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규제 이어 "팬데믹 끝났다" 발언에 주가하락·입장해명 '홍역'
바이오협회 등 "단기적 영향 미미" 진화, 정부엔 중장기 계획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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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들이 인천 송도에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바이오리엑터홀에서 작업시설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
[에너지경제신문 김철훈 기자] 코로나19 팬데믹과 바이오 제조업을 둘러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잇따른 돌발 행보로 국내 제약바이오업계가 홍역을 치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CBS 방송 인터뷰에서 "코로나 관련 문제가 아직 많이 남아 있다"면서도 "그러나 팬데믹은 끝났다"고 말했다.
다음날인 19일 미국 뉴욕증시에서 모더나, 노바백스, 화이자 등 백신 관련 제약사의 주가는 전날대비 각각 7.14%, 6.51%, 1.28% 떨어졌다. 20일 국내에서도 SK바이오사이언스의 주가가 4% 이상 급락했고, 21일 오후까지 하락세가 이어졌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오미크론 변이(BA.1)에도 효과가 입증된 국산 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에 대해 현재 영국·유럽연합(EU) 조건부 승인과 세계보건기구(WHO) 긴급사용목록(EUL) 등재를 신청해 중·저소득국 등 글로벌 공급을 준비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이 국산 백신의 글로벌 공급에 돌발 변수로 등장한 셈이다.
앞서 셀트리온그룹은 지난 12일 바이든 대통령의 ‘생명공학·바이오 제조 이니셔티브’ 행정명령 서명과 관련해 자사 홈페이지에 ‘주주님께 드리는 글’이라는 공지글을 올려 셀트리온의 입장을 설명했다.
이 공지글에서 셀트리온은 "일부에서 우려하는 위탁생산(CMO) 분야의 사업비중은 매우 작다"며 "행정명령 상세안을 검토했으나 현재까지 셀트리온그룹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적었다.
실제로 셀트리온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1조9000억원 중 CMO 매출은 370억원에 불과했으나 셀트리온은 주주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공지글까지 올린 것이다.
한국바이오협회는 지난 15일 이례적으로 성명서를 발표하고 "정부는 바이오업계 경쟁력 강화를 위해 중장기 계획수립을 통한 투자확대와 혁신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부 바이오업계와 증권가는 바이든 대통령의 이니셔티브 서명과 팬데믹 종식 발언이 단기적으로 국내 업계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니셔티브 서명 이후 바이든 행정부 각 부처별로 발표된 이행계획을 보면 당초 예상보다 바이오 시설투자 규모가 적고, 팬데믹이 끝났다는 대통령 발언도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성과를 강조하기 위한 의미라는 것이다.
CMO 생산용량 세계 1위이면서 생산설비를 모두 국내에 두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관계자 역시 "아직 구체적인 조치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 아닌 만큼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며 "이니셔티브 서명 이후 미국 투자 확대 등 기존의 사업 계획을 변경하거나 추가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우리 정부와 업계 차원의 대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향후 미국내 투자에 대한 인센티브제도 등을 면밀히 검토해 셀트리온그룹에 유리하다고 판단될 경우 미국내 직접 생산시설 확보도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 관계자는 "중국과 미국이 연이어 바이오 경제를 위한 투자와 지원을 발표하고 유럽이나 일본 등 선진국도 이에 대한 투자 확대를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우리 정부도 바이오 업계 보호를 위한 중장기 계획을 수립해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kch0054@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