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사이트] 주52시간제 현실 맞게 유연화 필요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2.09.21 10:15

우재원 노무법인 신승 파트너/ 공인노무사

2022092001000760300033871

▲우재원 노무법인 신승 파트너/ 공인노무사


고용노동부가 올해 상반기 장시간 근로감독을 벌인 결과 조사 대상 사업장 10곳 중 1곳에서 주 52시간을 초과한 연장근로가 이뤄진 것이 적발됐다고 한다. 초과근로 시간은 평균 주 6.4시간이고 위반근로자의 비율은 전체근로자의 14.8%이다. 주요 위반 사유는 작업량 예측의 어려움, 갑작스러운 업무량 증가 등이라고 한다.

비록 실제 과태료 부과보다는 시정명령에 무게를 두었으나, 경미한 위반의 경우에도 규제 대상이 되는 것임은 분명하다. 사전에 계획을 세워서 작업량을 조절하고 미리 예비 근로자를 확보하여 안정적으로 사업장을 운영한다면 주 52시간제는 이론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

하지만 괴테의 ‘파우스트’에서 메피스토펠레스가 토로하듯이 모든 이론은 회색이다. 내로라하는 대기업이라도 항상 현실에서는 생산계획 등에 차질이 생기고 오류가 발생한다.

소상공인들이 운영하는 사업장에서는 애초에 이런 계획의 수립조차 쉽지 않으니 작업량을 잘 조절해서 초과근무를 줄이라는 주장은 공허할 뿐이다. 운수 좋은 날이라서 갑자기 대량 주문이 들어오더라도 재고량이 없다면 처벌의 위험을 감수하고 초과근무를 하지 않는 한 그냥 계약 자체를 포기할 수 밖에 없다.

추가로 근로자를 채용하여 고용을 늘리라는 주장 역시 소상공인들의 현실을 모르고 하는 소리이다. 비용의 문제는 차치하고서라도 구인 자체가 어렵다. 특히 지방의 중소기업들은 1년 내내 구인광고를 내고있는 곳이 대부분이다.

재해·재난 수습, 돌발 상황, 업무량 폭증 등 ‘특별한 사정’이 발생해 주 52시간을 초과해 일해야 하는 경우 근로자 동의와 고용부 장관의 인가를 거쳐 예외적으로 연장 근로를 할 수 있는 제도인 ‘특별연장근로’ 인가 건 수가 올해 7월까지 집계된 것만 5793건으로 전년 동기(3270건) 대비 77.2% 늘었다는 것 도 현재 중소기업들의 상황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경영계가 주 52시간 근로시간 규제의 합리성에 대해서 의문을 가지는 것이 당연하다. 정부 역시 이 부분에 대해서 어느 정도 공감하고 있는 듯하나, 주 52시간의 틀 안에서 유연화가 아닌 선택의 다양화를 추구하려는 입장이다. 즉 주 52시간제 도입의 취지는 유지하되 업종·직종·규모 등에 따라 현실에 맞게 운영될 수 있도록 합리적이고 구체적인 개편 방향을 마련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주 52시간이라는 상한선이 존재하는 한 사업장의 경영상 어려움을 해소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사업주가 아닌 근로자들에게도 주 52시간제가 행복한 제도인 것만은 아니다. 무노동·무임금이 원칙인 상황에서 무작정 근로시간을 줄이려고만 하는 것이 진정 근로자를 위하는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2021년 통계에 의하면 취업자 중 줄어든 임금으로 인해 부업을 하는 근로자가 45만명 가량이었으며, 이는 2020년에 비해서 35% 이상 증가한 수치이다.

정부는 이런 현실을 외면하고 특별연장근로 도입기간의 연장이나 지원금 등의 미봉책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 하여서는 안된다. 주 52시간을 기본 원칙으로 하는 것에는 동의하나, 선택적·예외적으로 적용 자체를 배제할 수 있는 제도를 반드시 도입하여야 한다.

일례로 근로자 대표와의 서면 합의나 개별 근로자의 동의가 있고, 숙련 근로자인 경우에 한하여 전체 근로자의 일정 비율은 주 52시간제의 적용을 제외할 수 있도록 하면 좋을 듯하다. 대신 적용 제외 기간의 상한을 정하고 정기 건강검진을 필수적으로 도입하여 근로자를 보호하여야 한다.

근로자의 인간다운 삶은 단순히 휴식만으로 충족될 수가 없다. 근로자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획일적인 통제를 하기보다는 다양한 선택이 가능하도록 최대한 유연하게 제도를 변경하여 운영할 필요가 있다.

성철환 기자 기사 더 보기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