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억지 짜맞춰 편의적 조사 분석…국민 혼란 만 가중"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2.09.19 18:39

국조실, 재생에너지사업 부정 적발 왜곡했나…표본 통일 않고 분석 결과 밮표
지자체별 표본조사 항목 다르고 표본·전수 조사 결과 섞어서 보도자료 배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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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 발전소의 모습

[에너지경제신문 이원희 기자] 전력산업기반 조성사업 운영실태에 대한 국무조정실의 정부합동 점검 결과를 놓고 왜곡 논란이 일고 있다.

전력산업기반조성 사업엔 문재인 정부가 역점 추진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 등이 포함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문재인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 지원에 ‘이권 카르텔’ 의혹을 제기했다.

이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의 국무조정실이 최근 재생에너지 사업 지원을 포함 전력산업기반 조성사업 전반의 운영실태에 대한 정부 합동 점검 결과를 내놓자 윤석열 정부와 문재인 전 정부 간 신·구 정권 충돌로 비화하는 모습이다.

특히 국무조정실이 발표한 점검 결과엔 조사 대상 세부 사업 내용이나 점검 대상이 다른데도 뭉뚱그려 위법·부당 집행액이 발표됐다.

윤 대통령과 여권이 국무조정실 점검 결과 발표 이후 재생에너지 사업에 대한 실태 점검의 전수조사 확대와 전방위 수사 방침까지 내놓았다.

이에 따라 윤석열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업계를 과도하게 위법 집단으로 몰고 나아가서 결국 문재인 정부를 흠집 내려 한 게 아니냐는 업계와 야권의 지적이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적폐몰이’를 위해 편의적으로 실태 점검하고 분석해서 억지 짜맞춘 느낌이 든다며 이는 정권에 대한 정부의 비위 맞추기로 국민을 혼선으로 몰아넣은 무책임한 처사라고 꼬집었다.

19일 정부와 정치권, 업계에 따르면 국무조정실은 지난 13일 ‘태양광 등 전력산업기반기금 사업 첫 운영실태 점검-전국 226개 기초단체 중 12곳 표본조사 결과 불법 부당 집행 사례 총 2267건, 2616억원 적발’이라는 제목으로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그러나 이 자료를 보면 세부 사업별 실태점검 방법과 위법·부당 사례 유형 및 건수·금액을 명확히 확인하기 곤란한 수준이라는 게 업계 등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실제로 점검 대상 사업엔 신재생에너지 금융지원사업뿐만 아니라 △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 △전기안전점검장비 구매 등도 포함됐다. 또 위법·부당 건수와 금액도 어떤 것은 사업별, 다른 것은 위법·부당 유형별로 제시했다. 이에 위법·부당 사례가 대부분 신재생에너지 사업에서 나온 것처럼 비칠 수 있게 됐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점검 방식도 신재생에너지 금융지원사업의 경우 표본조사와 전수조사를 함께 했고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사업 등은 표본조사만 한 것으로 설명했다. 그런데도 국무조정실은 보도자료 제목에선 마치 모두 표본조사한 것처럼 발표했다.

국무조정실은 신재생에너지 금융지원 사업에 대한 검검 결과만 두고도 총 4가지 위법·부당사례 중 △허위서류로 공사비를 부풀려 불법 대출 △불법 농지 태양광 시설 설치 △전력기술관리법 위반(기술사 아닌 시공업체 공사비 내역 제시) 및 부실대출 등 3가지는 표본조사를 통해 위법·부당 금액 총 401억원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이 사업의 4가지 위법·부당사례 중 나머지 하나인 무등록업체 불법 계약·하도급의 경우 전수조사를 실시, 위법·부당 적발 금액은 총 1847억원으로 발표됐다. 이는 신재생에너지 금융지원 사업 관련 위법·부당 적발 금액이 총 2248억원으로 오해할 수 있도록 설명된 것이다.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국무조정실의 자료에 대해 "적발실적을 5배 부풀렸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전수조사 적발액 1847억원은 표본조사 적발액 401억의 4.6배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국무조정실측은 전수조사 결과 총 적발금액엔 표본조사 적발 금액도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에너지공단(신재생에너지 금융지원 사업) 전수조사 (적발금액) 1847억원에 다른 항목들이 중복된 경우가 있어서 총 1847억원을 적발한 것"고 밝혔다.

국무조정실이 신재생에너지 금융지원 사업에 대해 표본조사 결과라고 발표한 위법·부당 사례도 사례별 표본조사 대상 지방자치단체가 모두 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허위서류로 공사비를 부풀려 불법 대출 △불법 농지 태양광 시설 설치 △전력기술관리법 위반(기술사 아닌 시공업체 공사비 내역 제시) 및 부실대출 등 3가지 유형의 위법·부당사례는 각각 4개 지자체 등 총 12곳을 대상으로 표본조사했다고 하는데 유형별 조사대상이 동일하지 않고 각각 달랐다는 것이다.

국무조정실 이 관계자는 "항목별로 담당하는 조사관이 서로 다른 4개 지자체를 정해 조사했다"며 "한 지자체에서 모든 항목을 조사하기 어려워 이렇게 조사했다"고 밝혔다.

소규모 표본조사 만으로 그 결과를 발표한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국무조정실은 해당 보도자료를 통해 점검 대상이 태양광 등 전력산업기반기금 사업 최근 5년간 금액 기준 전체사업 약 12조원이었고 이 중 약 17.5%인 2조1000억원 규모에 대해서만 1차 표본조사한 결과를 밝혔다. 또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간 신재생에너지 금융지원사업 1조 1000억원 중 위법·부당 대출이 1847억원(16.7%)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국정의 상징과도 같았던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경우 윤석열 정부에서 민감한 정치적 논란 사안인데도 전수조사가 아닌 표본조사 결과만의 적발 실적을 공개, 국민을 호도하게 할 수 있게 만들었다는 게 업계의 불만 사항이다.

국내 재생에너지 관련 협·단체들이 모인 한국재생에너지산업발전협의회는 지난 16일 성명을 내고 "정부의 태양광에 대한 왜곡과 폄훼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발표했다.

통계를 조사하는 과정이 명확하지 않아 이같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양이 의원은 국무조정실 보도자료 발표 이틀 뒤인 지난 15일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 깎아내리기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유종민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서둘러 조사 결과를 발표하다 보니 표본 통일이 안 된 거 같다"며 "국민에게 오해를 줄 우려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wonhee454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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