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발 주택시장 침체에 수도권 택지지구 사전청약자 본청약 줄줄이 ‘포기’
시세 보다 1억 싼 양주 회천 A24블록 사전청약 당첨자 612명 중 145명 포기
수도권 신도시 등으로 확산 조짐…신도시 개발 및 주택공급 확대 목표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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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청약 당첨자 40%가 포기한 인천검단 AA21블록 아파트 건설공사 현장. 사진=김준현 기자 |
[에너지경제신문 김준현 기자]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에서 사전청약 당첨포기자가 속출하고 있다. 연이은 금리인상 압박 및 대출규제 강화로 금융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부동산 시장 관망세가 짙어지자 사전청약까지 영향이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사전청약제는 본청약 1~2년 전에 일부 물량에 대해 청약을 진행하는 제도다. 주택 경기 불황기에 가장 먼저 포기하는 게 사전청약이고, 부동산 불황기가 지속되면 본청약에도 영향을 끼칠 우려가 존재하고 있다. 특히 사전청약이 대거 몰린 3기 신도시가 인기 지구를 제외하고 대부분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지적도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28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인천검단 AA21블록’ 본청약 실시 결과 사전청약 당첨자 811가구 중 약 40%에 해당하는 320가구가 청약을 포기했다. 해당 블록은 지난해 10월 사전청약 평균경쟁률이 ‘10.1대 1’을 기록하는 등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많았기에 본청약을 포기한 것이 의외였다는 반응이다.
이와 관련 입지적 가치 문제는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현재 인천검단 AA21블록 인근에서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힐스테이트 검단 웰카운티’는 지난 3월 민간분양이 92대 1, 공공분양은 52.3대 1을, 또 다른 ‘제일풍경채 검단 2단지’는 30.3대 1을 기록했다. 또 지난 6일 분양한 ‘검단신도시 우미린클래스원’은 1순위 평균이 25.7대 1로 본청약을 마감했다. 8월까지 전국 아파트 평균 청약 경쟁률이 10.4대 1인 것을 보면 전국 및 서울 분양과 비교해도 나쁘지 않은 기록이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A 대표는 "검단신도시는 분상제 적용 지역이라 분양가격이 저렴한 편이다"며 "아무래도 사전청약은 예약제도인 만큼 언제든 포기할 수 있다는 인식이 강해 ‘그냥 한 번 넣어보자’는 식으로 들어온 수요자들이 대거 포기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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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운정3 A23블록 아파트 건설공사 현장. 사진=김준현 기자 |
그러나 사전청약 포기 사례는 지역의 일시적 이슈라고만 보기 어렵다. 최근 수도권 신도시 사전청약 포기 사례가 파주와 양주에서도 발생했기 때문이다. 지난 4일 본청약을 실시한 파주운정3 A23블록(공공분양/1012가구)은 주변 시세보다 3억원이 저렴함에도 불구하고 기존 사전청약 당첨자 835가구 중 50명이 본청약을 포기했다.
또 지난 6월 본청약을 실시한 양주회천 A24블록 역시 사전청약 당첨자 배정 물량 612가구 중 23.7%에 해당하는 145명이 양주신도시 내 최근 실거래가 대비 1억원가량 저렴했음에도 청약을 포기한 바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앞으로 사전청약 물량이 대거 집중된 3기 신도시에도 포기속출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특히 지난 1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홍기원 의원(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3기 신도시 최초입주 예정일이 △인천 계양 2026년 상반기 △남양주왕숙2 2026년 하반기 △하남교산·남양주왕숙 2027년 상반기 △부천대장·고양창릉 2027년 하반기로 약 1~2년가량 뒤로 밀린 것으로 확인돼 사전청약에 대한 불안감을 더 키우고 있는 실정이다.
안산신길2 공공주택지구 사전청약 당첨자 김 씨(38)는 "사전청약 당첨자 단체 SNS에서 다들 분위기가 좋지 않음을 공유하고 있다"며 "벌써부터 중도에 이탈자가 생기고 사전청약이라는 기본 안전망을 두고 다른 아파트 분양을 주시하고 있는 분위기다"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사전청약 포기 속출 원인을 금리인상으로 인한 자금 조달 우려 및 주택 매수심리 위축, 서울 내 주택공급 계획 기대감, 3기 신도시 입주예정 지연 우려 및 이사 불편 등 복합적 이유에서 찾고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집값 하락 분위기와 고금리 시기 주택시장이 위축되고 분양시장도 청약수요가 줄어드는 추세다"며 "차익기대가 낮은 지역부터 사전청약의 본청약 이탈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사전청약을 기다리는 대신 기존 주택을 매입했을 수도 있고, 집값 하락 분위기와 대출 등을 포함한 자금조달 우려일 가능성도 존재한다"며 "본질적으로 사전청약의 가장 큰 단점은 입주예정일까지 1∼2년 기간 동안 다양한 변수가 작용하기에 앞으로도 이런 사례는 또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kjh123@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