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금리인상 여파로 이날 원화·증시 '약세'
"증시 조정 지속될 것...주식 비중 축소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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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코스피는 14.90포인트(0.63%) 하락한 2,332.31, 코스닥은 3.48p(0.46%) 내린 751.41로 장을 마쳤다.원/달러 환율은 15.5원 오른 1,409.7원으로 마감했다. |
[에너지경제신문=성우창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간밤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세 번째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결정하며 국내 주가지수가 내리고 환율이 급등했다. 전문가들은 한국-미국 간 금리 역전 현상이 계속되며 당분간 원화 및 증시 약세가 계속될 것으로 경고했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전일 대비 14.90(0.63%)포인트 내린 2332.31로 마감, 6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유지했다. 코스닥 지수 역시 전일 대비 3.48(0.46%)포인트 내린 751.41로 동반 하락했다. 환율은 1409.70원으로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1400원대에 진입한 것은 지난 2009년 3월 31일(고가 기준 1422.0원) 이후 13년 6개월 만에 처음이다. 간밤 9월 FOMC 회의 결과 미 연준이 금리를 0.75%포인트 올린 여파로 보인다. 6월, 7월에 이은 3연속 ‘자이언트 스텝’이다.
이에 따라 미국 기준금리는 3.0~3.25%가 됐으며, 국내 기준금리(2.5%)를 역전했다. 한국보다 미국의 금리가 높을 경우 미국으로 외화가 유출돼 원·달러 환율이 높아지게 된다. 또한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을 매도하는 경향이 강해져 증시에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기준금리가 전반적으로 높아질수록 투자자들은 주식 등 위험자산을 기피하게 된다.
특히 미 연준은 FOMC 위원들의 금리 전망을 보여주는 점도표에서 올해 말 금리 수준을 4.4%로, 내년 말 4.6%로 조정했다. 이 전망대로라면 오는 11월 FOMC 회의에서 연준이 다시 한번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한국은행은 이날 비상 회의를 통해 다가오는 10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50%포인트까지 인상하겠다는 ‘빅 스텝’ 기조를 내비쳤지만, 그럼에도 한·미 금리역전 현상은 여전해 원화 약세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승훈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연준은 11월 초 FOMC에서 9월 물가지표까지 보고 금리를 결정할 것"이라며 "이때까지 핵심물가 압력이 쉽게 누그러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0.75%포인트 인상 고수를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증권업계 전문가들도 당분간 주가 약세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주식 비중을 축소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근까지도 환율 상승이 계속되며 외국인들이 국내 주식을 매도하는 ‘셀 코리아’가 계속된 바 있다. 최근 한 달간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7165억원 어치를 순매도했는데, 동기간 코스피 지수도 4.23% 하락했다. 지난 15일 외국인 국내 주식 보유 비중은 30.36%로, 2009년 7월 24일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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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 이후 코스피 지수 추이. |
각 증권사들도 코스피 지수 예상 밴드를 일제히 낮추기 시작했다. 대신증권에서는 코스피 예상 저점을 2050선으로 예상했다. 현대차증권은 코스피의 일차적 지지선을 2290, 향후 지표가 좋지 않을 경우 2210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학렬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금리가 올라가며 위험자산 조정 경향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며 "원화 약세도 더 이어질 것이고, 국내 증시도 외국인 유출이 가속화되며 조정을 더 받게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9월 FOMC 이후 투자심리 변화, 가격변수의 등락 과정에서 반등이 전개되더라도 전략적 스탠스를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며 "주식 비중 축소, 현금 비중 확대를 유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단 향후 발표될 물가 및 고용 지표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나타날 경우 예상보다 증시 반등 시점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미 연준도 경기 침체를 우려하는 상황에서 물가 상승 압력이 완화돼 다시금 금리 인상 속도 조절 신호를 보낼 경우, 시장 참여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간밤 9월 FOMC 회의에서도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이 "언젠가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는 것 적절하다"고 언급하자, 일시적인 주가 상승과 달러화 지수 하락이 관찰된 바 있다.
이경민 팀장은 "그동안 연준과 파월 연준 의장의 매파적인 스탠스를 일정부분 반영해 온 금융시장은 비둘기파적인 뉘앙스만으로도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며 "투자심리와 지수 레벨이 저점권인 상황에서 금융시장과 시장 참여자들은 반전의 빌미를 찾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suc@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