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액화수소 시대, 내년 개막] "수소경제 활성화 필수 요소"…·정부·기업, 본격 채비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2.09.18 11:23

에너지정보문화재단 "저장·운송·충전 등 편리…수소경제 주요 에너지원 부상"



정부, 규제 샌드박스 등 생산 활동 기반 마련…'하이창원' 내년 첫 생산·판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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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화수소.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


[에너지경제신문 오세영 기자] 액화수소가 수소경제 시대 가장 효율적인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액화수소란 기체인 수소를 액체로 만든 것을 뜻한다. 수소는 상온에서 기체 상태로 존재한다. 기체수소를 영하 253도 이하 온도에서 냉각시키면 액화수소가 된다.

액화수소는 기체수소보다 부피가 800분의 1까지 줄어들기 때문에 좁은 면적에 많은 양을 저장할 수 있고 충전 속도가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저장과 충전이 편리하다 보니 상용화 될 경우 비용 부담이나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다만 영하 253도라는 아주 낮은 온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점 때문에 기술과 시설 개발에 많은 비용을 투자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어 현재는 기체수소만 활용되는 상태다.

에너지정보문화재단은 18일 "액화수소가 저장 및 운송이 편하다는 점에서 수소경제 주요 에너지원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우리 정부와 기업들도 액화수소를 생산하고 활성화 하기 위해 정책 및 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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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남부발전 신인천빛드림 수소연료전지 설비. 한국남부발전


◇ 수소법·수소경제이행계획 등 정책적 기반 마련

수소경제는 화석연료로 산업과 사회가 움직이는 탄소경제와 대비되는 개념이다. 수소가 미래세대 주요 에너지원으로 주목받는 이유는 환경적이고 경제성이 있기 때문이다.

수소에너지는 수소와 산소의 화학반응을 이용해 생산되는데 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나 미세먼지 없이 오로지 물만 배출된다.

또 단위무게당 가장 많은 에너지 양을 가지고 지구 표면의 70%가 물로 이뤄진 만큼 얼마든 가져다 쓸 수 있다는 점에서 경제성을 갖추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 7월 ‘새정부 에너지정책 방향’을 내고 "청정수소 공급망을 구축하고 세계 1등 수소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를 위해 성장잠재력이 높은 5대 핵심분야인 △수전해 △연료전지 △수소선박 △수소차 △수소터빈 및 고부가 소재·부품 핵심기술에 대한 자립력을 기르겠다는 계획이다.

금융 부문에서는 민-관 합동 수소펀드를 조성해 혁신기업에 투자를 확대하고 수소 연구개발(R&D)과 시설투자에 세액공제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또 수소산업 육성을 뒷받침하기 위해 청정수소 기반 생산-유통-활용 전(全)주기 생태계를 빠르게 마련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전에도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해 수소경제 육성·수소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수소법)을 제정하고 수소경제이행기본계획을 수립하는 등 정책적 기반을 마련했다.

수소법은 올해 5월 수소 연료 전기 구입 등을 구체화한 개정안을 포함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은 연말에 본격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개정안은 기존의 신재생발전 의무화제도(RPS)와 별개로 정부가 수소발전으로 생산된 전기를 의무적으로 구매하는 청정수소 발전의무화 제도(CHPS)를 도입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SK·현대자동차·포스코·한화·효성 등 대기업들이 계획한 43조원 규모의 수소경제 투자가 본격 추진될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해 ‘청정 수소경제 선도국가’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담은 ‘1차 수소경제 이행 기본계획’을 수립하기도 했다.

수소법 시행 이후 첫 법정 기본계획이다. 정부는 이행 계획 중 ‘수소선도국가 비전’에서 제시한대로 △국내·외 청정수소 생산 주도 △빈틈 없는 인프라 구축 △모든 일상에서 수소활용 △생태계 기반 강화 등 4대 추진전략을 바탕으로 15개 과제를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오는 2050년 연간 2790만t의 수소를 100% 청정수소(그린·블루수소)로 공급하고 국내 생산 뿐 아니라 우리 기술·자본으로 생산한 해외 청정수소를 도입해 청정수소 자급률을 60% 이상 확대한다.

◇ "액화수소, 저장·운송·충전 등 편리…에너지 안보 효율적"

수소 활용 가운데 가장 각광을 받는 건 액화수소다. 현재는 기체 형태로 수소를 저장·운송하는 방식이 상용화돼 있다. 그러나 액화수소가 기체수소보다 △1회 운송량 증가로 운송 비용 절감 △충전소 설치 시 부지면적 부담 감소 △빠른 충전 △운송시 높은 안정성 등 저장이나 운송에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어 전세계가 액화수소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수소를 액화시키면 기체일 때보다 부피가 800분의 1로 줄어든다. 즉 액화수소일 때 같은 저장 공간에 수소를 800배 더 저장할 수 있다는 말이다.

부피가 줄어들기 때문에 운송량도 늘어난다. 액화수소의 경우 탱크로리로 1회 운송할 때 약 3000kg을 옮길 수 있다. 반면 기체수소는 튜브트레일러 1대당 약 250kg의 수소를 실을 수 있다. 액화수소가 탱크로리 한 대로 옮길 수 있는 양을 기체 상태에서는 10대 이상의 튜브트레일러를 사용해야 한다.

같은 공간에 더 많은 수소를 저장할 수 있어 수소충전소 부지 크기도 줄어든다. 도심지 등에 충전소를 세워야 할 때 부지면적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충전시간도 기체수소보다 빠르다. 부지면적과 충전 소요 시간이 적기 때문에 많은 충전소를 세울 수 있다.

액화수소를 운송할 때 기체수소보다 안정성도 높아진다. 기체수소를 운송할 때에는 최대한 많은 양을 실을 수 있도록 기체를 200bar 이상의 고압으로 압축해야 한다. 액화수소의 경우 영하 253도라는 극초저온으로 냉각하면서 부피가 압축되기 때문에 추가로 압축할 필요가 없다. 굳이 압력을 높이지 않은 채 대기압과 비슷한 수준에서 저장·운송을 할 수 있어 안정성이 높다.

특히 액화수소는 최근 지속되는 요소수 부족 사태나 핵심광물·유가·가스 가격 상승처럼 에너지 위기 상황이 찾아와도 에너지 안보 기능을 할 수 있다는 측면이 있다.

본격적으로 수소 시대가 도래할 경우 에너지 안보의 가장 중요한 점은 수소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비축하는 것이다. 액화수소의 경우 부피가 작기 때문에 효율적으로 비축할 수 있다.

◇ 정부, 액화수소 생산 위해 규제 샌드박스 등 기업활동 기반 마련

액화수소는 수소 경제 활성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지만 그동안 기체수소를 활용할 수 밖에 없었다. 수소가 액화 상태로 지속되려면 영하 253도의 온도를 유지해야 하는데 액화 상태를 보존하면서 저장할 기술이나 시설 등을 갖추려면 비용이 추가적으로 많이 늘어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기술 난이도가 비교적 낮은 기체수소 형태로 사용할 수 밖에 없었다.

기술이나 시설 등을 갖출 수 있더라도 그동안은 액화수소 플랜트를 건설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돼 있지 않았다. 산업부는 지난해 9월 ‘2021년도 제4차 산업융합 규제특례심의위원회’를 열고 액화수소 플랜트를 포함한 총 25건의 실증특례를 승인했다.

이 때 규제 샌드박스로 승인된 액화수소 사업은 린데수소에너지·효성하이드로젠과 SK E&S·IGE, 하이창원이 각각 신청한 액화수소 플랜트·충전소 구축·운영과 액화수소 운송 사업이다.

규제특례심의위원회는 액화수소가 기체수소 대비 폭발 위험성이 낮은 점과 적은 부피에 많은 수소를 저장할 수 있어 효율적 운송이 가능한 점 등을 고려해 실증특례를 승인했다.

다만 안전사고 발생에 대비하도록 산업부가 제시한 액화수소 플랜트·운송·충전소 안전기준을 준수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산업부는 올해 9월에도 ‘2022년 제3차 산업융합 규제특례심의위원회’를 열고 한국기계연구원이 신청한 액화수소 플랜트 및 공급시스템 구축·운영영을 실증특례로 승인했다. 한국기계연구원은 국산기술로 설계·제작한 액화수소 플랜트와 공급시스템의 주요 핵심설비 검증을 위해 실증특례를 신청했다.

또 국토교통부와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은 지난 2019년부터 ‘상용급 액체수소 플랜트 연구단’을 출범하면서 액화수소 생산 기반 구축에 착수했다.

액화수소 충전소 보급에도 집중하고 있다. 정부는 수소 상용차 보급 활성화에 기여하고자 경남도·전북도·부산·인천·울산 등 지방자치단체와 한국지역난방공사, 현대자동차와 함께 상용차용 수소충전소 구축·운영 특수목적법인인 ‘코하이젠(Kohygen)’을 출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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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31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H2 MEET 2022’ 수소산업 전문 전시회 전경. 사진=이승주 기자


◇ 정부·기업 "2023년 액화수소 시대 열겠다"…생산 준비 박차

정부와 전문가들은 내년 본격적으로 액화수소 시대를 개막하겠다는 목표다. 내년 대규모 액화수소 플랜트와 충전소 등이 세워질 예정인 만큼 국내 액화수소 에너지 인프라도 모양새를 갖춰갈 전망이다.

액화수소 생산과 저장 등에 대한 규제가 한층 풀어지면서 대기업들도 액화수소 생산 설비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경남 창원시 산하 창원산업진흥원과 두산에너빌리티가 공동 출자한 ‘하이창원’은 올해 말 액화수소 생산 플랜트를 완공한 뒤 국내 최초로 하루 5t 규모의 액화수소를 생산할 계획이다. 생산한 액화수소는 오는 2023년부터 판매된다.

이 플랜트는 스마트그린 산단 정책의 일환인 산단환경개선펀드의 투자를 받아 진행되는 사업이며 민-관이 협업해 구축하는 첫 번째 액화 플랜트인 만큼 주목 받고 있다.

경남도와 창원시는 우리나라에서 친환경 수소에너지 사회를 준비하는 발 빠른 지자체로 꼽힌다. 창원시는 지난 2018년 11월 ‘수소산업 특별시’를 선언하면서 장기적으로 지역사회가 필요로 하는 에너지원의 3분의 1 정도를 수소로 공급한다는 청사진을 세웠다.

효성하이드로젠과 린데수소에너지는 2023년 5월부터 울산에서 연간 1만3000t의 액화수소 생산력을 갖춘 플랜트를 가동할 계획이다. 더불어 린데와 별도로 중장기적으로 액화수소 2만6000t의 생산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5년간 1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모두 합치면 3만9000t이다.

액화수소플랜트 완공 시기에 맞춰 울산에 제1호 액화수소 충전소를 건립한다. 내년 말까지 광양, 경산, 거제 등 전국 4곳에 액화수소 충전소를 세워 전국 30여곳으로 늘려나갈 방침이다. 또 전남도 등과 함께 1조원을 투자해 해상풍력 발전과 수전해를 통한 ‘그린 액화수소’를 생산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SK E&S도 2023년 말까지 대규모 액화수소 생산에 들어간다. SK E&S는 사업 파트너들과 함께 수소 분야에 18조5000억원을 투자해 탄소중립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인천에 건설하고 있는 액화 수소플랜트를 통해 2023년 말부터 연간 3만t 규모의 액화수소를 생산해 전국에 공급할 계획이다.

추형욱 SK E&S 사장은 지난달 경기도 일산에서 열린 국내 최대규모 수소산업 국제 전시회 ‘H2 MEET 2022’에 참석해 "청정 수소 중심의 수소경제가 조기 안착하기 위해서는 수소 활용기술의 확보와 수요처의 확대가 중요하다"며 "정부가 제시한 2030년 수소 사용량 390만t을 달성하려면 2025년에 150만t 규모 수소시장이 구축돼야 된다"고 말했다. claudia@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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