제지역에서 취득세 1.1%를 내면서 동시에 실거주 전입신고를 하면 대출까지 가능하기에 기회를 노려볼 만 하다. 무주택자들끼리 경쟁하기에 낮은 낙찰가율로 주택을 낙찰받기가 훨씬 수월하다는 주장이다. 1주택자는 비규제지역 아파트나 빌라의 경우 취득세 1.1%가 인정되고 대출은 감정가 대비 최대 80%까지 나올 수 있다.

한편 경매 전문가들은 기준금리 인상이 정점일 것으로 예상되는 연말과 내년도에 특히 경매가 늘어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김성연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경매 3대 지표인 낙찰률(경매 건 대비 낙찰 건의 비율), 낙찰가율, 평균 응찰자 수의 하락이 뒤따를 것이다"며 "금리 인상기 경매시장은 입찰 경쟁률이 낮아지고 감정가 대비 저렴한 금액으로 낙찰받는 기회가 많아질 것이다"고 말했다. 강은현 EH경매연구소 대표 역시 "경매시장이 내년과 내후년 본격적인 호황을 맞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kjh123@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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