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너지업계 한숨…"한전 부도 직전인데 전기요금 올려야 한다는 의원 한명도 없어"
- 한전, 회사채 발행잔액 한도 초과, 내년에 한도 확대 안되면 전력시장 마비 될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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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일 한국전력 사장이 11일 오후 전남 나주 한국전력 본사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를 듣고 있다.연합뉴스 |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한국전력공사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가 사상 최대 규모 적자를 나타내고 있는 한전의 경영 정상화 방안 제시보다는 적자 원인을 놓고 소모적인 책임 공방을 벌이며 변죽만 울렸다는 에너지업계의 한숨 소리들이 들린다.
한전이 최근 눈덩이 적자를 나타내고 있는데다 자칫 부도 위기에 내몰리고 있는 상황을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에너지업계에서는 한전 적자의 한 원인이 된 탈원전 정책을 강행한 더불어민주당이나 현재 집권당인 국민의힘 의원 모두 당장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 해결 방안으로 꼽히는 전기요금 인상엔 모두 꿀 먹은 벙어리였다고 꼬집었다.
에너지업계 한 전문가는 13일 "전기요금 결정 과정에서 연료가격 반영 등 ‘총괄원가 보상원칙’이 준수되지 않는 것은 전기요금 결정 과정의 구조적 문제 때문"이라며 "전기요금을 정치적 이슈로 삼거나, 전기요금 인상을 정책 실패로 규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온실가스 감축, 탄소중립, 친환경 에너지 전환, 안정적 전력공급 등을 감안한 지속가능한 합리적 규제체제 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지난 11일 열린 국감에서는 정승일 한전 사장에 한전 적자의 책임을 추궁하는 듯한 지적도 있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은 "정 사장은 지난 정부(문재인 정부)에서 가스공사 사장, 산업부(산업통상자원부) 차관, 한전 사장 자리에 올랐다"며 "에너지정책의 핵심 요직을 섭렵한 만큼 지금 상황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정 사장은 "제가 책임질 부분이 있으면 지겠다"면서도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이 주요 원인이라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반복했다.
에너지업계 다른 관계자는 "정 사장이 아닌 그 누가 사장이라도 도매가격이 오르는데 소매가격은 유지되는 상황에서 적자를 안 볼 방법이 없다"며 "결국 정부와 국회가 가격을 통제하고 있기 때문인데 모든 책임을 한전에 돌리는 것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전 등에 따르면 연말까지 한전의 회사채 발행잔액이 한도의 2배를 넘어설 전망이다. 한도를 늘리는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아 내년 한전의 회사채 발행이 막히고 이에 따라 한전이 발전사 등에 전력거래 대금을 제때 지불하지 못하면 전력거래 중지로 전력시장이 붕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전은 그동안 손실액을 부채로 메워 왔다. 지난 5년 사이 한전 부채는 무려 37조원이 증가했고, 본격적인 에너지가격 상승 시작된 올해엔 반년 사이에만 20조원의 부채가 증가했다. 한전의 지난 6월 말 부채총액은 165조 8000억원이다. 한전의 ‘2020~2024년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에 따르면, 한전은 2024년 부채가 약 160조원(자회사 포함 연결기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미 그 예상치를 넘어섰다. 한전에 따르면 현재 한전의 채권금리는 3년물 기준 5% 중반대다. 최근 한국은행의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내년에 추가로 발행할 채권 금리는 7%대를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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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전력통계 |
한국은행은 전날 지난해 0.5%였었던 기준금리를 1년 만에 3.25%까지 올렸다. 3%대 금리는 10년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내년 추가 금리인상도 강하게 시사했다. 치솟는 물가를 붙잡아야 한다는 당국의 절박함이 담겨 있다.
하지만 금리가 오르면 가계는 물론 돈 빌려서 사업하는 기업들도 이자 부담이 커지고, 그 때문에 경기가 가라앉을 수 있다는 우려가 큰 상황이다. 특히 한전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설비 확충과 송·배전망 구축에 35조원을 투자하는 데다 한전공대 설립·운영 비용으로 1조원 넘는 돈을 써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전이 추진하고 있는 해외 발전소 매각 등 자구노력은 이른 시일내에 성과를 내기 어려운 상황으로 분석됐다.
한전 관계자는 "해외 발전소 매각 중 아직 구체적인 금액이 제시된 것은 한 군데도 없다. 가격 협상 등 최소 몇 년은 걸리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창의융합대 학장은 "최근의 연료비 급등은 코로나19와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에 기인한 바가 커 물가안정을 고려해야 하는 정부 차원에서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면서도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했으면 기계적으로 적용돼야 하는데 정치적 요인을 고려해 주먹구구식으로 제도를 운영할 경우 제도 자체의 정당성이 훼손되는 것은 물론 한전 재무구조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jjs@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