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조원 넘어선 '이상 외환거래'...홍콩으로만 70% 갔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2.09.22 16:23

이상 외화송금 혐의업체 82곳, 송금규모 72.2억달러



송금자금 수취지역 홍콩 가장 많아



"위반행위 적발시 관련 절차 따라 엄중 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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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 국민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은행권을 거쳐 해외로 송금된 ‘이상 외환거래’ 규모가 1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이 이상 외환거래와 관련해 우리은행 직원을 상대로 수사 중인데다 금융감독원도 외국환업무 취급 등 관련 준수사항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은행에 대해서는 엄중 조치하겠다고 밝히면서 은행권의 긴장감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 이상 외화송금 규모 10조1000억원...한달 전보다 약 1조 늘어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현재까지 금감원이 12개 은행에서 확인한 이상 외화송금 혐의업체는 82개사(중복업체 제외·단순합계는 138곳), 이상 송금 규모는 72억2000만 달러(약 10조1000억원)로 집계됐다. 지난달 14일 금감원이 발표한 65개사, 65억4000만 달러 대비 업체 수는 17개사, 송금규모는 6억8000만 달러(약 9500억원) 증가한 수치다. 금감원 측은 "은행별 혐의업체를 교차 검증하고, 주요 해외수취인을 기준으로 송금업체를 파악해 추가 점검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금규모는 신한은행이 23억6000만 달러로 가장 많고, 우리은행 16억2000만 달러, 하나은행 10억8000만 달러, 국민은행 7억5000만 달러 순이었다. 송금업체 수는 신한은행 29개, 우리은행 26개, 국민은행 24개, 하나은행 19개였다.

우리은행, 신한은행 사례와 유사하게 다른 은행에서도 대부분의 거래가 국내 가상자산거래소로부터 이체된 자금이 국내법인 계좌로 집금돼 해외로 송금되는 구조였다고 금감원은 설명했다. 해외 지급결제업체가 국내에서 송금된 외화자금을 수취해 정상적인 수출입거래로 보기 어려운 사례도 일부 발견됐다. 이에 따라 상당수의 거래가 국내 가상화폐 시세가 해외보다 비싸게 형성되는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을 노린 차익거래와 연관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관세청은 지난달 국내외 가상자산 시세차익을 노리고 은행을 통해 무역대금으로 위장한 자금을 해외로 송금하거나, 해외가상자산 구매 희망자들의 자금을 받아 은행을 통해 무역대금을 가장한 송금을 대행하고, 수취료를 수취한 불법업체 등을 적발한 바 있다.

금감원

▲(자료=금융감독원)


이번에 파악된 외화송금 혐의업체 82개사 가운데 3억 달러 이상 송금한 업체는 5개사(6.1%), 1~3억달러는 11개사(13.4%), 0.5~1억달러는 21개사(25.6%), 0.5억달러 이하는 45개사(54.9%)였다. 송금업체의 업종은 상품종합 중개·도매업이 18곳이었고, 여행사업 등 여행 관련업 16개, 화장품·화장용품 도매업 10개 등으로 조사됐다. 송금된 자금의 수취지역은 홍콩이 51억8000만 달러로 가장 많았다. 이어 일본 11억 달러, 중국 3억6000만 달러였다. 송금 통화는 미 달러화가 59억 달러로 전체의 81.8%를 차지했고, 일본엔 10억9000만 달러(15.1%), 홍콩달러 2억3000만 달러(3.1%) 순이었다.


◇ 검찰, 우리銀 직원 조사..."일부 직원 위법행위 정황"


특히 금감원 조사 과정에서 일부 은행직원의 위법행위 정황도 발견됐다. 대구지검은 전날 우리은행 본점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하고, 지점장 출신 A씨에 대해 조사 중이다. 검찰은 유령 법인을 설립해 신고없이 가상자산 거래 영업을 하면서 허위증빙자료를 우리은행에 제출해 4000억원의 외환을 해외로 송금한 혐의로 무역회사 관계자 3명을 구속 수사했다. A씨는 검찰이 무역업체에 대한 금융거래 정보 조회를 요청하자 이 사실을 업체에 알려준 것으로 전해졌다.

시중은행들은 우리은행과 같은 사례는 특수한 경우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내심 긴장하는 모습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 직원이 해당 업체에 검사 진행 상황에 대한 정보를 알려줄 정도면 양측 간에 유착 관계가 있었던 것"이라며 "통상 외환 송금 과정에서 영업점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업무상 실수와는 거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검찰이 수사 중인 일부 은행에 대한 수사는 현재 금감원이 조사 중인 이상 외환거래와 다소 차이가 있다"며 "은행 직원이 특정 업체와 공모한 사실이 다른 은행에서도 또 발견될 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오는 10월까지 12개 은행에 대한 검사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증빙서류 확인 없이 송금을 취급했거나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상 고객확인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은행에 대해서는 관련법규 및 절차에 따라 엄중 조치한다는 방침이다. 금감원은 "검사를 통해 이상 외화송금 혐의거래 등이 추가로 확인되면 유관기관과 신속히 정보를 공유할 예정"이라며 "검사결과 등을 바탕으로 이상 외화송금거래를 보다 실효성 있게 모니터링하고, 억제할 수 있도록 관계기관과 함께 제도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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