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고금리 여파에 상승하는 전월세 전환율…서울도 5% 돌파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2.10.18 15:35

서울 강북구 아파트 전월세 전환율 5%…2015년 이후 7년 만



이자 부담 피했지만 월세 또 상승…세입자 부담 가중

미아동

▲지난 8월 서울 강북구 아파트 전월세 전환율이 5%로 서울 자치구 가운데 가장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사진은 서울 강북구 미아동의 A 아파트 단지. 사진=김기령 기자


[에너지경제신문 김기령 기자] "서울 평균 전월세 전환율 수준으로 낮추려고 보증금을 높이는 등 가격을 조절하는 편이지만 월세 가격이 오르고 있는 추세입니다."(서울 강북구 A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

18일 기자가 찾은 서울 강북구 미아동 A 아파트 단지 내 공인중개사사무소에는 월세가 100만원이 넘는 임대 매물이 많이 붙어 있었다. 금리가 급등하면서 보증금을 억 단위에서 천만원 단위로 낮추고 월세를 높이는 매물이 늘어난 것.

금리 인상기에 접어들자 월세 수요가 늘어나면서 서울 아파트 임대차 시장에서 전월세 전환율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지난 7월과 8월 강북구 아파트 전월세 전환율이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유일하게 5%를 돌파했다. 전월세 전환율이 오르면 동일한 임대보증금에도 월세 가격은 상승한다. 세입자들은 높은 대출 이자를 피해 월세를 선택했음에도 불구하고 월세 비용 상승이라는 또 다른 부담을 떠안게 됐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강북구 미아동 ‘SK북한산시티’ 전용면적 59㎡는 지난 8월 임대보증금 2억7000만원·월세 30만원에 계약됐다. 해당 매물은 지난 4월 전세 3억3600만원에 계약됐으나 4개월 만에 월세로 전환됐다. 전월세 전환율을 계산해보면 5%에 달한다.

한국부동산원이 지난 17일 발표한 ‘9월 전국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 8월 강북구 아파트 전월세전환율은 5%로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8월 서울 아파트 전월세 전환율이 4.3%임을 감안하면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3월만 해도 강북구 전월세 전환율은 3.9%로 서울 평균(4.1%)보다 낮았지만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시점과 맞물리면서 전월세 전환율이 가파르게 상승했다. 강북구 아파트 전월세 전환율이 5%대에 진입한 것은 지난 2015년 6월(5%) 이후 7년 만이다.

전월세 전환율은 전세를 월세로 전환할 때 적용하는 비율을 말한다. 전세 3억원 매물을 보증금을 일부 낮춘 월세로 전환할 때 전월세 전환율이 5%라고 가정할 경우 보증금 1억원·월세 약 83만원 또는 보증금 2억원·월세 약 42만원 등으로 전환된다.

전월세 전환율이 높아지는 데는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부담으로 전세 선호도가 낮아진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전세보다 월세를 찾는 수요자가 늘면서 수요 증가로 인해 전월세 전환율도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인근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들에 따르면 기존 전세 매물의 30% 정도는 월세로 전환되는 추세다.

강북구 미아동 인근 A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세입자 우위 시장이기 때문에 세입자가 만기 시점에 재계약 없이 보증금을 돌려달라고 하면 집주인이 대출을 받아 보증금을 일부 내주면서 그 비용만큼 월세로 전환해 받는 경우도 있다"며 "집주인 입장에서는 집을 공실로 두는 것보다 그렇게라도 세입자를 두는 게 이득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인근의 또 다른 B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월세가 너무 높아지는 걸 방지하려고 임대차 계약 시 서울 평균 전월세 전환율인 4.3%에 맞춰서 보증금을 조절해서 월세를 최대한 낮춰 계약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며 "다만 요즘 거래가 워낙 적어서 시세를 정확히 파악하기 힘들기 때문에 계약 당사자들이 조율하기 나름"이라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월세 가격도 상승하는 양상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월세가격지수는 103.4로 전월 대비 0.5p 상승했다. 같은 기간 서울 강북구 아파트 월세가격지수는 110.7로 25개 자치구 가운데 가장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전월세 전환율이 높아진다는 것은 결국 자금 여력이 충분치 않아 월세 수요가 많은 저소득층 주거취약계층에게 가장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며 "고금리 현상이 지속되면 보증부월세가 증가할 수밖에 없고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전월세 전환율이 상승하게 되는 흐름은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giryeong@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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