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빌라 낙찰률 최저치…“깡통전세 탓 커”
신축빌라 시세 확인 불가…세입자 반환 보증 필수
국토부, ‘감정평가 규칙 일부 개정안’도 입법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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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북구 길음동에 위치한 S빌라 단지 전경. 사진=김준현 기자 |
18일 법원경매업계에 따르면 깡통전세 매물들은 경매로 넘어와도 수 억원대 보증금 인수가 불가피한 경우가 많기에 유찰을 거듭할 수밖에 없고, 이는 곧 경매시장 낙찰률 전체를 흔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 유찰 반복→깡통전세→전세사기 ‘전형패턴’
법원경매 전문기업 지지옥션이 분석한 서울북부지방법원(북부9계)에 따르면 서울 성북구 길음동에 위치한 지난 2018년 준공된 신축 S빌라 2·3차에는 각각 2건과 1건의 물건이 경매로 나왔다. 경매업계에선 이곳 모두 9회 이상 유찰이 발생했는데 여기서 전세사기 물건이 의심됐다.
북부9계 사건내용을 살펴보면 S빌라 중엔 11회에 걸쳐 매각된 물건이 있다. 감정가 2억10000만 원인 이 물건은 대항력 있는 임차인이 있어 보증금 2억1000만 원을 세입자 A에게 돌려줘야 하는 상황이다.
사건내용을 해석하면 이 건물은 보존등기, 즉 준공날짜가 2018년 4월이고 세입자 전입신고 일자는 2018년 5월이다. 이런 경우 보통 집주인이 임차인 보증금을 끼고 매매대금을 지불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이 경우가 바로 전세사기의 전형적 유형이라고 강조했다. 다행히 세입자는 최선순위 말소기준권리 날짜보다 빨라 경매 낙찰자에게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대항력이 있었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11회까지 유찰됐다는 것은 전세금 임대차보증금이 매매 시세보다 높거나 비슷한 경우에 해당되기 때문이다"며 "결국 이는 깡통전세로 봐야 하고 다시 말하면 전세사기에 해당되는 물건이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해당 물건은 8회차에서 보증금 2억1000만 원을 부담해야 한다는 권리분석 착오로 대금미납한 경우를 제외하곤 아무도 입찰하지 않았다. 끝내 현재 살고 있는 A씨가 보증금 2억1000만 원 그대로를 낙찰받아 경매가 해결된 사례로 기록됐다.
◇ 신축빌라, 군계일학 속 빛 좋은 개살구
이날 찾은 S빌라는 서울지하철 4호선 길음역 7번출구에서 도보로 15분 정도 걸어가면 만날 수 있다. 길음뉴타운에 둘러싸여 있어 건너편엔 동부센트레빌(1377가구), 롯데캐슬(2029가구)이 있고 뒤쪽에는 래미안아파트와 두산위브 대단지들이 줄지어 있다. 교통편과 더불어 학군, 어린이공원 인프라까지 갖춘 꽤 좋은 입지다.
S빌라 주변에는 곳곳 노후 빌라들이 있는데 이 중에서 신축빌라인 S빌라만 크게 눈에 띄었다. 주변 빌라와 비교하면 당연 군계일학이지만 속사정이 안타깝다. 현재 KB부동산에서 S빌라 시세를 확인하면 2018년 준공 당시는 평균 2억8100만 원이 일반가격이었고 현재는 3억 원까지 올라와 있다. 또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018년 4월 전용면적 42.96㎡이 2억7800만 원에 거래됐다. A씨의 전세 보증금이 2억1000만 원이었으니 전세가율이 75%로 깡통전세 우려가 있을 수밖에 없다.
빌라의 시세는 지금 나온 가격으로 단정할 수 없다. 길음동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빌라는 부르는 게 가격이라 시세를 기준 잡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주현 연구위원 역시 "빌라는 시세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기에 결국 깡통전세를 피하려면 전세반환보증보험을 가입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다"고 조언했다. 이와 관련 국토부는 최근 시세 파악이 어려운 신축빌라 등을 감정평가할 때 비교 사례 선정과 관련한 세부 사항을 감정평가서에 필수적으로 기재하도록 법을 손질하기로 했다.
◇ 서울 빌라 당분간 찬밥신세 취급
한편 서울지역 빌라 낙찰률은 2개월 연속 사상 최저치를 갈아치운 가운데, 지난달에는 서울 빌라 물건 10건 중 1건만 겨우 새 주인을 찾은 것으로 나타났다. 빌라 낙찰자 대부분이 대출을 받아 잔금을 처리하는데 금리상승 압박으로 이자부담이 커지자 경매시장 역시 꽁꽁 얼어붙은 것이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최근 서울빌라(연립·다세대) 경매 낙찰률은 지난 4월 32.4%에서 5월 22.2%, 6월 21.6%, 7월 22%, 8월 18%까지 연속 떨어지더니 지난달에는 12.7%를 기록했다.
또한 100% 이하면 감정가보다 낮게 낙찰된 것을 뜻하는 낙찰가율은 지난 5월 98%에서 6월 96.3%, 7월 94.6%, 8월 90.6%를 기록하고 지난달에 91.4%로 소폭 반등했지만 여전히 인기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주현 연구원은 "향후 금리가 안정될 때나 또는 규제완화 등에 의한 아파트 가격 상승변화가 발생하는 상황이 와야 빌라에 다시 관심을 가질 것 같다"고 전망했다. kjh123@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