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한화그룹 조건부투자 계약…스토킹호스방식 최종투자자 결정
한화 "지분 49% 확보…육해공 방산 갖추고 그린에너지 메이저 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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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의 새 주인으로 낙점됐다. 2조원 규모 유상증자를 실시해 대우조선 지분 49.3%와 경영권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산업은행은 26일 대우조선과 한화그룹이 2조원의 유상증자 방안을 포함한 조건부 투자합의서(MOU) 체결했다고 밝혔다. 유상증자 참여 기업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1조원), 한화시스템(5000억원), 한화임팩트파트너스(4000억원), 한화에너지 자회사 3곳(1000억원) 등이다.
산은은 원활한 투자 유치와 대우조선의 경영정상화를 위한 지원방안을 채권단과 함께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한화그룹과의 투자합의서 체결 이후 한화그룹보다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는 투자자의 참여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이른바 스토킹호스 절차에 따라 대우조선 지분 경쟁입찰이 진행된다.
강석훈 산은 회장은 이날 산은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대우조선은 이번 투자 유치를 통해 2조원의 자본확충으로 향후 부족자금에 대응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위한 투자재원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강 회장은 또 "(대우조선은) 민간 대주주로 전환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며 조선업의 경쟁력 강화가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한화그룹은 방위산업과 친환경에너지 사업의 시너지를 위해 대우조선 인수에 나섰다는 뜻을 밝혔다. 그룹의 핵심역량을 글로벌 톱티어인 대우조선의 설계·생산 능력과 결합해 회사의 조기 흑자전환은 물론, 방산과 친환경 에너지 사업에서 ‘글로벌 메이저’로 성장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한화그룹은 이번 인수로 ‘빅 사이클’ 초입에 진입한 조선산업에 진출하는 것을 넘어 그룹 주력인 방산 분야에서도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한다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전세계에서 지정학적인 위기로 한국 무기체계에 대한 주요국의 관심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통합 방산 생산능력과 글로벌 수출 네트워크를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또 기후위기와 에너지 안보에 대한 이슈로 전 세계적인 에너지 전환이 빨라지는 시점에서 대우조선의 조선·해양 기술을 통해 ‘글로벌 그린에너지 메이저’로 확고히 자리 잡는다는 계획을 세웠다. 특히 에너지 전환의 ‘브릿지 기술’로 평가 받으면서 최근 가격이 급등한 액화천연가스(LNG) 분야에서 대우조선과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화그룹은 이미 LNG를 미국에서 수입해 통영에코파워가 발전하는 사업 구조를 갖고 있다. 여기에 대우조선의 LNG해상 생산 기술(FLNG)과 운반(LNG운반선), 연안에서 재기화 설비(FSRU)까지 더해지면 향후 수요가 급증하는 LNG시장에서 전 영역으로 사업을 확대하게 된다는 분석이다.
한화그룹은 최근 LNG선을 중심으로 한 노후선박 교체수요와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 강화에 따른 친환경 선박의 신규 수요, 선박 발주 증가에 따른 도크 경쟁으로 조선업이 2000년대 중반 이후 다시 제2의 빅 사이클 초입에 돌입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미 저가로 수주한 물량을 상당부분 해소하고, 자산가치 재평가를 통해 부실을 해소한 대우조선 역시 향후 3년 반~4년간 일감인 288억달러(약 41조원)의 수주 잔량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 달러-원 환율 상승으로 수익성도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여기에 그룹의 방산 수출 확대와 해상 풍력 진출, 친환경에너지 운송 시장 확대 등 새로운 사업이 추가되면 조기에 ‘턴 어라운드’가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이번 인수는 그룹의 사업적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것뿐 아니라 국가 기간 산업에 대한 투자로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도 결코 소홀히 하지 않겠다는 사업보국(事業報國) 정신으로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yes@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