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읍·면·동 기준으로 세분화 해 전세가율 분석
전세가율 100% 넘는 ‘깡통전세’ 속출…"계약때 잘 살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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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구 영등포1가 신규 오피스텔에서 전월세 매물을 홍보하고 있다. 사진=김기령 기자 |
[에너지경제신문 김기령 기자] "집값이 1억3000만원인데 전세가 집값보다 비싼 1억4000만원 수준으로 나와 있는 경우는 허다하죠." (영등포구의 A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
전세가격이 매매가격보다 높은 ‘깡통전세’가 전국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서울에서도 영등포구, 강서구 등에서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이 100%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전세가율이 80%를 넘으면 위험하다고 보기 때문에 이미 위험 수준을 넘어섰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존 전세 세입자나 신규 계약을 앞둔 세입자들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15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지난 14일 임대차 계약 체결 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역별 전세가율, 보증사고 현황 및 경매낙찰 통계 정보를 공개했다. 지난 1일 발표한 ‘전세사기 피해방지 방안’과 지난 7월 발표한 ‘주거분야 민생안정방안’의 후속조치다.
국토부에 따르면 수도권을 읍·면·동 기준으로 범위를 좁혀 전세가율을 분석한 결과,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1가 아파트 전세가율이 103.4%로 전국에서 유일하게 100%를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연립·다세대주택의 전세가율은 서울에서는 강서구 등촌동이 105.0%로 유일하게 100%를 넘었다.
국토부가 지역별 전세가율을 전국 시·군·구 단위, 수도권은 읍·면·동 단위까지 세분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존에는 아파트나 빌라 등의 전세가율 정보는 표본 추출 방식으로, 빌라는 시·도 단위로만 공개됐기 때문에 임차인이 임대차 계약 시 활용하기에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왔는데 이를 보완한 것이다.
영등포구 영등포동1가 인근 A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영등포 일대 개발 호재로 이 지역에 신축 오피스텔이나 빌라가 많이 들어서고 있어 분양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며 "분양이 안 된 건 다 전세로 나와 있는데 이런 매물이 세입자들 입장에선 위험한데 신축 주거시설이 계속 늘어나는 상황에서 전세가율은 계속 높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깡통전세 우려가 높아지면서 HUG(주택도시보증공사)의 전세금반환보증 개선 필요성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HUG 전세보증은 전세가격이 공시가격의 150% 수준이면 가입이 가능하다.
공시가의 150%에만 맞추면 전세보증에 가입할 수 있기 때문에 집주인이 이 기준에 맞춰 전세가격을 최대한으로 높이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집주인들이 세입자를 구할 때 ‘안심전세보증보험 가입’ 등의 문구를 써 안전한 매물이라고 강조하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로 공시가격보다 전세가격이 높을 수 있고 매매가격보다도 높을 수 있는 것이다.
영등포구의 B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임차인 입장에서는 일단 전세가율이 좀 높더라도 보증보험 가입되면 안심된다고 생각하니까 다들 비싸도 계약한다"며 "보증보험 가입 기준이 너무 낮기 때문에 전세가격이 계속 높아지고 전세가율도 높아지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렇듯 깡통전세 계약이 우려되는 사례가 잇따르자 정부는 지난 1일 ‘전세사기 피해방지 방안’을 통해 HUG 공시가 적용 기준을 150%에서 140%로 낮추는 등 주택가격 산정체계를 개선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140%도 여전히 높다는 반응이다.
B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전세보증이 세입자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지만 집주인들이 이를 악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며 "예를 들어 전세보증 기준을 적용해 전세가격을 1억5000만원까지 올리고 추가로 월세나 관리비를 더 받는 등 꼼수를 쓰는 경우도 있어 세입자 부담은 더 커진 꼴"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깡통전세로 인해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에 대비하기 위해 임차인들이 계약 전 스스로 주의할 수밖에 없다고 조언한다.
함영진 직방빅데이터랩장은 "전세가율을 잘 살펴보고 전세가율이 너무 높은 매물은 지양해야 한다"며 "계약할 경우 확정일자를 받아 대항력을 갖춰야 하고 전세권 설정 등기를 해서 전세보증금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giryeong@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