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외식비 부담에 마트 간편식 찾는 발길 늘어
마트 델리매장 매출 급증…피자·비빔밥 등 반값 출시
전문가 “물가상승 지속땐 실속소비 증가"…마트 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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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의 간편식사류 코너 모습. 사진=서예온 기자 |
19일 서울 지역 한 대형마트에서 만난 30대 직장인 김모씨(남)는 점심시간대 대형마트를 찾는 이유로 저렴한 델리(즉석조리식품) 가격을 가장 먼저 꼽았다.
연초부터 외식업체들이 줄줄이 음식 가격을 올린 것과 달리 대형마트에서 최근 출시하고 있는 샌드위치·비빔밥·초밥 등 델리 상품의 가격은 1만원 이내 가격이어서 그나마 점심 한끼 해결과 함께 식비 부담을 줄이기에 적당하다는 설명이었다.
이처럼 고물가 여파로 외식비용도 덩달아 치솟자 이른바 ‘런치플레이션(식비 물가인상)’ 부담을 느끼고 점심시간에 사무실 근처 대형마트의 초저가 먹거리 코너 델리 매장을 찾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대형마트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최근 지난 8월 1일부터 이달 13일까지 한 달 기간 델리상품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약 26% 늘어났다. 음식 종류별로는 초밥 매출 신장률이 약 44%로 높은 신장율을 보였고, 피자·치킨도 나란히 44%, 25%씩 상승했다.
홈플러스의 델리코너 매출도 급증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8월 5일∼9월 4일 한 달간 홈플러스의 델리상품 전체 매출이 전년동기 대비 49% 증가했다. 특히, 점심시간대인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 델리 매출이 64%나 크게 늘었다.
품목별로 살펴보면, 간편하게 빨리 식사를 대체할 수 있는 샌드위치와 샐러드 매출이 247%로 월등히 증가했고, 도시락(189%)·김밥(111%)도 세자릿수 상승률을 보였다
롯데마트 역시 델리코너 매출이 높은 신장세를 구가했다. 이달 1~19일 롯데마트 델리코너 전체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0% 이상 증가했던 것이다.
이같은 런치플레이션을 극복하기 위한 ‘알뜰 점심족’ 증가에 맞춰 대형마트들도 물가안정 차원으로 선보인 ‘초저가 마케팅’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앞서 반값치킨을 선보여 폭발적 호응을 받은 대형마트들은 피자에 이어 탕수육·비빔밥 등 반값 먹거리 품목을 더욱 확대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오는 21일까지 ‘비빔밥 도시락 3종’을 3000원대에 선보이고, 정상가 4980원짜리를 1000원 할인한 3980원에 판매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의 가격종합포털 ‘참가격’에서 조사집계한 시중판매 비빔밥 평균가격의 절반 이하 수준이다.
편의점업계도 대형마트에 뒤질세라 직장인과 젊은 MZ세대를 겨냥한 ‘델리 마케팅’에 가세하고 있지만, 업계와 전문가들은 공간 제공 측면에서는 대형마트가 편의점보다 조금 더 유리하다고 평가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편의점은 기껏해야 컵라면과 도시락을 뎁혀서 먹는 정도이지만, 대형마트는 (푸드코트와 같은) 음식점의 형태를 꾀할 수 있어 소비자 방문을 적극 유도하고 머무르게 할 수 있어 유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대형마트들이 직접 상품을 대량 매입해 저렴한 가격에 팔 수 있는 ‘저가격 지향 업태’인 점도 편의점보다 우위를 보여 대형마트의 초저가 먹거리가 인기를 지속할 것이라고 업계는 전망했다.
앞으로 미국과 영국처럼 우리나라도 인플레이션 현상이 가속화될 경우 대형마트가 다시 한 번 성장할 수 있는 모멘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전 유통학회장인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앞으로 PB(자체브랜드)의 시대가 올 것"이라며 "대형마트 자체브랜드 제품이 지금 편의점하고 경쟁하고 있는데 편의점에선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싸고 1∼2개 정도 충동 구매하는 특성인 반면, 대형마트는 계획 구매가 가능해 물가 인상이 이어질 경우 대형마트를 찾는 실속형 소비자가 더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pr9028@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