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말로만 시장원리 도입?"…정부 전력시장 개편 검토에 반발 조짐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2.10.06 17:14

홍정민 의원 'LNG발전의 SMP시스템 제외’ 제안에 산업부 "긍정 검토" 한전 적자 해소 위한 청부 추진에도 업계 반발 '구매가격 상한제' 대안

민간 석탄발전 중심 업계 "시장원리 역행, 정책 실패를 업계에 떠넘겨"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석탄발전사와 재생에너지 사업자 중심의 전력업계가 정부의 새 에너지 정책 추진에 불만을 나타내며 반발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시장원리’ 작동 전력시장을 만들겠다고 공언하고도 시장 개입 의지를 꺾지 않고 시장질서에 역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정감사에서 제안된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의 독자 구매가격 결정’ 구상에 정부가 긍정적인 입장을 보인 것과 관련 "시장원리를 도외시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LNG 발전의 독자 구매가격 결정은 원자력·석탄·LNG 등 발전원의 구매가격을 통합적으로 결정하는 현행 시스템에서 LNG만 제외하겠다는 것이다. 연료비 단가가 비교적 비싸고 최근 글로벌 에너지 수급난을 겪고 있는 LNG 만 따로 떼어내 별도 구매가격을 정하는 별도 시장을 만드는 구상이다. 발전 단가가 상대적으로 싼 원자력·석탄 발전과 연료비 변동의 영향을 받지 않는 재생에너지 발전 구매시장과 구별하려는 것이다. 

 

전력구매가격을 통합적으로 결정하는 현행 시스템에서는 대체로 비싼 연료를 써서 단가가 높은 LNG 발전을 기준으로 구매가격이 결정된다. 이에 최근 연료비가 고공행진을 하는 상황에서는 원자력·석탄 발전과 재생에너지 사업자가 LNG 발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구조로 생산 전력을 판매할 수 있다. 정부는 이런 시스템이 형평성·공정성에 맞지 않는다는 문제의식을 가져왔다. 특히 정부는 이런 문제가 한국전력공사의 적자를 키우는 원인 중 하나로 꼽기도 했다. 

 

한전은 전력거래소를 통해 발전사들로부터 전기를 도매로 구입해 소비자들에 판매한다. 전력 생산단가가 가장 비싼 발전기의 발전단가인 ‘계통한계가격’(SMP)을 시장거래가격으로 적용해 거래가 이뤄진다. 낮은 소매전기요금을 고려하면 한전이 막대한 손실을 볼 수 있는 구조다. 

 

홍정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4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산업통상자원부 국감에서 이창양 산업부 장관에게 한전 적자해소 방안으로 도입 검토된 전력도매가격(SMP)상한제에 업계의 반발이 계속되고 있으니 그 대안으로 LNG발전을 SMP결정시스템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게 어떠냐고 질의했다. 홍정민 의원의 이같은 제안에 이창양 장관은 "재생에너지나 원전, 석탄  등 다양한 발전원 시장에서 복잡한 문제들이 발생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시장이 성숙될 수 있는 여지가 있을 때 하나씩 독자적인 시장을 형성하는 방안을 시도해 보도록 하겠다"며 "괜찮은 아이디어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 민간 발전업계 관계자는 이와 관련 "전력당국이 사실상 모든 영역에서 고무줄처럼 정책 바꿔 영향력 행사, 사업자들의 사유재산권을 침해하는 의사결정, 전력생태계 참여자들이 신뢰하고 참여하기에는 안정적 요소가 너무나 부족하다"며 "전기판매사업자인 한전의 수익이 악화되면, 발전사업자들은 눈 뜨고 코 베이듯 수익 악화 각오해야하는 구조"라고 비판했다. 이어 "시장원리 도외시 한 정부의 안이한 임기응변식 전력시장 규제가 계속되면 SMP상한제 외에 석탄발전 상한제, LNG도입 경쟁 확대, 민간석탄발전 표준투자비 문제 등 전력 도매시장 전반의 법적 분쟁으로 비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한전의 발전자회사들은 ‘정산조정계수’ 제도로 인해 도매가 등락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한전은 발전자회사로부터 전력을 구매할 때 SMP에 0~1 사이의 정산조정계수를 적용해 수익을 ‘조정’할 수 있다. 한전의 재무부담을 일정 부분 덜어주는 장치로 사용돼왔다. 가령 발전사가 1만원을 벌었을 때 정산조정계수가 1이면 1만원을, 0.0001이면 1원만 가져가게 된다. 정산조정계수가 커지면 발전자회사가, 정산조정계수가 낮아지면 한전의 이익이 커지게 된다.

 

박진표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정부가 장기계약 등 전력시장가격 안정화를 위한  근본적 해결책은 소홀히 한 채 전력요금과 전력시장가격 결정에 인위적으로 개입하는 등 대증요법 위주의 정책이 지금의 한전 부채 위기에 적지않게 기여했다."고 비판했다. 박 변호사는 "최근의 전기요금 결정을 보면 물가인상에 대한 여론를 의식해 전기사업자들에게 손실을 부담시키겠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SMP 상한제나 전력시장 분리와 같은 인위적 시장 개입은 정부의 의도와 달리 전력시장가격과 전기요금의 왜곡을 초래해 장래에 더 큰 에너지 위기를 초래할 것이고, 최근 무역수지 악화와 글로벌 에너지 위기의 심각성을 고려할 때 국가 차원의 경제위기를 야기하는 발단이 될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다"면서 "책임 있는 정부의 책무는 국민들에게 현재 에너지 위기 상황임을 알리고 위기 극복을 위해 전기요금 정상화와 대대적인 에너지 소비 절약을 설득하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이창호 전기연구원 박사는 "정권과 정부차원의 바른 목표 설정과 결단이 필요하다. 합리적인 시장을 만들어 제대로 작동시키되 조금 시차가 있더라도 시장원리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도록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고 조언했다.

 

한편 우리나라 전력시장의 가격은 1시간 단위로 전력거래 당일 하루 전에 결정되며, 하루 전에 예측된 전력수요곡선과 공급입찰에 참여하는 발전기들로 형성되는 공급곡선이 교차하는 점에서 시장가격이 매 시간 단위로 결정된다. 공급입찰에 참여한 ‘발전기의 비용 최소화 원칙’에 따라 발전기 가동여부와 발전출력을 결정하게 되는데, 이 중 가장 높은 발전비용(변동비)의 발전기를 한계가격 결정 발전기로 처리하고  이 한계가격을 그 시간대의 시장가격으로 결정한다. 전력거래소의 전력 시장가격 결정 발전기 예시 그래프 중 12시부터 13시 사이의 SMP는 가장 높은 발전비용의 발전기인 LNG발전기가 ‘시장가격결정발전기’가 되고 이 SMP가 그 시간대의 시장가격으로 결정된다. 

 

한전이 발전 자회사와 민간회사로부터 구매한 전력의 단가는 지난 5년 동안 평균치가 kWh당 원자력 62원, 석탄 80원, LNG 110원, 태양광 168원 정도다. 이 중 5년간 원가 변동 폭이 가장 큰 발전원은 LNG다. LNG 발전원가의 큰 변동에 따라 한전의 연평균 전력 구매단가도 지난 5년간 80~90원 사이에서 변했다. 그 평균은 84원이다. 지난 5년간 누진제 조정 이외에 전기요금 체계 변동은 크게 없었기에 전력 판매단가는 110원 선에서 유지됐다. 평균적으로 한전은 84원에 산 전력을 110원 판매했다. 그 차액에서 송배전과 운영에 드는 비용을 뺀 금액이 한전의 수익이 된다. 그런데 지난해말부터 국제연료비가 급등하면서 SMP가 1년만에 2배 이상인 kWh당 250원 안팎을 형성하면서 한전의 수익이 악화됐다. SMP 변화에 따른 한전 영업이익 민감도는 1원/kWh 상승에 연간 2300억 원 감소로 추정된다. 

jj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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