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14일) SCFI 1814.0, 올해 최고치 대비 65%↓
하반기 성수기임에도 '다운사이클' 진입 전망
HMM 민영화 계획에도 차질… '실기'라는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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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M의 컨테이너선. 사진=HMM |
[에너지경제신문 이승주 기자] 글로벌 경기침체에 직격탄을 맞은 해운시장이 ‘다운 사이클(침체기)’에 접어들고 있다. 해운업계 성수기인 3∼4분기에도 불구하고 해상 운임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 운임 지수(SCFI), BDI 지수가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활활 타오르던 해운시장이 빠르게 식어버리자, 국내 최대 컨테이너선사 HMM의 하반기 실적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 HMM의 민영화 작업도 ‘안갯속’에 갇혔다는 평가다.
16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이달 14일 기준 SCFI는 전주 대비 108.95포인트 내린 1814.0로 나타났다. 이는 올해 초 최고치인 5109.6 대비 65% 감소한 수치다. SCFI가 2000선 아래로 하락한 것은 지난 2020년 말 이후 1년 10개월 만이다.
통상 하반기는 물동량이 늘어나는 블랙프라이데이·크리스마스·신년 등 기념일들이 줄지어 있어 해운업계 성수기로 여겨진다. 그럼에도 해상 운임이 가파르게 하락하자, 일각에서는 해운업이 ‘다운 사이클’에 접어들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실제로 외신에 따르면 소비 둔화, 재고 증가 등으로 교역량이 줄어들자 지난 3일부터 아시아에서 미국으로 향할 컨테이너선 60여 척의 운항이 임시 결항되기도 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한 물동량 감소로 해상 운임은 당분간 우하향할 것"이라며 "코로나 이전에는 (해상 운임이) 2000선을 넘어선 적이 없었던 만큼 정상화 과정으로 볼 수도 있지만, 성수기임에도 불구하고 예상보다 빠르게 꺾이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산업은행(산은)이 대우조선해양을 한화에 매각하면서, HMM은 다음 민영화 대상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HMM도 지난해부터 사상 최대 실적을 연이어 갱신하며 몸값을 불려왔다. 올해 6월 기준 산은은 HMM 지분 20.69%를 보유하며 최대주주로 올라있으며 이외 한국해양진흥공사가 19.19%, 신용보증기금이 5.02%를 보유하고 있다.
HMM의 하반기 실적 전망이 어두워지자, 산은의 민영화 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정부는 HMM 매각에 대해 신중론을 펼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해양진흥공사는 지난 11일 ‘HMM 민영화 시기와 형태에 대해 결정된 것이 아무 것도 없다’는 설명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은 "HMM 민영화의 원칙은 분명하지만 시기는 신중하게 가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매각 시기를 놓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해운 시장이 침체되는 상황에 새 주인을 찾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하루 빨리 기업을 정상화해 해운 환경규제, 글로벌 해운사들의 종합물류사 전환 등 시장이 급격히 변화하는 상황에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대해서는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도 아쉬움을 드러냈다. 강 회장은 지난 10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HMM 매각은 조금 실기(失期)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며 "주가가 좋았을 때 지분을 매각했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다"고 말했다.
lsj@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