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호 대전대학교 정치외교학 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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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호 대전대학교 정치외교학 전공 교수 |
최근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유명 K팝 그룹인 방탄소년단(BTS) 병역 특례와 관련해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는 방안으로 국민 여론조사를 제시했다가 역풍을 맞았다. 이후 이 장관은 여론조사에 따라 병역 여부를 결정한다는 의미는 아니었다고 해명했지만, 한국 특권층과 유명인의 병역 회피 문제 관련 논란은 피할 수 없었다.
비록 한국의 대표적인 K팝 그룹으로 전 세계적으로 많은 인기가 있는 BTS가 빌보드 순위 상위에 진입하여 국위를 선양하고 국제 사회에 한국을 알리는 데 크게 기여했지만 이를 치하하기 위해 병역 특례를 줄 수 있다는 소식은 특히 20~30대 젊은이들의 큰 반발을 초래했다.
실제 BTS 병역 특례 타당성에 대해 진행한 한 여론조사 결과 ‘병역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응답이 54.1%, ‘특례 혜택을 줘야 한다’는 응답이 40.1%로 병역 특례 반대 의견이 찬성보다 14% 포인트 높게 나왔다. 국민 절반 이상 BTS의 병역 특례를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반대한 것이다. 이런 국민의 냉정한 반응을 예상하지 못하고 BTS 병역 특례를 공론화한 국방부가 난처하게 되었다. 더군다나 국가 안보와 국방을 그 어떤 가치보다 소중히 생각한다는 보수·우파 정부 국방 수장의 이런 단견에 많은 국민이 실망했다.
한국은 문재인 정부가 병역을 18개월로 단축하고 저출산 상황이 악화하면서 병역 자원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전방 여러 부대를 통폐합할 정도로 인력 자원 부족은 심각한 영향을 주고 있다. 심지어 투병 생활을 하는 암 환자들까지 징집하는 막다른 골목에 몰린 상황이다.
현실적으로 20대 건강한 한국 남자는 거의 모두 군에 간다고 봐야 한다. 당연히 군에 가야 하는 이들의 불만이 급증하고 있다. 더군다나 남녀 갈등이 고조되며 남성만 병역을 수행하는 것은 불공평하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이처럼 한국군의 인력 수급 문제는 총체적 난국이다. 비록 미래 전장은 첨단 무기와 화력이 주도하는 환경일 것이라지만 첨단 장비와 드론, 장거리 로켓·미사일 등이 우수한 인력을 대신하지 못한다. 더군다나 100만 명 이상의 병력을 보유한 병영국가인 북한을 상대하기 위해 한국도 충분한 병력 유지가 필요하다. 결국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국방부가 탁상공론으로 BTS에 일반 국민이 누리기 어려운 혜택을 줄 수 있다는 발상을 한 것이다. 만약 국방부가 BTS 병역 특례를 강행한다면 국민의 반대에 부딪히는 것만 아니라 낮은 지지율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윤석열 정부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더욱 확산될 수 있다.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 사례를 봐도 공정한 병역이 전쟁의 승패를 결정하는 주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러시아의 경우 여론 악화를 우려해 ‘특수군사작전’이라는 애매한 상황에서 전 국민 대상 징집을 회피하고 있다.
현재 러시아는 가난하고 소수 민족이 사는 변방 지역 출신 병사를 주로 전쟁에 투입하고 있다. 더군다나 부족한 병력을 충당하기 위해 노숙자, 범죄자 등 사회 낙오자를 고용해서 최전선에 보내고 있다. 푸틴의 지지 기반인 모스크바, 상트페테르부르크 등 부유한 대도시의 젊은이들은 아직 본격적인 징집 대상이 아니다. 러시아군이 상대적으로 약체인 우크라이나에게 고전하고 있는 배경에는 교육과 훈련을 제대로 받지 못한 변방 지역 소수 민족 출신 오합지졸의 부족한 실력 때문이다.
한국은 위기 상황이 오면 국민이 단결하고 합심하여 극복해왔다. 앞으로도 한국의 젊은이들은 국가 위기 상황이 되면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적극적이고 자발적으로 노력하고 참여할 것이다.
그러나 BTS 관련 논란 같은 문제는 한국 젊은이들의 신념과 애국심에 상처를 주는 몰지각한 행위다. 이런 현상은 여론 조사 결과에도 반영된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할 경우 참전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20~30대 젊은 층 비율이 약 44%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과거 비교하면 현저하게 낮은 수준이다. 이런 결과는 소위 특권층과 유명인의 병역 특례 논란이 초래한 불공정성 때문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힘이나 능력이 있으면 가급적 군대에 안 가는 게 좋다는 망국적인 발상도 확산하고 있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국방부 장관의 여론조사 발언은 생각보다 더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 국방부는 특권층 병역 특례 사례를 엄격하게 관리하여 병역을 기다리는 모든 젊은이 좌절하지 않게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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