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에너지 위기 속 '산업진흥 우선론' vs 환경부 팬데믹 탈출 중 '환경규제 강화론'
산업부, 지난 달부터 본격 여론전 나섰으나 환경부는 일단 난색 분위기 속 한 달 째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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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로 뿌였게 된 서울 서초역 일대. 연합뉴스 |
[에너지경제신문 오세영 기자]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가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시행하는 석탄발전 가동 감축의 유보를 두고 팽팽한 줄다리기 하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산업부의 석탄발전 가동 축소 유보 또는 완화 필요성 제기다. 글로벌 에너지 위기 상황에서 미세먼지 감축 등 환경 규제도 중요하지만 값 싼 에너지를 제 때 공급해 서민생활 안정을 이루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게 그 배경이다. 산업부는 최근 에너지 수급난 등 속에서 문재인 정부 탈석탄 정책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석탄발전의 역할론을 부쩍 강조하며 여론몰이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하지만 환경부는 석탄발전 가동 축소 유보에 마뜩찮은 분위기다. 석탄발전 가동 축소는 계절관리제를 사실상 무력화하는 것이나 다름 없기 때문에 난색을 보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윤석열 정부 들어 위상 축소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부처 기능 유지와 직결될 뿐만 아니라 제도의 성과도 점차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관련 정책 완화가 쉽지 않은 결정이라는 뜻이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일상 복귀가 본격화한 시점에 미세먼지가 악화할 경우 그 책임을 환경부가 뒤집어써야 하는 점도 걱정하는 대목으로 알려졌다.
산업부가 언론을 통해 석탄발전 가동 축소 유보를 입장을 밝히고 환경부와 정책협의를 하겠다고 한지 벌써 한 달이 지났는데 환경부가 아직 뚜렷한 결론을 못내는 것도 환경부 고심의 반증으로 업계는 풀이하고 있다.
앞으로 경우에 따라서는 산업부의 산업진흥론과 환경부의 환경규제론 간 해 묵은 갈등이 다시 불거질 수 있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13일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부터 추진되는 4차 미세먼지 계절관리제에 대해 산업부는 산업계와 전력 상황의 어려움을 공감하고 있다는 입장을, 환경부는 원칙대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각각 내비쳤다. 부처간 일종의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내부에서도 산업계의 목소리에 공감하는 분위기"라며 "에너지 대란 등의 상황도 맞물려 있는 것도 맞다"고 말했다.
환경부에서는 기본적으로 미세먼지계절관리제의 일환인 석탄발전상한제약과 가동정지를 원칙적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미세먼지 특별대책위원회 심의도 받아야 하고 관계부처 협의도 거쳐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계속 논의를 거쳐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세먼지계절관리제는 원칙적으로 진행할 것"이라며 "매년 산업부와 협의를 거치는데 아직 올해 관리제 추진과 관련해 산업부에서 정책협의가 들어오거나 요구사항이 공문 등의 형태로는 전달되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앞서 두 부처 차관들도 산업계와 환경계 각각의 입장을 강하게 나타냈다.
박일준 산업부 2차관은 지난달 21일 ‘미세먼지 계절관리제’ 완화 방안을 환경부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그동안 환경부 주관으로 난방수요가 많은 해마다 12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3개월간 이른바 겨울철 계절관리제 시행해왔다. 계절관리제의 핵심은 제도 시행 기간 미세먼지 발생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석탄발전의 가동 축소 등을 통해 미세먼지를 줄이는 것이다. 정부는 이 계절관리제 시행 기간에 한국전력공사 산하 발전 공기업을 대상으로 사실상 석탄발전 가동 축소를 강제하는 것이다.
산업부의 석탄발전 가동 축소 유보 입장은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 비싼 상황에서 연료비가 비교적 싼 석탄발전을 늘리고 LNG 발전을 줄이겠다는 의미다.
장영진 산업부 1차관도 최근 가세했다, 장 차관은 "미세먼지 계절관리제를 유보하면 3~4개월 동안 (무역수지가) 25억달러 정도 개선된다"고 언급했다.
반면 유제철 환경부 차관은 전날 충남 당진시 동서발전 당진발전본부를 찾아 "국민건강 보호를 위해 미세먼지 주요 배출원인 석탄발전 분야에서 경각심을 늦추지 않고 저감책 추진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미세먼지 계절관리제는 12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미세먼지 농도를 낮추기 위해 시행하는 제도다. 이 때 초미세먼지 농도가 연중 가장 높아 다른 때보다 45% 짙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기간에는 수송·발전·산업 부문에서 미세먼지 배출을 낮추기 위한 활동을 진행한다. 대표적인 내용으로는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제한 △친환경보일러 확대 보급 △일부 석탄발전 가동 정지 등이다.
미세먼지계절관리제는 지난 2019년 처음 시작돼 오는 12월부터 4차 시행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올해 4차 미세먼지계절관리제 시행을 두 달 앞두고 산업계에서는 미루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LNG 등 에너지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에 올 겨울 석탄화력발전을 중단하지 말고 미세먼지 계절관리제를 유보해달라는 입장이다. 즉 가격이 높은 LNG 발전을 줄이고 그만큼 석탄화력발전을 가동해 전력량을 채우자는 말이다.
claudia@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