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외국인 관광객 증가에 들썩이는 명동…빈 상가 줄어드나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2.10.05 15:48

코로나19 이후 공실 상가 속속 입점…시장 회복 기대감↑



2분기 소규모 상가 공실률 36.9%…1년 전(50%)보다 크게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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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명동 대로변을 관광객들이 지나가고 있다. 지난 2분기 명동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36.9%로 지난해(50.3%)보다 줄어들었다. 사진=김기령 기자


[에너지경제신문 김기령 기자] "코로나 이전 수준까진 아니지만 요즘 같으면 그래도 가게 문을 열어둘 만하고 다시 상권이 살아나길 기대하고 있어요." (명동 내 A 카페를 운영하는 이 모씨)

"명동 상권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죠. 유동인구가 많아져서 요즘은 1~2건씩 거래가 왕왕 이뤄지는 편입니다." (명동에서 공인중개업을 하는 김 모씨)

달러 강세와 해외입국자 PCR검사 의무 해제 영향으로 외국인 관광객의 국내 유입이 증가하면서 서울 중구 명동의 빈 상가들이 운영 재개에 나섰다. 코로나19(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를 기점으로 50%에 달했던 상가 공실률이 최근 들어 감소세로 돌아서는 등 상권 회복 기지개를 펴는 양상이다.

5일 기자가 찾은 명동 거리는 오랜만에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올해 초만 하더라도 명동에는 인근 직장인들의 왕래만 있을 뿐 외국인 관광객을 찾기 어려웠지만 올 가을은 상황이 달라졌다. ‘임대 문의’ 종이가 붙은 채 수년째 비어있던 대로변 대형 상가들이 하나둘씩 영업을 시작했고 영업을 재개하기 위해 상가 내부를 수리 중인 곳들도 있었다. 유명 글로벌 스포츠 의류업체가 입점할 자리에는 새롭게 대형 매장을 짓느라 공사가 한창이었다.

3년 만에 활기를 찾은 명동 분위기에 상인들도 반기는 눈치다. 코로나19 이후 영업을 중단했던 국내 화장품 로드샵 브랜드들은 다시 매장 앞에 매대를 설치하고 직원을 두고 적극적으로 영업 활동을 펼쳤다.

N 화장품 로드샵을 운영 중인 이 모씨는 "코로나가 터진 이후로 하루에 화장품 하나도 못 팔 만큼 수익이 없었는데 요즘 부쩍 손님이 늘어 기쁘다"라며 "외국인뿐만 아니라 해외에 거주하는 한국인들도 오랜만의 한국 방문에 한국 화장품을 많이 사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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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 대로변에 개업을 앞두고 있는 화장품 로드샵 매장 앞으로 외국인 관광객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김기령 기자


코로나19 이후 명동의 상가 공실률은 전국 최고 수준이었다. 하늘길이 막히면서 명동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급감하자 영업 부진으로 임대료를 내기 힘들어진 임차인들이 계약을 해지하거나 계약을 연장하지 않고 가게를 접었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의 ‘상업용 부동산 임대동향’에 따르면 지난 2분기 명동 상가 공실률은 중대형 상가가 40.9%, 소규모 상가가 36.9%로 각각 집계됐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공실률이 정점에 달했던 지난해 4분기에 각각 50.1%, 50.3%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크게 감소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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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명동 내 붙어있는 상가 네 곳이 모두 영업을 종료하고 공실로 남아있던 모습. 사진=김기령 기자


이날 명동예술극장 앞에서 만난 한 관광안내원은 "코로나19 이전에 2명이 한 조를 이뤄 하루에 약 800명의 관광객을 응대했는데 관광객이 줄어들면서 올 상반기까지는 내국인 100명 정도에 그쳤었다"며 "요즘은 하루에 300명 가까이 응대하고 있고 그 중 3분의 2가 외국인 관광객일 정도로 관광객이 훨씬 많아졌다"고 말했다.

명동을 찾는 관광객 수가 증가하면서 상권 활성화사업도 추진된다. 명동관광특구협의회는 오는 12일 명동 내 건물을 소유한 건물주들과 함께 ‘명동1번가 상권 활성화사업 발표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명동의 B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임대 문의가 오랫동안 붙어 있던 건물에 상가가 하나둘씩 입점하기 시작했다"며 "관광객을 포함해 인근 직장인 등 유동인구가 늘어나면서 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아무리 유동인구가 늘어도 제 가격에 들어오려는 임차인은 없는데 임대료가 저렴해진 것도 거래 증가에 영향을 준 것 같다"며 "임대인들이 임대료를 낮추기 시작한 것과 유동인구가 증가한 것이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공실들이 채워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서울 평균 공실률이 10%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40%에 육박하는 명동 상가 공실률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전인 지난 2019년 4분기 중대형 상가 공실률이 8.9%였던 점을 감안하면 아직 시장이 정상화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로 명동 뒷골목에는 아직 비어있는 건물이 많은 상황이다.

명동에서 생필품을 판매하는 C 대표는 "아직 시장 활성화라기에는 수익이 예전 수준으로 돌아오진 않았고 중국인 관광객이 없는 상황에서 언제 다시 상권이 가라앉을지 모른다는 불안이 크다"며 "정부에서 관광객을 유입하기 위한 노력이 더 필요해보인다"고 강조했다.

 giryeong@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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