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성 마이데이터코리아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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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성 마이데이터코리아 이사 |
얼마전 어느 공공기관에서 주최하는 미래 경제의 고용변화 분석을 위한 좌담회에 참석해 2040년 금융산업을 상상해 볼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을 가졌다.
우리나라의 금융현실에서는 "금융은 시스템적으로 중요하다"는 명분을 앞세워 규제의 칼날을 휘두르던 인물이 어느날 갑자기 금융회사의 대표가 돼 방패막이로 돌변하는 일이 버젓이 벌어지곤 한다. 이런 현실은 금융업 외부로부터의 새로운 금융서비스 개발을 막아 경쟁을 보호로 둔갑시킨다.
이처럼 금융은 ‘여름이 가면 가을이 오는’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는 오만함이 가득하다. 20년 후 금융산업을 상상해 보면 우리나라 금융이 분명히 위기의 계절을 겪고 있다는 생각을 떨쳐내기 어렵다.
사실, 금융은 변하지 않았다. 화폐가 생겨난 이후 수 천년 동안, 은행이 생겨난 이후 수 백년 동안 그 기능은 거의 변화하지 않았고 앞으로 긴 세월이 더 흘러도 변화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금융업을 구성하는 은행을 포함한 거의 모든 금융사들이 사라질 거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주인과 상호도 바뀔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미래 금융을 상상하면서 가장 우려되는 점은 금융업의 고용상황이다. 2021년 기준 금융업 취업자수는 79.2만명으로 향후 2030년까지 증가하지 않거나 소폭 감소한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러나 이러한 전망은 현실을 모르거나 너무 걱정한 결과로 보인다. 필자는 금융업은 역사적으로 기계가 보여준 노동의 대체가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압도하는 이른바 노동의 종말이 가장 확실하게 드러나는 분야가 될 것이라고 본다. 다른 여건이 일정하다고 가정하고 인공지능을 중심으로 한 디지털기술 혁신만으로 마케팅, 고객서비스 업무는 물론 상품·서비스 개발, 금융시장 분석, 경영전략에 이르는 노동이 대체될 것이다.
"월스트리트에는 새로운 것이 없어. 오늘날 금융시장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이전에 일어났고 다시 일어날 것이야. 탐욕이나 두려움의 모든 극단에는 전례가 있지. 그리고 기술은 변하지만, 사람들은 변하지 않는다."이 가을에도 철 지난 베짱이 노래는 계속되고 있다.
금융의 핵심은 신뢰이다. 역사적으로 보더라도 금융공급자에 대한 금융소비자의 신뢰는 처음부터 제도로 보장된 것이 아니라 이용의 불편을 없애고 위험을 줄였던 금융서비스가 축적된 결과이다.
금융의 중추기능인 지급결제 역사를 살펴보면, 지급결제의 주역은 화폐를 만들어 낸 권력자가 아니라 상업적 이익을 위해 화폐를 대신하여 화폐적 가치를 나타내는 지급수단으로 화폐이용의 불편을 없애고 위험을 줄였던 상인들, 즉 고대 환전상, 중세 금세공업자 그리고 근대 은행이다. 이들은 고객이 맡긴 주화, 금, 가치를 갖는 권리 등에 대한 ‘보관증명’을 지급수단으로 다른 사람에게 이를 지급하거나 이체를 통하여 결제 편의성을 도모한 것이다.
미래 금융은 안타깝게도 금융 내부에서 보다는 외생적으로 디지털 기술이 촉발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디지털기술 혁신 또는 저탄소 전환을 돕는 정보통신기술(ICT)이 향하는 금융의 변화, 즉 중개기관을 배제하는, 탈중앙화된 조직이 운영하는 금융에 유념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미래 금융의 주역은 은행보다는 변화와 균형의 가을을 따르는 핀테크일 가능성이 높다. 금융의 기반이 되는 신뢰(trust)를 바탕으로 더 똑똑해지고 다양해지고 빠르게 변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디지털 경제가 성숙해 나아가면서 산업간 경계가 흐려지고 있어 이에 맞추어 기후변화와 탄소배출 감축을 위한 택소노미를 제정한 것처럼 신산업고용분류체계(Taxonomy on New Industry and Labor)의 개발이 시급하다. 또한 여타 산업에 속한 기업들이 금융업 진출을 늘리고, 사라진 일자리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직무(머신러닝 전문가, 경험 설계사, 블록체인 관리자, 커뮤니티 대변인, ID통합 관리자 등)를 위한 교육과 훈련을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