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株 '검은 9월'...주가 부양 고심하는 증권사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2.10.05 16:31

22개사 주가 13%↓, '모두 하락'



상반기 이은 악재에 부동산 불황까지...3분기 실적 '먹구름'



"주주환원 고심"...연이은 자사주 매입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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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증권가


[에너지경제신문=성우창 기자] 지난 9월 한 달간 주식시장에 상장된 22개 증권사의 주가가 약 13%가량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정학적 리스크, 금리 인상 등 상반기 악재가 하반기에도 이어지며 주가에 실적 악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부동산 시장 침체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비중이 높은 증권사의 낙폭이 가장 컸다. 일부 증권사들은 주가 부양을 위해 자사주 매입 등을 검토 중이다.


◇KRX 증권 지수 ‘연저점’...22개 상장사 모두 하락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KRX 증권 지수는 전월 말 대비 87.83포인트(14.67%) 하락한 511.07에 마감했다. 월말 기준 올 6월(589.93) 이후 최저치며, 낙폭은 6월(-16.04%) 다음으로 가장 컸다. 동 기간 코스피 지수는 12.81% 내렸다. KRX 증권 지수는 증시에 상장된 증권업종의 주가 흐름을 반영하는 지수로 미래에셋증권, 한국금융지주, NH투자증권 등 14개 종목이 포함된다.

9월 한 달간 주식시장에 상장된 22개 증권사 모두 하락세를 보였다. 메리츠증권(-24.07%)의 낙폭이 가장 컸으며, 그 뒤를 한화투자증권(-22.44%), 유진투자증권(-21.68%), 다올투자증권(-20.78%), 코리아에셋투자증권(-20.00%), 한국금융지주(-16.37%), SK증권(-15.63%), 이베스트투자증권(-14.77%), 유안타증권(-14.16%), DB금융투자(-12.25%), 상상인증권(-11.82%), 한양증권(-11.68%), 키움증권(-11.57%), 대신증권(-10.71%), 교보증권(-10.00%), NH투자증권(-9.65%), 삼성증권(-9.29%), 미래에셋증권(-8.84%), 부국증권(-6.12%), 현대차증권(-6.09%), 신영증권(-4.22%), 유화증권(-3.07%)이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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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증권주 주가 하락률. 자료=한국거래소



◇ 지정학 리스크, 고금리·강달러, 부동산 불황까지...3분기 실적 예상치 44%↓

이런 증권주의 부진은 지난 상반기에 이은 러시아-우크라이나 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기조 등 악재가 주가에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달러 강세 여파로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시장을 떠나는 ‘셀 코리아’가 약세장을 부채질하며 거래대금도 계속해서 줄고 있다. 코스피 시장의 9월 일평균 거래대금은 7조6956억원으로, 전년 동월(14조614억원) 대비 45.27% 줄었다. 이 영향으로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수료 수익은 물론, 신용공여 잔고 하락에 따른 이자손익 역시 함께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설상가상으로 부동산 시장 둔화까지 겹치며 부동산 PF 부문 실적도 기대하기 힘들어졌다. 집값 하락 및 주택 미분양, 인플레이션에 의한 원자재값 급등 등으로 우량한 신규 딜은 부재하고, 부동산 PF 익스포저는 커지고 있다. 부동산 PF 비중이 큰 대형사인 메리츠증권이 9월 한 달간 가장 큰 낙폭을 보이기도 했다.

이에 상반기에 이어 올 3분기도 증권사의 실적 악화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상장 증권사 7곳(한국금융지주·삼성증권·미래에셋증권·메리츠증권·키움증권·NH투자증권·대신증권)의 3분기 당기순이익 컨센서스는 1조1790억원으로, 전년 동기(2조979억원) 대비 43.8%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증권업계에서는 내년까지 증권사들의 이익 체력이 저하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소 연말까지 미 연준의 고강도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그에 따른 약세장 심화로 거래대금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워서다. 부동산 시장 침체도 쉽사리 극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다만 일각에서는 부동산 PF 리스크가 예상보다 덜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신규 딜은 적었지만, 진행 중인 딜이 있어 3분기 실적에 대한 영향이 적고, 우량 딜 특성상 부동산 불황이라도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시장에서 우려하는 부동산 리스크가 재무제표에 반영되기까지 상당 기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며, 그 사이 매크로 환경이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는 기대감도 있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최근 증권주의 급락은 실제로 발생한 손실 때문이라기보다, 부동산 익스포저에 대한 거부감이 반영된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 9월 말 유진투자증권·신영증권 자사주 매입 결정...증권사 "주주환원 고심 중"

위기감을 느낀 일부 증권사는 주가 부양을 위한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결정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유진투자증권은 200만주(44억8000만원) 규모 자기주식 취득을 결정했다. 이 영향으로 유진투자증권의 주가는 이날 전장 대비 110원(4.91%) 오른 2350원에 마감했다. 신영증권 역시 지난달 29일 총 15만주(79억원) 규모 자사주 매수를 공시했다. 미래에셋증권, 메리츠증권 등 대형사도 하반기 들어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결정한 바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주가야 시간에 따라 오르내리기 마련이지만, 최근 상황에서는 어느 증권사든 주가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올해 별다른 주주환원 정책 움직임을 보이지 않은 곳에서도 내부에서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등 계획을 고심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uc@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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