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EA '정부 에너지 연구개발 통계' 분석
韓, 작년 112억달러로 전세계 3분의 1
업계 "증액은 맞지만 체감하기 어려워"
![]() |
▲재생에너지. 픽사베이 |
선진국의 경우 정부 주도보다는 업계를 선도하는 메이저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에너지 기술 연구개발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정부 주도로 이뤄지다 보니 정책에 따라 피부로 느끼는 정도가 차이를 보이는 상황이다.
17일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청정 에너지 기술 혁신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한국 정부의 에너지 연구개발비 지출은 전 세계 3분의 1에 가깝다.
IEA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공공 에너지 연구개발비 지출은 전 세계적으로 380억달러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한국은 112억5000만달러다.
다른 선진국의 경우 △북미 102억5000만달러 △일본 39억3000만달러 △유럽 13억1000만달러로 한국보다 연구개발비 액수가 적다.
하지만 실제 업계에서는 선진국보다 많은 투자가 진행되고 있거나 연구개발 활동에 원활할 정도로 지원 수준이 늘어난다고 느끼지 못하는 분위기다.
![]() |
▲‘2015~2021년 정부의 에너지 연구개발비 지출’. 국제에너지기구(IEA)(노란색) 유럽(초록색) 호주 및 뉴질랜드(연두색) 한국(파란색) 일본(하늘색) 북미 |
에너지 기술개발 업계 관계자들은 "해마다 예산이 늘어나는 건 알고 있다"면서도 "정책에 따라 집중되는 분야가 다르고 물가 상승률이나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생겼을 때 들어가는 추가 비용이 채워지지 않아 체감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한 에너지 연구기관 관계자는 "연구개발 비용이 증가하는 건 맞는데 그 이상으로 비용 부담이 일어나는 부분이 있으니 연구 업무를 진행할 때 늘었다고 체감을 못 하는 경우가 많은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그는 "보통 연구과제가 4∼5년 기간을 두고 진행되는데 사업계획서를 설계할 때 향후 3∼4년 사업비를 미리 책정한다"며 "그래서 1∼2년 뒤 물가 상승률이나 업계 변수에 따른 추가 비용 등이 계산대로 반영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부연했다.
또 "올해에도 포항 물난리에 따른 포스코 화재로 철판 가격 많이 오르는 등 변수가 발생했다"며 "이런 변수가 발생할 때 추가 비용을 바로 반영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업비를 몇 년 전에 책정했는데 막상 올해가 되면 예상치 못하게 물가 상승률이 높아지거나 사고 등으로 발생하는 변수로 자재 비용이 올라가면 다른 비용을 줄이면서 연구를 해야 하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국책 과제를 수행하는 민간 기업에서도 연구개발비 예산 증액을 체감하기는 어렵다는 분위기다.
한 에너지 기업 관계자는 "에너지 전체 연구개발비 예산이 늘어나는 추세이기는 하지만 정부마다 세부적으로 주력하는 분야가 다르다 보니 사업부서마다 체감하는 정도가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문재인 전 대통령 정부의 경우 태양광과 풍력, 수소 등에 투자가 원활했다면 올해 윤석열 대통령 정부에서는 원전 등에 집중될 전망이기 때문에 같은 에너지 업계더라도 정책에 따라 체감하는 정도가 다를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정책에 따라 집중적으로 투자가 이뤄지는 분야는 원활하게 진행하겠지만 집중받지 못하는 사각지대로 밀려난 분야는 연구개발을 진행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또 "지난 8월 정부가 내년도 예산을 늘린다고 했고 특히 국가 연구개발 사업에 24조를 투자한다고 했다"며 "에너지 분야의 경우 소형모듈원자로(SMR)에 집중적으로 투자가 이뤄질 전망이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탄소중립이라는 큰 목표를 달성하려면 탄소포집저장기술(CCUS)와 수소 관련 기술에 대한 투자도 적극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종배 건국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에너지라는 분야에 상당히 큰 규모로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에너지 부분 연구개발비 투자가 늘었다는 건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번 통계의 경우 우리나라는 대규모 투자가 정부와 에너지기술평가원 중심으로 진행되고 선진국은 각 나라마다 메이저 에너지 그룹들이 자체적으로 연구개발을 진행하기 때문에 차이가 큰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 주도로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다 보니 원전의 경우 국제시장에서 우리가 리더십을 가지고 있고 태양광 분야에서도 일정 부분 일본을 따라잡고 가스터빈 국산화도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이룰 수 있었다"며 실"제 예산이 많이 지원되고 있다는 효과가 구석구석 나타나고는 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탄소중립을 이루려면 청정에너지 분야에 대한 투자도 활발해야 한다"며 "정확한 통계는 모르겠지만 체감상으로는 CCUS 분야에 많은 투자가 이뤄지는 것 같지는 않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CCUS 기술을 빨리 확보해야 나중에 발전원 사용이 자유로워진다"며 "또 수소의 경우 국내 조선 기술도 상당히 많이 발달돼 있고 액화천연가스(LNG) 수송 부분이 강하기 때문에 수소분야 지원이 커지면 수소선 기술에서도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claudia@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