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4구 4억 분양 기대…“기다리다 지쳐”
SH공사 “환매 주체 개선 후 올 안에 사전예약 공고낼 것”
"특정계층에만 공공주택 이득 가져다 줄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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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 아파트가 들어설 강동 고덕강일3단지아파트 부지. 사진=김준현 기자 |
[에너지경제신문 김준현 기자] #서울 강동구에 거주 중이자 결혼을 앞둔 30대 L씨는 신혼집을 알아보다가 고덕강일지구에 분양가 4억원대 ‘반값 아파트’가 나온다는 소식에 기대를 한껏 걸었다. 그러나 지난 상반기부터 몇 개월간 대기하고 있음에도 소문만 무성한 채 분양 일정이 명확치 않아 정부가 희망고문만 하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답답한 마음을 호소했다.
20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주택도시공사(이하SH공사)에서 야심차게 밀고 있는 반값아파트(토지임대부주택)에 대한 하반기 분양이 임박했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 그러나 SH공사는 국토교통부 및 서울시와 협의해야 할 사항이 마무리되지 않아 기약 없이 분양일정이 늦춰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토지임대부주택은 토지는 공공이 소유한 채 주택 소유권만 소유자에게 저렴하게 분양하는 공공주택이다. 현 ‘주택법’상 일반 공공분양 주택과 같이 실거주 의무기간은 5년이며 10년의 전매제한 기간을 갖고 있다.
본지가 SH공사를 통해 확인한 결과 기존 공급된 토지임대부주택에서 담보대출이 진행된 것으로 파악돼 건물에 대한 담보대출이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서울 강남4구에서 4억 원대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청년 및 신혼부부들의 기대감이 증폭됐다.
이와 관련 국토부가 지난 8·16대책에서 발표했듯 소유자가 주택 매각 시 환매사업자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만 허용된 것을 SH공사와 각 지방공기업에도 환매를 허용토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렇게 돼야 SH공사가 환매된 주택을 토지임대부로 재공급할 수 있는 근거가 명확해지고, 이 근거를 토대로 서울시는 SH공사 공공택지를 중심으로 고덕강일 외에 △송파구 위례 △송파구 가락동 옛 성동구치소 부지 △서초구 방배동 성뒤마을 △강서구 마곡 등에 총 1만가구를 공급할 수 있게 된다.
SH공사 관계자는 "이러한 과정이 아직 협의가 이뤄지지 않아 일정이 지연되고 있다"며 "고덕강일지구는 제도 개선 후 추진 예정 중이며, 올해 안에 사전예약 공고를 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토지임대부주택은 현재 양날의 검이다. 일각에선 집값을 결정하는 가장 큰 역할이 토지인데 토지를 빼고 건물만으로 시세차익을 본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SH공사는 토지임대부 주택을 통해 주거안정화 및 주거상향이전의 역할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국토부가 작업 중인 주택법 개정안을 통해 토지임대료를 지자체가 법정기준(30만원)과 달리 입지마다 상·하향으로 운용하는 자율권을 부여하는 한편, 수분양자가 주거사다리로 활용할 수 있도록 시세차익을 볼 수 있도록 한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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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덕강일3단지아파트 우측 강동리버스트4단지 부근 전경. 사진=김준현 기자 |
그렇다면 고덕강일지구 3블록에 공급되는 반값아파트는 얼마나 시세차익을 볼 수 있을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이날 기자가 찾은 고덕강일지구 3블록 인근 아파트 강동리버스트 4단지는 3.3㎡당 분양가가 평균 1870만원으로 약 4억7000만원에 공급됐다. 인근 공인중개소 확인 결과 아직 거래매물은 없지만 현재 시세는 △강동리버스트 4단지 8억원(22평) △9억5000만원(25평)에 올라와 있다. △고덕 아르테온 59㎡는 11억 △고덕센트럴푸르지오 59㎡는 10억6000만원이다. 인근 얼마 지나지 않아 망월천을 건너 △강일리버파크 1단지 아파트는 지난 1월 11억3000만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A 대표는 "현재 자재비가 많이 올라 건축비를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인데 최근 시세대로 본다면 4억원대 분양가는 확실히 저렴한 것 같다"며 "현재는 교통편이 불편하지만 9호선(강일역)이 연장되면 입지가 지금보다 더 좋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반값 아파트에 대해 대체적으로 호의적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과거에는 이런 유형의 분양이 인기가 없을 수 있으나 최근 몇 년간 서울 아파트 가격이 폭등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며 "해당 지역에 거주하고 싶은데 자금 여력이 충분치 못한 소유자들에겐 괜찮은 선택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반값 아파트는 내 집 마련 여력이 없는 MZ세대가 집을 가질 수 있도록 진입장벽을 낮춘 정책이다"며 "환매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분명히 시세차익을 볼 수 있어 앞으로도 많이 공급해야 한다. 다만 이미 서울에는 공급할 부지가 한정적이란 것이 문제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특정계층 위주로 공급하는 공공주택이란 문제도 함께 제기됐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는 "반값 아파트는 좋은 정책이지만 자칫 특수계층에만 이득을 가져다 줄 수 있다"며 "정부는 가능하면 영구임대주택을 지어 주거취약계층을 위한 주거복지실현에 초점을 맞추고 나머지는 민간에 맡기는 투트랙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kjh123@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